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너희의 쉼터가 되고 싶어

2020년 3월, 육아휴직 3년 후 복직한 학교 이야기

by 소화


평소에도 참 성실하고 열심히 하는 호태가 1교시부터 컨디션이 안 좋아 보였다.


책상에 누워 있기도 하고 멍한 모습으로...


왜 그러냐고 하니 새벽에 일어났는데 잠이 안 와서 그냥 있다가 학교에 왔고 지금 너무 피곤하고 멍~ 하다고 한다.


1교시는 겨우 겨우 끌어가며 수업을 했고


2교시 시작하려 하는데 호태가 "선생님 저 진짜 죄송한데요. 잠깐만 좀 책상에 엎드려 있으면 안돼요." 한다.



요즘 코로나로 인해 아이들이 쉬는 시간도 없이 1교시 끝나면 바로 2교시가 시작하니

아이는 숨을 돌릴 틈도 잠깐의 쉴 시간도 허락이 안되었던 거다.



잠시 고민할 것도 없이

나는 호태에게 그러라고 했다. 이왕 쉬는 거 교실 독서 벤치에 누워 편히 한숨 자라고...

다른 아이들에게 동의를 구하니 아이들도 모두 괜찮다고 한다.

호태가 누워 있어도 공부할 수 있다고 한다. 참 예쁘다.


정말 누워도 되냐고 하는데 그러라 했다.

아이도 너무 피곤한지 독서 벤치에 누워 몸을 쭈그린다.

에어컨 바람이 오는지 더 웅크리는 자세가 신경이 쓰여

내 옷으로 덮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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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잠시 쉬게 두고

우리는 우리끼리 열심히 수업을 했다.

그런데 다른 아이들이 참 기특한 게

목소리가 자동으로 소곤소곤... 쉬는 호태가 방해될까 그러는 거다.

그 모습이 너무 예쁘고 고마왔다.

내가 뭐라 하지 않아도 자기들끼리 배려하는 모습

정말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예쁨이다.


호태는 잠시 쉬고 일어나더니

하품만 계속 나오고 잠이 안 온단다.


그러더니 "선생님, 제가 뭐 도와드릴 거 없어요?" 그런다.

왜 그러냐고 하니 그냥 고마워서요...라고 하는데

자기의 마음을 이해해 준 나에게 뭐라도 해주고 싶었나 보다.^^ 참 예쁘다.



그래서 나는 호태에게

"호태가 너무너무 힘들어서 쉬고 싶었을 거라고 생각해. 근데 그 이야기를 선생님에게 솔직하게 말해줘서 고마워."라고 했다.

호태는 왜 고맙냐고 했지만, 나는 정말 고마웠다.



호태 어머니가 학기 초 상담을 할 때, 늘 자신감이 없고 자존감이 낮은 아이라 다른 무엇보다 그 점에 부탁을 하셨다.

그래서인지 늘 내 주변에 맴돌던 아이,

멀리서 내가 오는 게 보이면 다른 아이들은 뛰어와 잘도 이야기하는데

오고 싶어도 늘 바라만 보고 있는 아이가 호태다.

그런 호태가 나에게 자신이 힘들다 이야기를 했으니, 내가 어찌 고맙지 않겠어...


또 그런 반 친구를 이해해 주고 기꺼이 독서 공간과 자신들의 이야기 소리를 줄여준 다른 아이들은 또 얼마나 고마운지

올해 만난 이 독수리 오 형제 덕에 나는 정말 행복한 사람임을 느끼고 있다.

아침 출근 길이 처음으로 설레어 보고,

퇴근하고 돌아가는 발걸음이 다시 한번 교실을 돌아보게 만들고...


오늘 아이들과 함께 한 패러디 시 수업,

서로 많이 웃으면서도 그 안에 담긴 우리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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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만들어 준 내 시...

아이들은 나를 선생님이면서, 엄마, 밥 하는 사람, 또 때론 공주 같은 모습으로 보나보다.

그 역시다 예쁘다.


이 아이들과 함께 할 일 년이 참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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