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를 묻는다면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할까. 최초에 분명 시작점이 있었을 텐데 이제 와서 어느 누가 정답을 확신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나는 우리나라 교육 문제를 생각할 때 닭과 달걀의 관계를 떠올린다. 모두가 한 목소리로 비판하는 게 현행 입시교육 이건만 제도를 바꾸는 건 결국 사람 아닌가. 수능 출제 방식을 바꿔보겠다고 야심 차게 전 국민 발표를 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결국엔 현행 유지 쪽으로 기우는 것이 현실이다. 한걸음 떼기가 그렇게 힘들다. 한 번은 모 대학의 교수로부터 2022년 시행되는 개정 교육과정의 의미와 목표에 대한 연수를 들은 적이 있다. 그는 비인간적인 학업 경쟁에서 벗어난 맞춤형 학생중심 교육이라는 거창하고도 아름다운 목표를 한껏 강조했다. 거기까지는 오케이. 사적인 얘기 몇 마디 하겠다며 본인 자녀 얘기를 슬쩍 꺼냈을 때 나는 제도와 사람 사이의 모순적 관계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자신이 그토록 강조하던 아름다운 이상과 그 훌륭한 목표를 본인의 자녀에게는 적용시키지 않았다. 그는 두 개의 자아를 가지고 필요할 때마다 변신하는, 대한민국의 무수히 많은 학부모들 중 한 명이었다. 제도의 문제는 맞는데 결국 그 제도를 붙들고 있는 것도 사람이다.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 의미가 무색해지는 그런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며칠 전 각 분야 전문가들이 포스트 코로나로 인한 변화된 세계를 분석해놓은 책을 읽었다. 정치, 사회, 경제 등 다양한 분야가 목차에 쭉 이어지다가 제일 마지막 파트에 교육이 나왔다. 교육의 중요성은 누구나 강조하지만 논의 대상에서는 항상 후순위임을 여기서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내용도 언제나 그렇듯 용두사미였다. 문제점과 현상 분석은 알찼지만 방향성과 대안 제시는 약했다. 온라인 수업이 미래 교육의 중심이 될 것이라는 희망적 메시지를 담았지만 내가 몸 담고 있는 교육 현실과 너무 다른 세계이므로 와 닿지가 않았다. 그동안 기존 교육의 보조 역할 정도였던 원격 교육 시스템이 코로나 시대를 타고 메인으로 등극한 건 사실이다. 그러나 그 기술을 활용하는 것도 결국 사람이다. 온라인 수업을 디자인하는 교사뿐만 아니라 학생과 학부모 모두 제대로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학부모는 교사를 탓하고 교사는 학생을 탓하는 돌고도는 악순환 속에서 미래 교육의 청사진이 나올 수 있을까.
우리는 교육의 본질은 잊은 채 교육열만 높이는 그런 시대에 살고 있다. 학생중심, 창의, 혁신, 융합 등 듣기만 해도 가슴 설레는 키워드로 중무장한 교육 변화의 바람도 고 3 교실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사실 그 어떤 것도 고3이 되는 순간 올 스톱이다. 고3은 코로나도 이겨내는 무적 집단 아닌가. 이 혼란의 시대에도 고3은 꿋꿋이 학교를 지켰고 수능도 문제없이 치러질 것이다. 바이러스도 수험생들의 땀과 노력을 비껴가야 마땅하므로. 수능 시험장에는 별도의 코로나 대비 시험실이 갖춰질 것이고 일부 교사들은 방호복을 입고 감독을 하게 될 것이다. Show must go on. 코로나는 전통적 형태의 교육을 순식간에 바꾸어 놓았다. 덕분에 미래교육에 대한 논의도 활발해졌고 디지털 장비와 원격교육 공간 구축 시기도 앞당겨졌다. 그렇게 미래교육은 다가오고 있다. 그러나 이 변화의 바람이 고3 교실도 통과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지금의 입시제도가 미래교육과 함께 논의되지 않는 한 고3은 늘 별개의 개체로 인식될 것이다. 그리고 지금껏 그래 왔듯이 그 어떤 교육적 이상도 입시제도 앞에서는 맥을 못 추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