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지원청에서 상담선생님이 학교를 방문해서 진행하는 자살예방교육이 있었다.
내 마음을 보호하기 위한 방법에 대해 교육을 하며
선생님께서는
“내가 힘들고, 마음이 아플 때 누구에게 이야기할 거예요?”
라고 질문하셨다.
갑자기 힘찬이가 번쩍 손을 드는 것이다.
“풀잎반 선생님이요.”
“응? 누구?”
우리 반 이름이 풀잎반이다. 그 이름이 익숙지 않은 상담 선생님께서는 다시 물으셨다.
힘찬이는 다시 말한다. “풀잎반 선생님이요.”
“풀?? 선생님? 그게 누구니?”
힘찬이가 한숨을 푹 내쉰다.
“이윤희 선생님이요.”
“아~ 이윤희 선생님 누구세요?” 하신다.
나는 조용히 손을 들었다. 조용히 들었지만 마음은 조용하지 않았다.
고마움, 감격이 함께 일었다.
힘찬이는 지적장애학생이다.
그 아이가 그 질문에 나를 이야기했다는 것은 이미 우리가 친구가 되었음이라 생각한다.
선생님과 학생이 아닌 힘들 때 생각나고 찾아갈 수 있는 친구, 그것이 나라는 것이다.
나는 아이들에게 어떤 존재로 살아가고 있는 걸까?
아이들의 배움 속도가 느리다고 혼자 전전긍긍하기보다 나의 아이들만큼 나도 나의 속도로 가면 되지 않을까?
아이들의 걸음에 맞추고 함께 걷는 사람.
아이들의 마음을 지켜주기 위해서 나는 더 단단해져야 할 것이다.
그 단단함은 나의 일상을 통해 만들어 지겠지.
하루하루를 보드랍게 채워가는 것이 가장 강함이라는 것임을 알기에
나는 보드랍고 단단하게 나의 일상을 채워가야 할 책임이 있다.
나를 위해서도,
나의 힘찬이를 위해서도, 그리고 또 다른 아이들을 위해서도.
그래서 나는 더 성실하고 기쁘게 나에게 오는 삶을 환대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