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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화 Apr 16. 2024

목련나무 아이의 생일

낮 12시. (점심시간 20분 전) 

자신의 생일이 '나무에 꽃이 필 때'라고 이야기하던 타조의 생일이었다.


"타조야, 이제 나무에 꽃이 피었어. 그럼 타조 생일일까?"

"아니에요. 우리 집 나무에 꽃이 더 피어야 해요. 활짝 피어야 해요."


매일 아침 타조네 집 마당에 꽃이 더 피었는지 물으며 우리는 타조의 생일을 기다렸다.


생일 전 날,  학기 초에 함께 읽었던 '신비한 만남' 그림책을 다시 읽어 주었다.

너의 탄생에는 이런 특별함이 있었노라 말해주며 세상에 온 너는 특별하고 소중한 존재이니

당당하고 멋지게 세상을 살아가자고 하였다.


타조의 생일날.

어제 미리 준비해 둔 케이크를 교실에 옮기느라 평소보다 더 일찍 출근했다.

타조가 오기 전에 교실 냉장고에 넣어두고, 칠판 앞 쪽에는 생일 축하 가렌더도 붙였다.


"타조야 생일 축하해."

"네, 그런데 아침에 엄마가 바빠서 아침은 못 먹었어요."

"어머, 그랬구나. 그래도 이따 집에 가서 가족들과 즐거운 시간 보낼 수 있어. 오늘 하루 즐겁게 생활하렴."


농번기가 시작되며 더운 시간을 피해 일을 해야 하는 타조어머니는 아침에도 더 바쁘셨을 것이다. 


타조의 통합학급 친구들과 생일잔치를 하면 좋을 것 같아 통합학급 선생님과 시간표도 미리 조정해 두었다.

준비되어 있는 생일 케이크와 칠판을 보고는 어리둥절 한 타조는 짧은 머리카락만 쓰다듬는다. 


우리 교실의 생일 파트는 그림책 '열두 달 나무 아이' (최숙희 그림책)와 함께 한다.

축하 노래를 부르고, 4월의 그림책 장면을 읽어준다.

그리고 친구들과 함께 다시 읽으며 축하 인사를 건넨다.



4월에 태어난 너는

목련나무 아이.


봄밤을 환히 밝히는 

등불 같은 아이. 



선생님과 친구들이 전하는 이야기를 듣고는

타조는 "예" 하며 환호를 보냈다.



친구들은 타조를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우리 교실에 어두움이 찾아올 때도

목련꽃처럼 크고 환한 웃음으로 밝혀주는 타조를 생각하게 될 것이다.


타도조 친구들의 그런 지지와 응원을 받으며

어둠 속에 빛을 밝혀 주는 사람으로 성장할 것이라 믿는다. 

나 혼자만이 아닌

부모, 친구, 선생님, 이웃, 그리고 보이지 않는 또 다른 도움의 손길을 통해

나의 뿌리를 이 땅에 단단히 내리며 그렇게 자라난다.


우리는 모두 그렇게 세상에서 자리한다.

자신의 꽃을 피우기를 응원한다.

꽃 피우지 못하더라도 괜찮다.

누군가는 다른 이가 피운 꽃을 따라가 

그 아름다움을 봐주는 사람이 되어도 좋다.


그렇게

네가 있고, 내가 있어 어울리는 우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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