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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화 Mar 22. 2024

그 남자들의 인디언식 말하기


한결같은 것은 아무것도 없는 달(아라파호 족)

연못에 물이 고이는 달 (퐁카 족)


어느 인디언들이 3월을 부르는 말이다.


어디에선가 인디언들은 그 사람이나 계절 등을 특징 지을 수 있는 이름을 붙인다고 보았다.

그래서 한때 인디언식 이름 짓기도 유행이었다.

내 생년월일로 이름을 지어보면 나는 '조용한 나무는 나의 친구'였다.

친구들과 서로의 인디언식 이름을 지어 부르다가, 나는 내 이름이 마음에 들어서 수첩 한 곳에 적어 두었던 기억이 있다.


오늘 국어 수업 시간에 아이들과 나, 가족 소개 책을 만들며 생일에 대해서 물었다.


"타조야, 타조는 생일이 언제야?"

"음... 음..."

"타조 생일 알아?"

"네 알아요. 음..."

한참을 고민하던 타조가 천천히 입을 뗀다.

"내 생일은 꽃 필 때예요."

"뭐라고? 꽃이 필 때라고?" 당연히 1월, 2월, 이런 표현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던 나는 타조의 대답이 너무 귀여우면서 꽃이 필 때라는 그 대답과 타조의 느긋한 말투의 여유가 담겨 있어서 예쁘고 따뜻하게 느껴졌다.

"우와, 타조는 정말 예쁜 계절에 태어났구나? 그럼 3월일까?"

"음... 그건 엄마한테 물어봐야 해요. 엄마가 꽃이 필 때 라고 했어요."

어쩌면 타조가 태어나던 계절, 예쁜 꽃이 가득 이었다는 엄마의 이야기를 들었을지도 모른다.


"힘찬이는 생일이 언제야?"

"음... 나는 눈 올 때."

"뭐라고? 힘찬이는 눈이 올 때구나? 하하하."

힘찬이의 생일은 나의 아이 생일과 같은 날이라서 기억하고 있다. 12월 13일.

타조의 표현을 들은 힘찬이는 자신의 생일을 눈이 올 때라고 이야기했다.


"선생님은 언제예요?"

"그럼 선생님은 수영하면서 수박을 먹을 때. 우리 작년에 학교에서 수영하면서 수박 먹은 게 몇 월이었지?"

"음. 여름?"

"그래 맞아. 선생님은 여름. 7월에 태어났어."


타조의 대답으로 우리는 오늘 자신이 태어난 달을 인디언식 이름을 붙여보게 되었다.

타조의 생일은 4월이었다.

4월이라고 부르는 것보다, '꽃이 피어날 때 태어난 타조'라고 부르니, 타조의 다정함이 훨씬 더 부드럽게 다가온다.

12월에 태어난 힘찬이가 아닌 '눈이 펑펑 내 일고 산타할아버지가 오기 전에 태어난 힘찬이.'라고 부르면 당장이고 산타할아버지가 우리 교실에 짠하고 나타날 것 같다.


가만 생각해 보니 이 대화, 누군가와의 기억이 스친다.

신랑과 결혼을 준비할 때도 비슷했다.

신랑과 결혼을 앞두고 가족들 생일을 알아두어야 할 것 같아 물었다.

"오빠, 아버님 생신은 언제야?'

"아빠? 가을즈음이었던 것 같은데?"

"그게 뭐야. 그럼 어머니는?"

"엄마는 여름즈음?"

"아니, 부모님 생신도 몰라?"


가족들에게 무심한 남자라고 생각했는데 나름 이 남자의 인디언식으로 생일을 기억하는 것이었구나?!


인디어 체로키 족은 3월을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달이라고 불렀다.

새 학기, 새로운 아이들과 마주하며 마음이 움직이고 있으니 그 이름이 틀리지 않다.


마음이 움직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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