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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llustrator 서희 May 14. 2021

좋아해.

21.03.10








내가 보는 너의 순간과

네가 보는 나의 순간이 같지 않다는 건

신기한 일이다.


어느 순간의 무엇이 예뻐보였다고 쓴

너의 글씨가, 엽서에 적혀있는

너의 시선이 간질간질하게 읽혔다.


난 예쁜 사람이 아닌데,

예쁘다고 하니까

아무래도 너는 나를 좋아하나보다 생각했다. 





  - 너가 처음에 나를 좋아한다고

    생각했을 때, 왜 좋아하는구나

    생각했어?


  - 음, 일하다가 시계를 봤는데,

    언니가 뭐하고 있을지 궁금했어.

    '이 시간 쯤이면 뭘 하고 있겠구나'


    알고는 있지만,

    그런 거 말고.. 그냥 더 궁금했어.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건 어떤건가 잠깐 생각했다. 


굳이 언젠가의 헤어짐이

가정되어 있지 않은 편이

나을 수도 있는데,

왜 좋아한다는 마음은 둘 만의 의무가

약속된 관계를 원할까.


너의 사사로운 일상에

나의 사사로운 의견을

전달할 권리 같은 것이 왜 필요할까.  


좋아한다는 건

어쩌면 진부할지도 모르

그 관계속에서만 유효한 것들의

집합일지도 모르겠다.


가끔 낯간지러운 마음이 들 때면,

나는 그냥 너를 보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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