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3.10
내가 보는 너의 순간과
네가 보는 나의 순간이 같지 않다는 건
신기한 일이다.
어느 순간의 무엇이 예뻐보였다고 쓴
너의 글씨가, 엽서에 적혀있는
너의 시선이 간질간질하게 읽혔다.
난 예쁜 사람이 아닌데,
예쁘다고 하니까
아무래도 너는 나를 좋아하나보다 생각했다.
- 너가 처음에 나를 좋아한다고
생각했을 때, 왜 좋아하는구나
생각했어?
- 음, 일하다가 시계를 봤는데,
언니가 뭐하고 있을지 궁금했어.
'이 시간 쯤이면 뭘 하고 있겠구나'
알고는 있지만,
그런 거 말고.. 그냥 더 궁금했어.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건 어떤건가 잠깐 생각했다.
굳이 언젠가의 헤어짐이
가정되어 있지 않은 편이
나을 수도 있는데,
왜 좋아한다는 마음은 둘 만의 의무가
약속된 관계를 원할까.
너의 사사로운 일상에
나의 사사로운 의견을
전달할 권리 같은 것이 왜 필요할까.
좋아한다는 건
어쩌면 진부할지도 모르
그 관계속에서만 유효한 것들의
집합일지도 모르겠다.
가끔 낯간지러운 마음이 들 때면,
나는 그냥 너를 보고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