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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heek Sep 22. 2021

베이징 변두리 생활 2부

이날만을 기다렸다


우리들의 행동 반장 라오지

첫 일주일의 주말에는 교수님과 교수님의 아드님 그리고 몇몇 연구생들과 함께 이곳에서 바비큐 파티를 하기로 했다. 이곳 작업실에는 아드님의 어렸을 적 장난감들이 수두룩했기에, 지금은 초등학교 1학년인 이 친구에게 우리는 추억을 선물하고 싶었다. 일명 '장난감 세상'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2021.07.09

마당에 있었던 장난감들은 오랜 시간 동안 밖에 방치되어 있었기에, 장난감 청소를 담당하던 나는 흙먼지와 얼기설기 엉켜있는 거미줄과 사투를 벌여야 했다. 많은 장난감들이 긴 시간 동안 사람 손을 타지 않은 채 밖에 방치해두니 온갖 곤충들이 그 자리를 메꾸었다. 두 번 내용을 강조했다는 건, 못 볼 것들을 많이 봤다는 뜻이다. 휴, 고생했다 나 자신.



사랑스러운 라오지와 디아오쒜



우리들의 파티플래너 디아오쒜

준비를 제일 많이 하고 기대를 많이 했던 디아오쒜는 하필 교수님이 오시기로 한 날, 학교에서 체조 시합의 연습을 한다기에 올 수 없었다. 그 전날 밤, 디아오쒜는 거의 두세 시간은 밖에서 모기들과 사투를 벌이며, 장난감들과 전등들을 여기저기 옮겨 다니며 꾸몄고, 올 수 없는 자기를 대신해서 나에게 임무도 주었다. 교수님과 다른 사람들이 들어오기 전에 전등을 켜고, 양초를 두었던 자리를 알려주고, 음악을 틀어놓아야 할 장난감도 알려주었다. 나를 데리고 다니면서 왜 여기다 장난감을 둔 이유를 하나하나씩 진지하게 알려주었는데, 나는 속으로 그 상황들이 뭐가 그렇게 웃기고 귀여웠는지.



디아오쒜의 작품들







다 같이 준비했던, 그래서 더 즐거웠던 파티



2021.07.10

전날 함께 준비한 바비큐 파티의 결과물이다. 작은 마당에서 아홉 명의 사람들과 같이 웃고 떠들고 맛있게 먹으면서 보냈던 짧은 순간은 위 사진 속 커튼의 그림처럼 그때의 장면이 기억 속에 박제되었다. 하지만 그림처럼 멈춰있는 것이 아니라, 그때의 사람들, 색감, 소리와 냄새가 모두 어우러져 3분 동영상의 한 부분처럼 남아있다. 그 기억을 더 따라가 보면 고기 구울 때 뿌연 연기 때문에 서로 기침을 하며 고생을 하던 모습, 분주하게 그릇들과 음식을 나르는 사람들, 건배를 같이 하고, 여기저기 뛰어다니는 아드님, 그리고 마지막으로 늦은 밤, 학교에서 연습을 끝내고 부리나케 택시를 타서 이곳까지 온 디아오쒜까지 이어진다.



반짝이고 더웠던 7월 초의 밤

좋은 추억을 남겨준 사람들과 이때의 시간이 자주 떠오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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