과거의 아쉬움을 되새김질하지 말자
이미지 파일이 잘못 저장됐음을 발견했던 건 7일째 되던 날이었다. 컴퓨터 본체에 포토샵 프로그램을 새로 깔았더니 이미지 모드가 CMYK(Cyan, Magenta, Yellow, Black)칼라로 지정되었던 모양이다. 기존에 RGB(Red, Green Blue)모드로 작업했던 이미지가 모조리 CMYK로 바뀌었으니 파일 용량이 커질 밖에. 난 그것도 모르고 저장했던 이미지를 수정해야 했다. 2MB 넘지 않게 불필요한 삽화를 삭제했다. 몇 번을 Crop툴로 자르고 시도한 끝에 용량이 초과되지 않게 만들었다.
2화도 같은 방법으로 이미지를 조각조각 만들었다. 그리고 5화 작업을 하고 마무리를 하는데 뭔가 이상했다. 그제야 이미지 모드 설정이 잘못됐음을 알게 됐다. 처음에 작업할 때 미리 기본 모드를 확인 했어야 했는데 확인하지 않고 작업했던 내 실수다. 전날 이미지를 자르느라 썼던 시간들이 공연히 헛수고가 되고 말았다. 허탈했지만 지금이라도 발견됐으니 다행이라고 위로했다.
기본 모드 세팅이 컴퓨터에만 있는 게 아니다. 공연을 하려고 해도 무대 세팅이 필요하고 손님을 초대하려고 해도 식탁을 꾸미는 준비 작업이 필수다. 세상만사가 다 준비과정이 필요하고 원칙대로 움직여야 한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어른은 어른대로 지켜야 할 일이 있고 해서는 안 될 일이 있다. 원칙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면 인생은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지게 된다. 성공의 정점을 찍었던 유명 인물들이 순식간에 추락하는 건 인생의 기본 설정이 잘못된 탓이다. 하긴 기본 원칙이란 게 고리타분하고 하루 이틀 어긴다고 별로 티도 나지 않는 게 문제다.
지나서 생각해보니 나는 기초세팅을 잘못 해놓았었다. 그래놓고는 전부 남의 탓, 환경 탓으로 돌렸다. 성인이 되기 전에 차분하지 못했던 감정을 단단하게 묶을 수 있는 지렛대가 없었던 게 운명이라면 운명이었다. 그런 변명들은 내게 그럴 듯한 위로를 주었다. 그것뿐인가. 지금도 인생에 대해 수도 없는 핑계를 대고 있다. 자신감을 잃게 만드는 핑계거리는 인생을 살았던 만큼 늘어난다. 나이가 많다. 머리가 안 돌아간다. 이제 와서 웹툰은 무슨? 젊은 애들이나 하는 건데 할 수 있겠어?
하루 종일 노인만 상대하던 양로병원 직원이 내게 해준 이야기가 이제야 피부에 닿는다. 양로센터를 방문하는 70세의 노인들은 ‘10년만 젊었어도’ 라는 말을 달고 산단다. 어떤 할머니는 10년만 젊어도 패션디자인을 배웠을 거라던데. 나는 그들이 부러워하는 10년이 젊은 나이다. 10년만 젊었어도 뭔가 해낼 수 있을 거라고 여기는 60세에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펜툴을 움직이고 있다. 이제부터라도 내 인생의 기본 모드는 도전으로 설정했다. 세월을 흘러 70살이 되면 머뭇거리던 과거의 아쉬움을 되새김질 하지 않기 위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