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기 May 17. 2024

나의 사업 이야기. 8

이런 사람은 피하자

A는 나보다 나이가 많은 형이고, 함께 대학원을 다녔다.

그는 아는 사람이 많았고, 그걸 늘 자랑스러워 했다. 경력이 꽤 화려해서(?), 유명하다는 IT 기업 여러 곳을 거쳤고, 대표도 했었다고 했다.


내가 알고 지내던 당시에는 여러 개의 회사에 발을 걸치며, 매월 엄청난 돈을 벌고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우습긴 한데, 한번은 술자리에서 휴대폰 문자를 보여주며 '이게 다 오늘 들어온 월급이네, 한달에 세번 정도 이렇게 들어와' 하며 자랑한 적이 있다. 같이 있던 우리는 와..형 잘 먹을께요~ 이랬다.

내가 사업을 시작한 걸 알고는, '내가 뭐 도와줄 거 없니?', '누구누구 소개 시켜줄까?'하며 당시 IT쪽의 엄청난 인물들을 몇 명 거론하기도 했다. '걔는 나랑 무슨 사이고, 걔는 나랑 또 어떤 사이고'하며 그들과의 인연을 자랑했다.

그러게 많은 인연을 자랑하고, 따로 연락해서 식사하며 같이 할 수 있는게 뭐가 있는지 찾아보자는 둥, 누구 소개해줄테니 만나봐 라는 식으로 얘기했지만, 그 형의 본 모습을 알기까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 형이 만들고 이끄는 모임이 하나 있었는데, 꽤나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자리였다. 100명 이상이 모이니까. 비용의 상당 부분을 본인이 부담하고, 주변으로부터 협찬도 받고 하는 그런 자리였다.

참가 대상은 본인이 만든 커뮤니티 카페 구성원들, 본인이 발을 걸치고 있는 회사 사람들 뭐 그랬는데, 본인이 친하다고 생각한 동기들도 초대를 했었다. 그 초대라는 것이 '이런 거 하는데 시간있으면 밥먹으러 와~' 정도 였다.


행사 당일, 친한 동기와 만났는데 거기 가볼까?하고 얘기가 나와서, '그래, 가서 밥이나 먹고 우리끼리 술 마시러 가지 뭐'하고 가볍게 갔다. 꽤나 많은 사람들이 모이고 있었고, 주최자 답게 여기저기 다니면서 인사를 하고 있던 형은 우리를 보자, 다가와서 한마디 했다. '잘 왔다. 밥 맛있으니까 먹고가. 인사는 이따 또 하자'


한참 행사를 하던 중에 동기 한명이 또 왔다.

그때 우리로선 첫번째 당황스런 일이 생겼다.

한참 행사를 진행하던 형이, 마이크로 뭐라 떠들다말고 입구로 뛰어가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제 막 들어온 동기의 손을 잡고 인사를 하곤, 이 친구는 이런 사람이다..라며 느닷없이 마이크로 소개를 하는 것이다.

-전혀 그런 분위기가 아니었는데.

그 친구가 운영하던 회사는 꽤나 알짜 회사로 우리 동기들 사이에서도 소문이 나 있었는데, 당시 이 형은 그 친구가 운영하던 회사와 일을 만들려고 하던 중이었다. 그 친구가 나이는 한참 어렸지만, 이 형은 동기 모임에서조차 **대표라는 호칭을 고수했었다.  

손사래를 치며 우리 근처로 온 그 친구는, '아, 형. 좀 당황스럽게 하네.'하며 웃었다.

우리도 '그저' 웃을 수 밖에.


식사 자리에서 두번째 당황스러운 일이 생겼다.

나와 동기들은 이 형이 발을 걸치고 있는 회사의 사람들과 같은 테이블에 앉게 되었는데, 이 형이 어디선가 나타나서 소개를 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때의 느낌은 약간 결혼식때 신혼 부부가 테이블마다 돌아다니며 인사하는 듯한 모습?

'저 분은 **회사 홍보팀장님 ***'

'저분은 **회사 마케팅 실장님 ***'

'여기 이 친구는 **방송 **담당기자님인 우리 동기'

'여기 이 친구는 **회사 대표님인 우리 동기'

'여기 이 분은 **벤처하고 있는 우린 동기'

'여기 이 친구는...음,,, 그냥, 우리 동기'


나는 봤다. '그냥,' 우리 동기가 어색하게 웃는 모습을. 당시 그 동기는 막 회사를 그만두고 창업에 나선 참이었다.

웃으며 소개를 마친 그 형이 사라지자, 우리는 빠르게 식사를 마치고 현장을 빠져 나왔다.

그리고 우리끼리 자리를 옮기며 늦은 밤까지 술을 마셨다. 물론 '돈 잘버는' 회사 대표님이 쐈다.


그날 나는 그 형이 사람을 판단하고, 취급하는 준과 수준에 대해 알게됐다.

그 형의 판단 기준은 1)내게 도움이 될 지 2)어느 정도의 밸류가 있는 직장이나 포지션을 갖고 있는지 3)어느 정도의 자산이 있는지 였고, 그 형이 사람을 취급하는 방식은, 병풍 같은 것이었다.

호가호위라는 말과 잘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냥 직장 다니는 동기'를 뺀 세명은 그 형에게 그날 좋은 병풍이 되었고, 그중에서도 나중에 등장한 **대표는 값나가는 병풍이었던 것이다.


사업을 하다보니, 직장 생활을 할때보다 인간 관계의 넓이와 깊이가 많이 달라진다. 혹시 하며 나갔다가 역시 하며 파하게 되는 만남이 대부분이지만, 그 혹시때문에 또 사람을 만나게 된다.

불러서 나가고, 스스로의 의지로 찾아서 나가고, 소개해준다고 나가고, 맨 땅에 헤딩하는 식으로 그냥 두드리는 경우도 많다.

사람들을 많이 만나다보면 가끔 좋은 사람, 좋은 인연이 생기기도 한다. '타율은 낮지만'

그러나 많은 경우, 내가 기대한 경우는 드물고, 아, 사업에나 더 집중할 걸 하는 생각을 할 때가 많았다.


A라는 형의 기억은, 사업을 하면서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에 대한 기준을 만들어 주었다.


누구 누구 소개해줄까? (말만 하고 끝)
그거야 내 전문이지. 알아봐 줄까? (무슨 전문이야. 감감무소식)
아, 걔. 나랑 친하지 (뭘 잘알아. SNS 친구면서)


이런 말 하면서 다가오는 사람을 조심하자.

매거진의 이전글 나의 사업 이야기. 7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