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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호 Oct 07. 2019

유발 하라리와 명상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 유발 하라리



인류에 대한 남다른 통찰로 전 세계 700만 부 판매고를 올린 베스트셀러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는 그의 세 번째 책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에서 불확실하고 복잡한 세계를 사는 인류가 더 나은 내일을 만들어가기 위한 21가지 해법을 제시한다. 흥미로운 대목은 마지막 목차가 '명상'이라는 점이다. 유발 하라리는 명상으로부터 얻는 집중력과 명정함이 없었다면 <사피엔스>나 <호모 데우스>를 쓰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10대 시절 유발 하라리는 가만히 있지 못하는 아이였다고 한다. 왜 세상과 스스로의 삶에 그토록 많은 고통이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고 한 줄기 희망이었던 대학에서조차 해답을 구할 수 없어 방황했다고. 그 시절에 접한 '비파사나 명상'은 그에게 눈이 번뜩 뜨이는 체험이 됐다. 실제로 접하기 전까지 명상이 온갖 복잡한 신비주의 이론들로 가득한 행위라고 생각했지만 가르침이 대단히 실용적인 것임을 알고 나서 무척 놀랐다고 한다. 



아무것도 하지 마세요


"숨을 통제하려고도 하지 말고, 숨을 특정한 방식으로 쉬려고도 하지 마세요. 그것이 무엇이 됐든, 그저 지금 이 순간의 실체를 관찰하기만 하세요. 숨이 들어오면 지금 숨이 들어오는구나, 하고 자각할 뿐입니다. 숨이 나가면 지금 숨이 나가고 있구나, 하고 자각할 뿐입니다. 그리고 초점을 잃고 정신이 기억과 환상 속에서 방황하기 시작하면 지금 내 정신이 숨에서 멀어져 방황하는구나, 하고 자각할 뿐입니다." 그것은 그때까지 누군가 내게 해준 말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었다.

-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 중



그가 명상을 통해 알게 된 것은 '자신을 자세히 관찰하면 할수록, 순간순간에도 지속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이었다. 무수한 생각들은 머릿속에서 흩어지고 방황한다. 자신의 정신을 통제하기란 그토록 힘들다. 이때 "행복감이나 황홀경 같은 '느낌'이 아니라 열, 압력, 고통 같은 세속적이고 일상적인 '감각'을 관찰하라"는 가르침을 받았다고 한다. 화가 나는 상황을 생각해보자. 우리는 분노의 대상, 즉 일어난 일이나 누군가 한 말에만 집중한다. 하지만 분노는 신체의 감각에 반응할 뿐이다. 명치에서 타는 듯한 몸의 고통을 있는 그대로 관찰하다 보면, 고통은 바깥의 대상에서 온 것이 아닌 나 자신의 정신이 불러일으켰다는 사실을 알 수 있게 된다고 한다. 이것이 고통의 발생을 그치는 첫걸음이며, 명상을 통해 얻은 가장 큰 깨달음이라고 유발 하라리는 말한다. 


비파사나 명상 수련의 핵심은 정신을 관찰할 때, 오직 자기 자신의 경험과 실제로 맞닥뜨리는 실체에만 집중해야 한다는 점이다. 명상에 관한 모든 기술과 철학적 추측, 즉 명상에 관한 신비롭거나 특별한 체험을 추구하는 데 나서지 말고, 실제 스스로의 감각에만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다. 


유발 하라리는 역사가 진행됨에 따라 인류는 더 복잡한 이야기들을 만들어왔고 그럴수록 우리가 진정 누구인지 알기가 점점 어려워졌다고 말한다. '알고리즘'의 시대 속에서 우리가 '나 자신'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은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누군가에게 지배받고 있는지도 모른다. 저자가 말했듯 선택의 여지가 남아있는 지금, 자신이 진정 누구인지 탐사를 시작해야만 한다. 명상으로 탐사의 발걸음을 떼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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