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호 Jul 24. 2019

GTD를 알기 전과 후로 나뉘는 할 일 관리

‘문 앞에 두기’의 기술



회사에서 나눠준 노트에 할 일들을 주르륵 쓴다. 마감 기한이 중요한 일들은 위클리 노트에 쓰기도 하고, 자잘하게 챙겨야 하는 일은 빈 노트에 나열하기도 하고, 갑자기 생각난 일은 눈에 보이는 포스트잇에 휘갈겨 써놓기도 한다. 딱히 놓치는 일 없이 할 일들을 끝냈으니 일을 못했다고는 할 수 없다. 왠지 모르게 머리가 뒤죽박죽인 건 기분 탓, 자꾸 사소한 일들을 깜빡 잊는 건 멍청한 탓이려니 하고 만다.


재택근무를 시작하면서도 할 일 관리의 틀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회사 노트가 노트 앱 노션(Notion)으로 바뀌었다는 것 정도. 여전히 둥둥 떠다니는 할 일들로 머리는 지끈거렸다. 데이비드 앨런의 GTD, Getting Things Done(한국어 제목: 쏟아지는 일 완벽하게 해내는 법)는 그런 나의 할 일 관리를 근본부터 바꿔놓았다. GTD는 왜 우리의 할 일들이 머릿속에서 뒤엉키는지, 뇌의 작동 원리로부터 시작해 구체적인 할 일 관리 방법을 제시한다.


GTD의 가장 큰 수확은 할 일을 모두 해내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든가 더 빨리 많은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든가 하는 것이 아니다. 수많은 할 일들에 대해 스트레스를 덜 받으며 다루는 방법을 알게 됐다는 것이다. 일에 끌려다니지 않고 가벼운 뇌로 일하기 위해, GTD(Getting Things Done)가 필요하다.


"뇌를 깨끗이 비워라. 그게 위를 비우는 편보다 나을 것이다."

- 미셸 드 몽테뉴




여러 가지 구체적인 기술과 단계에 맞춘 방법들이 나오지만 GTD의 핵심 세 가지를 요약하자면 '뇌 용량'의 한계를 아는 것, '문 앞에 두기'의 기술로 뇌에 있는 모든 것을 끄집어내는 것, '다음 행동'이 있는 할 일을 정하는 것이다.


| '뇌 용량'의 한계 |

GTD는 뇌 용량의 한계를 아는 것에서 시작한다. 뇌가 기억하고 저장할 수 있는 용량은 생각보다 적고, 적은 일거리가 들어있을수록 뇌는 높은 수준으로 기능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미완의 일들은 무의식 중에 뇌에 쌓이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과부하 상태가 되어도 의식조차 못한다고 한다. 수많은 뇌 인지과학 연구들은 우리 뇌의 정신적 과부하가 집중을 방해함을 입증한다. 할 일이 머릿속에 맴돌아 개운하지 않은 기분을 느끼거나, 자주 사소한 일들을 깜빡한다면 뇌 용량이 한계 지점에 있다는 신호다.


| '문 앞에 두기'의 기술 |

뇌의 과부하를 피하고, 고도의 집중 상태로 일하기 위해서는 먼저 뇌에 들어있는 것들을 모두 끄집어내야 한다. 학교 가기 전에 준비물을 현관문 앞에 두고 잔 적이 있을 것이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뇌가 기억해야 하는 일을 밖으로 끄집어내고, 문 같은 외부에 맡겨둔다. 이런 '문 앞에 두기'의 기술을 모든 할 일에 적용하는 것이다. "문 앞에 일을 놓아두면 기억 기능에서 해방된 머리는 굉장한 기능을 발휘한다” 라고 저자는 말한다. 뇌가 기억하게 하지 말고 일단 모두 꺼내 두자. 한결 스트레스가 줄어들 것이다.


| '다음 행동'이 있는 할 일 |

할 일들을 끄집어냈다면 '다음 행동'이 있는지 점검하는 것이 마지막 핵심이다. 저자는 GTD 세미나에 참석한 사람의 예를 들어 설명한다. 한 사람의 할 일 목록에 '자동차 정비'가 있다. 정말로 '자동차를 정비한다'가 다음 행동일까? 작업복을 입고 직접 손에 스패너를 들고 자동차로 가지 않는 한, 이건 다음 행동이 아니다. 다음 행동이 뭐냐고 물으면 그 사람은 그제야 말한다. "다음 행동은... 차를 정비소에 가져가야 합니다. 정비소에 전화해서 예약을 해야겠네요. 그런데 제기랄... 전화번호가 없네요. 정비소 이름이 뭐였더라..." 부끄럽지만 내 할 일 목록도 '자동차 정비'와 같은 것들로 가득했다.



GTD 방법론을 적용해 뇌를 비우고, '다음 행동' 중심으로 할 일 목록들을 다시 적어봤다. 내 할 일 목록에 있던 '유튜브 콘텐츠 기획'은 '에피소드 주제 5개 정하기', '시나리오 보드/스크립트 만들기', '메인 화면 디자인하기'로 바뀌었고, 둥둥 떠서 압박감만 주던 할 일이 손에 잡히기 시작했다. OKR로 목표와 결과의 상위 기준을 세웠다면(참고: 구글의 목표 달성 방식 OKR), GTD로 실행과 가장 맞닿아 있는 하위의 할 일들을 '해' 보기를 추천한다.


"모든 일거리들을 관리하는 열쇠는 행동을 관리하는 것이다."

- 데이비드 앨런




쏟아지는 일 완벽하게 해내는 법

데이비드 앨런


목차


일을 깔끔하게 처리하는 기술

1 새로운 현실에 맞는 새로운 실천방법

2 자신의 삶 통제하기: 업무 흐름을 지배하는 다섯 단계

3 프로젝트를 창의적으로 진행하기: 프로젝트 계획 수립의 5단계


최소의 스트레스로 생산성 실현하기

4 시작하기: 시간, 공간, 도구 마련하기

5 수집하기: '일거리'들을 한 곳에 모으기

6 명료화하기: 수집함 비우기

7 정리하기: 적절한 시스템 구축하기

8 검토하기: 항상 기능적이고 최신 정보가 담긴 시스템 유지하기

9 실행하기: 최선의 행동 선택하기

10 프로젝트 통제하기


GTD 핵심 원칙들의 힘

11 수집 습관의 힘

12 다음 행동 결정의 힘

13 결과에 초점을 맞출 때의 힘

14 GTD와 인지과학

15 GTD 숙달 경로


매거진의 이전글 잘 자는 사람이 이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