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터의 사사로운 작업노트, 인사.
저는 사람이 많은 곳에서 자꾸 도망 다니는 버릇이 있어요. 언제 저를 구독해주시는 분들이 이렇게 두 자리 숫자가 되었을까.. 새삼 신기하다 생각하면서 글을 쓰고 있습니다.
하지만 방금 말씀드렸던 그 버릇 때문에, 브런치에선 자주 뵙진 못했던 것 같아요. 불쑥 올라온 글에 이 사람이 누구였지 생각하시겠지만.. 괜찮아요! 사실 누군지 한 번도 말 한적 없으니까..!
그리고 저는 매번 결심하는 저를 발견하고 있습니다. 브런치에 와서 글을 쓸 때마다 '솔직한' 글을 '성실하게' 써야지, 그리고 몇 년째 나도 내 이야기를 쓰는 일러스트레이터가 되고 싶어! 말로만(?) 떠들면서 쪼개진 자아를 들고 여기저기서 쫌쫌따리 빼꼼 돌아다니기만 하고 있어요.
이쯤 되니 아마 마흔쯤 되어도 그러고 있을 것 같네요. 그냥 그런가 보다 해 주세요. 불쑥 글쓰기 민망해서 괜히 이런저런 얘기로 말문을 트는 중이구나...하고..
그리고 답지 않게 약간 비즈니스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저 올해인가 브런치에 썼던 글과 메모장에 있던 글을 모아 소소한 독립출판을 했어요!
아마 인스타 계정을 알고 계시는 분이 있다면 이미 몇 번 보셨을 텐데(부끄), <약간은 개인만족입니다>라는 드로잉 단상집을 만들었습니다. 표지는 책방 <지구불시착>의 택수 사장님이 디자인 레이아웃을 주셨어요. 덕분에 진짜 힙해 보이는! 독립출판물다운 표지를 완성했습니다!
100권 소량 인쇄라 입고는 못하고.. (입고하면 저에게 900원이 남더라고요. 엉엉..) 종종 혼자 팔았는데.. 네.. 혼자 팔고 있어요. 그래도 이제 30권 남짓 남은 것 같아요... 며칠 전에는 결심하고 아이디어스도 만들었어요. 혹시 책이 궁금하신 분이 있다면 아이디어스 링크가.. 여기.... 여기..
아이디어스에는 <도래무아>라는 이름으로 올라가 있는데요. 저 이름으로 사업자를 등록했어요! <아무래도>를 거꾸로 읽은 말이에요. 제 말 습관이기도 하고 책 제목으로 하려고 했던 말인데, 지인이 "아무래도.. 아무도 안 살 것 같다." 하셔가지고 책 제목으로는 그만두고, 브랜드 명으로 만들어봤어요.
그리고 요 며칠 동안은 아무도 안 읽는 글을 혼자 쓰다가, 아니 내가 브런치 계정이 있는데 왜!? 하는 생각이 번쩍 드는 거예요. (이 생각의 결론까지 도달하게 한 조언자:요정)
근데 사실 (제 생각에) 브런치는 이미 전문적인 분들이 전문적인 콘텐츠들을 최고최고로 만들고 계시기 때문에 약간 발을 담그고 있기가 민망했거든요. 제 주 분야는 일러스트라고 생각해서 더 그랬던 것 같아요.
하지만! 조금 더! 이러한 부끄러움을 던져버리고! 내가 이미 만들어놓은 작업노트가 있는데! 어디 가서 뭘 하고 있는가! 하트도 열두 분이나 찍어주셨는데! 엉엉.. 하는 마음으로 글쓰기 창을 연 것입니다. 그런 것입니다.
일단 책을 마무리하면서 새로 추가한 글들도 있고, 이미 써 놓은 작업노트들도 몇 개 있어서 브런치 계정 만든 이래 가장 빠른 주기로 업로드해 볼게요. 복붙 말고 예쁘게 담아 올 것입니다.
그럼 다음 글로 만나요. 메리크리스마스 하트 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