再见, 다시 만나요
조용히 그리고 천천히, 소중한 사람들과 베이징의 있었던 모든 시간들을 정리했던 거 같다. 교수님의 작업실에서 시간을 보낼 때면, (일단 체조 시합 때문에 학교에서 연습하느라 자주 자리에 없었던 디아오쒜를 제외하고) 라오지와 선배 그리고 나 셋이서 종이 한 장에 서로 순서를 지켜가며 한 선으로 그림을 완성을 하거나, 각자 읽고 있던 책의 한 문절 씩 골라가며 낭독을 하거나. 신기했던 건 서로 완전히 다른 책에서 골라낸 문장을 낭독하면, 처음에는 엇갈리지만, 이상하게도 가면 갈수록 내용이 비슷하게 연결되는 느낌, 혹은 서로 대화를 하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이때의 또 다른 재미는 한국어였던 나의 책으로 서로 주거니 받거니 낭독을 하는데 못 알아들어서 웃겼던 게 생각난다.
나의 또 다른 감동은 고등학교 때 중국 화실에서 입시를 준비하면서 친해지게 된 친구 한 명이 있다. 이 친구의 고향은 총칭인데, 한국을 들어가기 전 한번 보기로 했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이 친구와는 못 만날 거 같았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나와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이 친구는 베이징으로 비행기를 타고 왔다. 이틀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우리 둘은 베이징에서 오랜 대화를 나누고, 거리를 산책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고등학교 때의 잠깐의 만남이었던 이 친구는 아직까지도 이어져 있다는 게 나에게는 너무 신기하고 감사한 인연이라 생각한다. 서로 비슷한 부분이 많기에 더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아서일까. 다음에는 총칭에서 만날 수 있기를.
한국으로 곧 들어갈 시점에 학교에서 도와줄 사람이 있어 도와주고, 학교에 작별 인사를 할 사람들까지 만나느라 늦게까지 학교에 남아있었다. 그날은 아예 연구생 언니의 기숙사에서 잠을 잤다. 아침 다섯 시 반, 첫 지하철을 타고 걸어가는 거리에서 비 때문인지 더 맛있게 느껴지는 만두의 냄새를 맡고는 작업실에 사는 우리들의 아침을 사들고 돌아갔다. 비 와서 질퍽거리는 땅과 만두 냄새, 그리고 이른 아침의 공기 온도 때문인지 이상스러운 감정이 들어 사진으로 담아두었다. 아니면 저 때의 하루하루는 사람들과 나눈 작별 인사가 대부분이기에 유난히 뭉글한 감정이 올라온 걸 수도.
한국으로 들어가기 하루 전날, 이른 아침부터 라오지와 영화를 보고, 이곳 작업실을 사진으로 다 담아두겠다는 목적 하에 우리 둘은 미친 듯이 사진을 찍었다. 구석구석, 소품 하나하나,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서로를 찍기도 했다. 플래시를 너무 터트리느라 서로를 찍어줄 때는 눈앞이 안 보이는 것도 생각난다. 이 친구들이랑 놀 때는 작은 일에도 뭐가 그렇게 웃기는지. 같이 놀고 싶어서 더 보고 싶은 거는 안 비밀.
출국날, 아침 여덟 시 반 비행기였던 나를 배웅해주던 라오지와 또 다른 친구에게 감사를 전하며.
再见, 再(zai) 다시, 见(jian) 만나기를.
베이징 변두리 생활 마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