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수업 공개의 주제를 급히 바꾸었다.
특별히 학부모가 오시지 않는데, 굳이 그 일정에 맞추어 계획한 수업보다는
늘 하던 차시의 수업을 이어서 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 생각해서 오늘 아침에 출근을 해서 급히 지도안을 바꾸었다.
수업 준비물은 특별히 없었지만
그 시간을 가득 채운 아이들과 나와의 공감과 마음이 연결되어
오늘 책으로 나눈 ‘괜찮아’ 그림책 제목처럼 정말 ‘괜찮다.‘고 생각되던 수업이었다.
나의 장점을 찾고, 이야기해 보고
이것을 보물찾기 놀이로 바꾸어 친구의 장점을 찾아보는 활동으로 전개했다.
아이들의 엄청난 반응에 아이들은 자신의 장점 보물을 친구가 찾을 수 없는 곳에 꽁꽁 감추어 두었고 또 열심히 친구의 장점을 발견하고자 찾았다.
내 장점을 두 가지, 세 가지 찾은 아이들도 있었고 봄이는 장점이 없다고 했지만 모두의 도움으로 장점을 찾기도 했다. 이후 자신감을 찾고는 자신의 장점을 거침없이 찾아 말하곤 했다. 내가 찾지 못한 장점은 서로 발견해 주기로 했다.
완성된 것을 보며 흐뭇하기도 했지만 아이들의 완성시켜준 나의 장점을 보고 고마운 마음에 잠시 멈칫했다.
두 아이가 나의 장점을 써 준 것이 공교롭게 모두 ‘칭찬하기’이다.
나는 칭찬에 인색한 사람인데도 아이들은 나의 그 얕은 마음을 과분한 사랑으로 받아주었다.
더 이상 칭찬을 하지 않으면 안 되게끔 아이들은 그렇게 나를 만들어준다.
나는 나의 아이들을 소개할 때 ‘감사’와 ‘감탄’이 많은 아이들이라고 말한다.
이 작고 소중하고 맑은 아이들이 나를 점점 좋은 사람으로 만들어 준다.
봄이는 수업이 끝날 때
“아, 정말 지금까지 수업 중에 제일 재미있는 수업이었어.”라고 말했다.
내일 더, 잘하고 싶다고 생각한다.
수업이 끝난 고 봄이 와 이야기 나누며 봄이의 안경을 닦아 주었다.
“봄아, 안경 좀 줘볼래? 선생님이 좀 닦아 줄게.”
안경을 쓰고도 늘 얼굴을 잔뜩 찌푸리며 칠판을 보기에 시력이 많이 떨어졌는지 궁금했다.
아이고 봄이 안경이 온통 긁힌 자국이다.
이 안경을 쓰고는 잘 보이던 글자도 안 보일 것 같다.
봄이도 안경이 불편해서 부모님께 이야기 하긴 했다고 하지만 당분간 그냥 기다려야 할 것 같다.
혼잣말로 ’ 우리 봄이 안경 새로 해줘야겠네.‘ 했더니
봄이가 그 말을 듣고는 “선생님, 안경은 해주지 마요. 안 해줘도 돼요. 우리 그냥 아이스크림 가게 가서 아이스크림만 먹고 와요.”
혹시라도 자존심이 상한 걸까 싶어 걱정되었다.
“봄아, 봄이가 안경이 바뀌면 글도 더 잘 보고 그럼 더 잘 읽고 봄이가 열심히 공부할 것 같은데 어때?”
“그래도 안 돼요. 선생님. 선생님도 먹고살아야죠. 선생님이 무슨 돈이 있어요.”
선생님도 먹고살아야 한다니…
봄이 부모님이 자주 하시는 말씀인 게 분명하다.
이어 나에게 위로를 건넨다.
“선생님, 그래도 조금만 참아요. 내가 제빵사 될 거니깐요. 그럼 선생님 커피는 평생 공짜예요 서비스.”
“하하하하. 우리 봄이 덕분에 선생님 커피 값 벌겠네? 그럼 그 돈 모아서 먹고살게 되면 봄이 안경 해줘야겠구나. 맛있는 레시피 더 잘 보이게.”
어쩜 나는 복도 많지
나의 가계부까지 걱정해 주는 이 사랑 많은 아이들과 함께 하고 있으니.
나는 정말 다 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