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이 탁구장엘 다녀왔다. 평소에는 집 밖으로 잘 나가지 않는 아이라 어디든 나가기만 하면 나는 그 애를 응원하곤 했다. 그런데 이번엔 여느 때와 느낌이 달랐다. 친구들과 탁구를 치고 온 동생은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다. 열이 올랐고 몸살을 앓았다. 기침을 했다. 가래가 끓는다고 했다. ‘코로나구나.’ 코로나가 시작된 지 꽤 되었지만 식구 중 누가 아픈 건 처음이었다. 동생이 아프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막내와 엄마가 아프기 시작했다. 엄마는 침대 밖으로 나오지 못할 정도로 몸살을 앓았다. 막내 학교에서 받아와 놔두었던 자가 진단 키트를 해보았다. 결과는 음성이었다. ‘코로나인 줄 알았는데 독감이었나보다.’ 다행이었다. 나는 독감 주사를 맞아서 그런지 한동안 아프지 않았다.
내 몸이 이상해지기 시작한 건 15일이었다. 전날에 운동을 다녀와 단순한 근육통이라고 생각했는데 온몸이 두들겨 맞은 것처럼 아팠다. 엄마가 병원에서 처방받은 약을 입어 털어 넣고 이불은 뒤집어썼다. 잠을 청해보았지만 잘 수 없었다. 한참을 누워있다가 시계를 들여다보니 새벽 두 시였다. 회사에 전화부터 했다. 컨디션이 좋지 않아 근무를 바꿔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아침이 되고 동네 병원에서 신속 항원 검사를 받았다. 결과는 양성이었다. 언젠가 나는 소위 말하는 ‘슈퍼 면역자’가 아닐까 생각했던 적이 있다. 아니었다. 그간 내가 확진되지 않은 건 단지 운이 좋았기 때문이었다. 어쩐지 속이 시원했다.
격리 기간 동안 잡힌 약속은 두 개였다. 사정을 말하고 두 개 모임에 다 나갈 수 없다고 했다. 두들겨 맞은 것처럼 아프던 온몸은 그날 저녁 약을 먹기 전에 괜찮아졌다. 신기했다. 병원에서는 증상이 어떻게 나타날지 예측할 순 없지만 점점 심해질 것이라고 했다. 확진을 받은 다음 날이 토요일이라 두려웠다. 처음 처방받은 약으로 주말을 버텨야 했기 때문이다. 코가 많이 막혔다. 다행히도 다른 증상은 없었다. 코로나에 걸렸어도 건강한 체질인 건 변함이 없는 게 아닌가 싶었다.
확진을 받은 사람은 나뿐이었다. 동생이 균을 옮겨왔다는 건 내 의심일 뿐이었다. 나는 방에서 나가지 않았고 나가더라도 마스크를 착용했다. 입맛을 잃었다는 사람이 꽤 많아서 기대했는데 아쉽게도 나는 잘 먹었다. 비타민을 먹으면 좋겠다 싶어 귤도 많이 먹었다. 괜히 아픈 티를 내고 싶어 죽도 시켰다. 차려 먹진 않았지만 평소와 다를 바 없이 잘 먹었다.
나는 원래 하루에 한 번이라도 꼭 외출을 하던 사람이다. 내향적인 성격 탓에 모두 내가 집순이일 것이라고 예측하지만 아니다. 나는 바깥공기를 쐬어야 힘이 나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티브이 하나 없는, 침대와 책상만 덜렁 있는 방안에 꼼짝없이 갇혀 일주일을 보내야 했다. 죽을 맛이었다. 자는 데도 한계가 있었다. 몸이 찌뿌둥하고 머리가 무거웠다. 눈을 뜨고 있어도 의식이 선명하지 않았다. 깊게 자지도 못했다. 처음 이틀간은 고통스러울 정도였다. 일어나면 침대 정리부터 하던 내가 종일 이불을 개지도 않고 있었다. 코로나 균이 잠식한 건 내가 아닌 내 방 같았다.
뭐라도 해야지 싶었다. 생각난 건 슬로우 버피였다. 언젠가 내가 좋아하는 운동 유튜버가 슬로우 버피를 하는 영상을 본 적이 있다. 그는 200개를 하고 주저앉았다. 나는 그보다 운동능력이 좋지 않으니 100개만 해도 충분할 것 같았다. 바닥을 치우고 요가 매트를 깔았다. 운동복으로 갈아입었다. 살을 빼려는 목적은 없었다. 그냥 좀 움직이고 싶었다.
슬로우 버피 동작은 연달아 스무 개를 해내기도 버거웠다. 숨이 차고 허벅지 근육이 터질 듯이 아팠다. 목에선 피가 나는 게 아닐까 의심할 정도로 쇠 맛이 났다. 100개를 한 번에 하는 건 무리였다. 50개라도 해보자 싶어 이를 악물었다. 3일 차가 되니 한 번에 50개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밥을 먹고 좀 쉬다가 운동을 했다. 50개씩 끊어서 하루에 200개를 채웠다. 가슴과 등, 다리 뒤쪽이 땀에 젖었다. 숨을 헐떡였다. 그래도 오랜만에 머리가 상쾌해졌다.
오늘 아침 몸무게를 쟀다. 2킬로가 줄어있었다. 슬로우 버피를 시작하고 다이어트 정체기도 부숴버렸다. 기분이 좋았다. 격리가 하루 남은 지금에서야 격리 생활을 즐기게 되었다. 아쉽긴 하지만 다시 첫날로 돌아가고 싶진 않다. 정말이지, 너무 답답했다. 갇혀있는 동안 책도 읽고 글도 썼다면 참 좋았을 텐데. 지겨울 만큼 유튜브와 넷플릭스를 보았다. 당분간은 영화나 드라마도 보고 싶지 않다. 격리가 해제돼도 계속해서 슬로우 버피를 할 참이다. 더욱더 건강하고 튼튼한 내가 되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