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락에 담긴 사랑

by 소현

해보다 먼저 이 집을 깨우는 건 늘 부엌의 불빛이었다. 밥솥에서 김이 피어오르고, 달그락거리는 그릇 소리와 함께 기름 냄새가 퍼졌다. 아침마다 막내 이모는 누구보다 일찍 하루를 시작했다. 분주한 손길 끝에 내 이름이 불리고, 나는 사랑으로 준비된 하루에 초대되었다.


소풍날이면 부엌은 더 바빠졌다. 참기름 향이 은은히 돌고, 달걀지단이 노랗게 프라이팬 위를 채웠다. 그날의 가방 속에는 보물 상자 같은 도시락이 들어 있었다. 색색의 주먹밥은 고슬고슬 알맞게 뭉쳐 있었고, 카레 향이 스민 밥은 그 자체로 향긋했다. 불고기를 넣어 묵직하게 채운 유부초밥과 당근빛이 도는 작은 김밥도 나란히 놓였다. 문어 모양 소시지는 귀엽게 자리했고, 내가 좋아하던 계란말이도 들어 있었다. 토끼 귀 모양으로 깎은 사과와 향긋한 딸기, 그리고 계란샌드위치까지. 차곡차곡 쌓여 올라간 도시락은 보는 것만으로도 든든했다. 그렇게 완성된 도시락은 때로는 삼단, 때로는 오단으로 겹겹이 쌓여 소풍날 풀밭 위에 펼쳐졌다.


그 도시락은 언제나 내 것만으로 끝나지 않았다. 막내 이모는 두세 개씩 도시락을 더 쌓아 올려 선생님께도 건네고, 친구들과도 함께 나눌 수 있게 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나눠지는 풍경 속에서 이모는 언제나 베푸는 사람이었다. 손재주가 많아 작은 것들을 근사하게 빚어냈고, 그 손끝의 정성이 나를 으쓱하게 만들었다. 내 곁에는 늘 바쁜 엄마 대신, 작은 손끝으로 큰 마음을 빚어내던 막내 이모가 있었다. 그래서 내게 소풍날은 언제나 자랑스럽고 따뜻한 추억으로 남아 있다.


지금도 가끔 도시락이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그래서 자주 피크닉이나 여행길에 직접 도시락을 챙기고, 남편이 멀리 출장을 갈 때도 작은 상자에 음식을 곱게 담아 건넨다. 나에게 그 일은 귀찮음이 아니라 오히려 즐거움이다. 도시락을 준비하는 동안 어린 날의 기억이 되살아나고, 이모의 손길이 겹쳐 떠오른다. 음식을 차근차근 담아내는 그 행위 자체가 사랑을 전하는 방식이 되었고, 나의 마음을 건네는 또 하나의 언어가 되었다.


막내 이모가 내게 남긴 건, 사랑을 어떻게 나누고 건넬 수 있는지, 삶을 어떻게 정성으로 채울 수 있는지에 대한 배움이었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도시락을 싸며 그때의 마음을 되새긴다. 정성스레 음식을 담아내는 순간, 이모에게 받았던 사랑이 다시 내 손끝에 깃든다.

이전 18화기억보다 오래 남는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