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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기 May 22. 2024

아내와의 만남

나의 결혼생활. 1

아내와는 대학 때 만났다.

동아리 활동으로 야간학교 교사를 하고 있었는데, 동아리 친구가 같은 과 여자동기들이랑 미팅을 주선한다고 해 다른 친구와 둘이 나갔다. 연애에 그다지 흥미가 없었고, 다른 친구 역시 이래도 흥 저래도 흥 하는 친구라 미팅이 재미있을 리 없었다. 카페에서 커피 한잔을 마시고, 밥도 안 먹고 야간학교에 수업하러 가야 한다고 헤어졌다.

그리고, 몇 달 후에 갑작스럽게 영장이 나와 강원도로 입대를 하게 됐다.

군대에서 유일한 탈출구라곤 독서밖에 없었다. 동아리 선후배들이 보내온 책과 편지가 낙이었다. 도입부가 하도 지루해서 몇 번이나 시도했다가 포기했던, '장미의 이름'을 군대에서 읽을 수 있었다. 

휴가를 나올 때마다 동아리를 찾아갔는데, 동아리 사람들은 얼굴이 몰라보게 변했다며, 사실은 살이 왜 이렇게 쪘냐며 신기해했다. 그렇게 신기해하던 것이 병장이 되자 사라졌다. 제대할 때가 다가오자 쪘던 살이 빠지고 입대할 때 수준으로 돌아왔다. 


입대 전 1학년때 공부를 어지간히 안 해서 제대하면 공부를 좀 해야겠다 싶었다. 1월 말에 제대를 했는데, 제대하고 얼마 후부터 도서관에서 살다시피 했다. 살면서 좀 쉬엄쉬엄해라 하는 말을 딱 한번 들었는데, 그때였다. 살면서 공부하다가 코피를 딱 한번 흘렸는데, 그게 그때였다. 

6시 반에 일어나 도서관에 가서 밤 10시쯤 돌아오는 생활을 반복했다.

그러면서도 잠깐 연애 비슷한 걸 한번 했는데, 소개팅으로 다른 과 후배와 세 달 정도를 만난 적이 있다. 생기 발랄한 후배를 처음 만나다 보니 맘이 끌렸는지 짧은 기간이지만 열심히 연애를 한 거 같다. 그 후배와 헤어지게 된 계기가 좀 우스운데, 학교 안을 걸어가다가 과 선배를 만날 때마다 오빠오빠 하는 게 너무 보기 싫었다. 그래서, '넌 아무나 오빠냐'라는 말을 시작으로 몇 번 다투다가 결국 헤어지고 말았다. 그만 만나자고 하던 날 비가 많이 왔는데, 저녁에 집으로 '오빠, 왜 안 와?'라며 울면서 전화가 왔다.

비가 오면, 말하지 않아도 어디에 있든 우산을 가져다 줬는데, 헤어지자고 단호하게 얘기했으니 더 갈 이유가 없었다. 그렇게 짧은 연애가 끝났다.  


그러다가 아내를 다시 만났다.


아내는 이미 졸업을 한 상태였고 임용고시를 재수 중이었다. 공부를 잘했고, 성적도 좋다고 들었는데 웬일인가 했다. 도서관 4층에 야외 휴게실이 있었는데-지금으로 말하면 테라스-, 거기서 친구랑 수다를 떨고 있으면, 아내도 친구들과 자판기 커피를 마시러 나오는 걸 몇 번 볼 수 있었다. 그땐 그저 고개만 까딱, 인사를 주고받았을 뿐이었다. 

미팅을 주선했던 친구도 임용고시 재수를 하고 있었는데, 그 친구가 또 다리를 놔줬다.

나와 아내 사이를 오가면서, **가 너 좋다는데, **가 너 좋대. 이러면서 시키지도 않은 오작교 노릇을 한 거였다. 

야외 휴게실에서 얼굴을 마주칠 때마다 고개만 까딱하다가, 어느 날인가 용기를 내 커피 한잔 하자는 말을 했다. 거절당한다 해도 크게 속상할 일은 없다 싶어 일단 두드렸다. 


임용고시를 일주일 앞둔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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