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박 3일 아이 없이 지내기
아이가 처음으로 계란 후라이를 만들어주었다. 물론 그 옆에 바짝 붙어서서 계란을 깰 때는 양 쪽 엄지 손가락을 써야 한다는 것과, 껍질이 들어갈 수 있으니 일단 그릇에 깨보라는 것과, 중간 불에 서서히 익히라는 것과 노른자가 있는 곳까지 뒤집개를 쑥, 집어 넣어야 무사히 그릇에 덜어낼 수 있다는 것을 설명하면서, 몇 번이나 내 손이 앞서 나가려는 것을 애써 참아야 했다.
그 결과 탄생한, 아슬아슬했던 계란 후라이.
아이가 이렇게까지 나에게 '서비스'를 해주는 이유는, 오늘 아이가 여행을 떠나기 때문이다. 아이는 아빠와 함께, 그리고 아빠 친구 부녀와 함께 여행을 가기로 했다. 그 사실을 알고 나서 나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지만 겉으로는 절대로 티를 내지 않았다.
"너무 아쉽당. 엄마도 같이 가고 싶은뎅. 그래도 아빠들끼리 가는 거니까 엄마가 양보할게. 아빠 말씀 잘 듣고 재미있게 다녀와."
이렇게 말하면 아이는,
"나랑 아빠만 가서 어떻게 하지! 엄마 심심하면 어떻게 하지? 엄마, 몰래 우리 따라올래?"
하며 진심을 나를 걱정한다. 그 걱정의 결과물이 이 계란후라이인 것이다.
"엄마 힘내라고 내가 계란 후라이 해줄게!"
얼마 전 친구네 집에 놀러간 아이는, 친구가 혼자서 계란 후라이를 하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혼자서 가스 레인지 불도 켜고, 계란도 깨 넣고, 소금도 착착 뿌리는 게 똑똑해 보였단다. 자기도 하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더니 적당한 핑계가 생긴 김에 이렇게 계란 후라이를 하게 된 것이다.
덕분에 든든한 아침을 먹고 나서 우리 세 가족은 함께 길을 나섰다. 두 사람은 공항으로 향하고, 나는 도서관으로 향한다. 가는 지하철 안에서도 아이는 내내 내 걱정이다.
"엄마, 심심하면 전화해. 알았지?"
그러더니 갑자기 내 그림을 그려준단다.
아이는 지금 즐거울 것이다. 아이의 마음 속에는 친구들과 함께 빠져들 바다에 대한, 오랫동안 나눌 수다에 대한, 함께 즐길 맛있는 음식에 대한 기대감이 가득하다. 가만히 있으면 그 기대감이 입가 위로, 얼굴 위로 피어날 것 같은데, 그게 나한테 미안해서 애써 다른 짓(?)을 하는 것이다. 지하철에서 그림을 그리던 아이에게 인사를 하고 내가 먼저 내렸다.
그리고 곧바로, 아이가 보고 싶어졌다.
늘 이런 식이다. 혼자가 되면 홀가분 할 것만 같고, 그 동안 못했던 일들을 다 해버려야지! 하고 다짐을 하지만 막상 아이와 남편이 없이 혼자가 되면, 그 공허함에 당황해버린다. 마음 같아서는 지금 당장 쫓아가서 비행기 티켓을 끊고 따라가고 싶다.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집으로 돌아왔더니 식탁 위에 이런 그림이 또 하나 놓여 있었다.
아이가 엄마 하고 싶은 거 다하라는 응원을 담아 그려준 그림이다. 이 그림 덕에 나는 외로워진 마음을 붙잡고 책을 읽고 글을 쓸 수 있었다.
어젯밤, 오랜만에 혼자 자는 거라 오래 뒤척이다 잠이 들었다. 오늘 아침 일어난 나는, 시간을 확인하고는 아이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받질 않는다. 한 시간이나 지났을까, 아이에게 전화가 왔다.
"엄마! 왜 전화 했어?"
"보고 싶어서 전화했지!"
"응! 나도 보고싶어."
하지만 나는 안다. 지금 아이가 내가 아닌, 다른 것에 정신이 팔려 있다는 것을. 그것은 창 문 밖으로 보이는 바다일 수도 있고, 가까이에 있는 친구일 수도 있고, 식탁에 놓인 음식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모르는 척 그냥 넘어가주기로 한다.
"그래. 오늘 하루도 안전하고 즐겁게 놀아. 또 전화하자!"
"응. 엄마 사랑해!"
"엄마도 사랑해!"
어딘가 모르게 무미건조한 '사랑한다'는 말을 귀에 담은 채 전화를 끊는다. 웃음이 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한다는 말을 해주는 아이에게 고맙기도 하면서, 그 짧은 순간을 참지 못하고 자신의 감정을 들키는 아이에게 살짝 서운하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오늘 하루도 즐겁게 보내기로 한다. 돌아오기만 해봐라. 마구마구 귀찮게 해줄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