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다 왔어, 진안

by 소화

지난 11월, 학교 교직원 친목 여행으로 ‘전북 진안’을 다녀온 뒤 네 달 사이에 무려 네 번을 찾았다.

배움터 사전답사로, 배움터로, 그리고 오늘은 아이와 함께.

이렇게 자주 진안을 오가게 될 줄은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다. 집에서 1시간 40분 남짓, 결코 가깝지 않은 마음먹고 떠나야 닿는 거리다.


학교 친목회 총무를 맡아 여행 일정을 준비하며 진안 지도를 여러 번 들여다보았고, 사전답사에서는 미처 눈에 담지 못했던 진안의 자연과 환경을 다시 만났다. 배움터에서는 진안이라는 공간에 스며든 사람들의 이야기를 기록했다. 그리고 오늘, 그 기억들을 아이에게 전해주는 시간을 가졌다.


아이와 다시 진안을 찾게 된 계기는 방학 동안 아이가 읽은 윤일호 선생님의 동화 『거의 다 왔어』 때문이기도 하다. 아이는 책을 읽으며 마이산을, 장승초를 자꾸만 궁금해했다. 문득 돌아보니 교실에서는 아이들과 온작품 읽기를 하며 책의 배경을 몸으로 경험하게 하려고 애쓰면서, 정작 내 아이에게는 그러지 못하고 있었다. 사진으로 보는 마이산과 실제로 마주하는 마이산 사이의 거리는 얼마나 클까.


용담호를 지나 진안으로 들어서기 전, 저 멀리 쫑긋하게 솟은 마이산이 보였다.

“저 산이 마이산이야.”

옆자리에 앉은 아이를 흔들어 깨우자 아이는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우와, 진짜 신기하게 생겼네.”


날씨는 몹시 추웠지만, 아이는 책 속 아이들처럼 꼭 산을 올라야 한다고 고집했다. 그렇게 둘이 나란히 산길을 조금 걷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바람이 매서웠다.

“엄마, 아직 멀었어?”

“거의 다 왔어.”

“어? 책 제목이랑 똑같은 말이네? 산에 오르면 다 이렇게 말하는 거구나. 그럼 아직 멀었다는 뜻이네.”

아이의 해석에 둘 다 한참을 웃었다.


아쉽게도 마이산 탑사까지만 다녀오고, 족욕 카페에서 따뜻한 물에 발을 담그며 몸을 녹였다. 이어 책의 배경이 되는 장승초도 찾아갔다. 배움터 때도 들렀던 곳이라 더욱 보여주고 싶었지만, 학교 안까지는 들어갈 수 없어 조금은 아쉬웠다. 그래도 진짜 장승을 보고, 나무 집에 올라가 보는 것만으로도 아이의 하루는 충분히 채워졌다.


배움터가 끝난 지 일주일이 지났을 뿐인데, 그 시간은 벌써 오래전 기억처럼 아련하다. 다시 진안을 여행하며 그곳에서 함께했던 얼굴들과 말들을 하나씩 떠올려본다. 함께 걷던 길, 배움터를 준비하며 나누던 고민,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던 순간들. 한 도시가 내 안에 온전히 자리 잡기까지는 그렇게 많은 시간과 경험, 사람들이 지나간다.


오늘의 진안은, 지난 배움터에서 받았던 그 다정한 감동을 다시 손에 쥐어보고 싶어서 떠난 여행이기도하다. 겨울 배움터를 통해 배움이란 단순히 수업기술이나 지식을 얻는 일이 아니라, 삶을 마주하는 마음이 조금 더 넓어지는 일이라는 것을 배웠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고, 같은 풍경 앞에서 서로 다른 마음을 나누는 시간. 그 감동이 너무 좋아서, 나만 품고 있기에는 아까웠다.


그래서 아이를 그 시간 속으로 초대했다. 내가 느꼈던 감동의 자리에, 아이의 걸음과 숨결을 살짝 겹쳐놓고 싶었다. 오늘 아이와 나눈 이 하루는, 배움터에서 시작된 마음이 다른 삶으로 건네진 작은 징검다리이다.


이제 이 다정함을 다시 일상으로 가져가려 한다. 함께할 동료들에게, 교실의 아이들에게, 그리고 또 다른 배움의 자리로. 배움터에서 시작된 감동이 이렇게 천천히, 사람을 건너 사람에게로 이어지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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