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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소흠 Jul 03. 2024

입사 이래 가장 어려운 업무, 마무리

약 일 년 반 만에 맥킨지를 떠나기로 결정한 이유

아마 직장인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 중 하나로 '퇴사하고 싶다'를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우리는 매일 직장에 출근하며 답답하고 화가 치밀어 오르는 순간을 여러 번 경험하면서 매번 다 때려치우고 퇴사하고 싶다고 외치고는 한다. 나 역시 퇴사를 한다면 당장 유럽의 높은 방세와 생활비를 감당할 돈을 벌 수 있는 뾰족한 다른 수가 있는 것도 아니면서 퇴사하고 싶은 순간이 입사 후 일 년 뒤부터 조금씩 찾아오기 시작했다.

맥킨지 디자인에서는 각 나라 문화를 소개하는 팀 이벤트 자리가 정말 많았다

사실 맥킨지 입사 첫날 가장 최신형 맥북과 아이폰을 받은 날부터 나는 이를 다시 반납하는 날이 곧 찾아올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반복되는 일상에 쉽게 싫증을 내는 성향 때문인지 유난히 한 회사에 진득하게 일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나는 때가 되면 얼른 떠나야지,라는 생각이 강했던 것 같다. 입사 초에 2년 뒤에 더 큰 사무실로 이사 간다는 말을 들었었는데, 결국은 이사까지 함께하지 못하고 짧으면 짧고, 길면 길었던 일 년 반이라는 시간을 맥킨지와 함께 한 후 떠나게 되었다. 


링크드인을 통해 입사한 후 다시 링크드인을 열게 된 이유 

퇴사와 이직을 마음먹은 가장 큰 이유는 더 이상 배울 점이 없었던 점이 가장 컸다. 입사 초반에는 아직 서툰 디자인 실력으로 같은 UX 화면을 만들었다가 다시 지우고, 여러 번 반복하며 어렵게 끝내고는 했었다. 일 년이 지난 후에는 같은 업무를 반나절만에 끝내고 다른 동료들과 여유롭게 커피 마시면서 쉬고 있는 내 모습을 보고 깨달음이 크게 왔다. 우리는 너무 어렵지도, 너무 쉽지도 않은, 적당히 어려운 도전을 해냈을 때 가장 재미를 느낀다고 한다. 입사 이래로 약 일 년 동안 야근이 많고, 수없이 수정을 많이 했어야 됐지만 그래도 하루 끝에 업무를 끝내고 나면 뿌듯하고 보람찬 순간이 피곤한 순간보다 더 많았다. 그렇지만 업무가 손에 익은 순간부터 나는 회사라는 톱니바퀴 중 한 부분을 의미 없이 돌리고 있는 기분이 강하게 들었다. 사실 다른 회사를 가도 똑같이 회사의 한 부품으로 일하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그렇지만 같은 일을 하면서 무엇을 배우고, 스스로의 성과에 얼마나 보상받는지가 다르기에 더 많이 성장하고, 더 많이 보상받을 수 있는 곳으로 가야 된다는 생각이 가장 강했다. 처음에 회사에 지원할 때는 어떤 일이라도 시켜주기만 하면 잘할 수 있으니 붙여만 달라는 간절함이 크지만, 회사가 더 이상 나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때 과감하게 정을 떼고 나를 우선시할 줄도 알아야 된다. 

하늘이 너무 예뻤던 퇴근길

떠나는 사람 붙잡지 않는 아름다움 

디자이너라면 공감할 끝나지 않는 포트폴리오 작업과 면접, 사전 과제 등 이직이라는 이름 아래에 있는 몇 개월의 자기 PR 과정을 거치고 나서 드디어 이직이 결정 났다. 비록 많지는 않지만 그전에 다녔던 회사들과 달랐던 점은 이직한다고 했을 때 진심으로 축하해 주는 동료들이었다. 워낙 이직이 잦은 컨설팅 업계라서 팀원이 그만두는 모습이 조금 더 익숙한 것도 있지만, 모두들 떠나는 사람을 붙잡는 것이 아니라, 인생의 다음 챕터를 진심으로 축하해 주는 모습이 너무 고마웠다. 퇴사하는 이유를 듣고 나서는 네가 원하는 길을 가는 것을 더더욱 응원한다는 모습이 조금 어색하면서 맥킨지 프로젝트라는 프레임 안이 아닌, 하나의 사람으로서의 동료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래도 끝까지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더 좋은 보상을 받고 가는 것이 맞는지 연봉 협상의 팁을 알려주는 사수의 모습을 보며 결국 어느 회사든 가장 큰 장점은 함께 일하기 좋은 사람, 분위기 좋은 팀이라는 점을 가장 크게 느꼈다. 







맥킨지를 떠난 후 지금은 컨설팅 생활을 끝내고 영란은행에서 인하우스 UX 디자이너로 근무하고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컨설팅 업계에서 공기업과 비슷한 조직으로의 이직은 거의 극과 극의 굉장히 큰 변화였다. 그렇지만 영란은행 설립 이래로 만들어진 첫 UX 조직에서 함께 시작하고 싶었고, 무엇보다 금융 안정을 목표로 시장을 규제하는 데이터 수집 과정에서 UX 디자인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하고 싶었다. 이곳에서 배우고 느낀 점은 다음 연재에서 더욱 자세하게 다루도록 하면서 '맥킨지에서 디자이너로 살아남기' 연재를 이번 글로 마치도록 하겠다. 읽어주시고 응원해 주신 모두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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