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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아나 Dec 27. 2020

박아나의 일상뉴스

굿바이... 2020년

 한 번의 성탄절을 또 보냈다. 내 삶에도, 다른 이들의 삶에도 살아온 횟수만큼의 성탄절이 오고 갔다. 누군가에게는 예수님의 탄생을 축하하는 날, 누군가에게는 하필 이날이 생일이어서 생일 선물을 크리스마스 선물로 퉁친 날, 또 누군가에게는 한해의 마지막 공휴일 중의 하나로 여겨질라나.


 내게 성탄절은 하나님과 가까웠던 어린 시절에는 아주 특별한 날이었다. 작은 교회에서 어린이 성가대 반주를 맡았는데, 성탄절을 위한 작은 음악회부터 연극무대까지 어린이 치고 무척 바빴다.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크리스마스이브에서 성탄절로 넘어가는 새벽에 찬송가와 캐럴을 부르면서 동네를 돌아다녔던 일이다. 뽀얗게 뿜어져 나오는 입김 속에 참 평화가 충만했던 아홉 살 인생은 그렇게 특별한 크리스마스를 보냈다.  


그때는 그랬지만, 지금은 그런 참 평화를 기대하기에는 나도 세상도 바랬다. 특히나 올해는 나보다도 세상이 더 문제라고 생각되는데, 올해처럼 기분이 안나는 성탄절은 몇번이나 더 있었을까. 크리스마스이브에 사랑이 끝나지 않고서는. 나는 이번 성탄절에 트리도 만들지 않았고, 으레 하던 선물 교환 같은 것도 하지 않았다. 성탄절은 아무 잘못이 없다. 늘 오던 대로 왔을 뿐이다. 사실 성탄절 입장에서도 전 세계 많은 사람들에게 외면받은 적은 처음이라 당혹스러울 것이다. 교회나 성당을 찾아 예배를 드리지 못하는 신도들에게도 이번 성탄절은 믿고 싶지 않은 하루였을 것이다. 이젠 교인이라고도 말할 수 없는 나도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어쩌겠는가. 백신이라는 신이 우리를 어서 구원하길 기도하는 수밖에.

크리스마스하면 떠오르는 영화 “나홀로집에” 지금 보니 진정한 집콕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영화였다.

 나아질 것 같으면서도 나아지지 않는 코로나 상황은 우리를 참 평화로부터 멀어지게 만든다. 괜찮은 척하지만 속으로는 부글부글하다. 늘어나는 확진자 수에 불안해하는 사람들도 있고, 이 정도에 뭘 그렇게 호들갑이냐고 문제없다는 사람들도 있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사람들도 있고, 위기가 그대로  위기가 되는 사람들도 있다. 누군가에는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고, 누군가에는 나를 들볶는 시간일 수도 있다. 그 어느 쪽이든 혼란스러운 마음은 어쩔 수 없다.


 뒤죽박죽 어수선한 세상에서 나와 너, 너와 우리의 관계에 대한 정의도 뒤바뀌고 있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었던' 옛날은 역사 속으로 사라질 것만 같다. 독립적이고 주체적으로 성장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지만, 이런 방향으로 이야기가 전개될 줄은 몰랐다. 되도록이면 불필요한 외출은 삼가고, 사람 만나는 일도 거의 줄였지만, 한편으로는 이렇게 계속 살면 우울증 걸리는 거 아닐까, 언제까지 각개전투 방식으로 나의 삶을 개척해야 하는지 외로움이 파고든다. 외로움은 또 다른 어두운 감정으로 확장된다.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행복한 크리스마스 보내세요"라든지 "메리 크리스마스" 같은 문자를 지인들에게 거의 보내지 않았다. 내게 그런 문자를 보내는 사람도 많이 줄기도 했다. SNS에서나 서로를 격려하는 차원에서 댓글로 남기는 정도였지. 그만큼 다들 흥이 안 나는 거겠지. 그 어떤 것에도. 그 와중에 반가운 소식은 있었다. 일본에 있는 친구로부터 크리스마스 카드를 받은 것이다. 카드를 받고서야 답장을 써서 우체국으로 달려갔다. 해외로 편지나 카드를 보낸 게 코로나 이후로는 처음이었는데, 놀래서 돌아 나올 뻔했다. 카드 한 장 보내는데 23000원 아니면 삼사 개월의 시간 중에서 선택해야 했다. 신년카드를 봄에 받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 2주 정도 걸린다는 고가의 EMS를 골랐다. 어디 태평양 한가운데 외딴섬에 사는 것도 아닌데, 아무리 코로나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고립이란 이런 것일까. 뭔가 더 갑갑한 기분이다.

일본에서 온 카드도, 그리고 남편 앞으로 온 미국에서 온 카드도 일반 우편으로 일주일 정도 걸려서 도착했는데 이해가 되지는 않았다. (왜 그런지 궁금하다)

 이번 크리스마스는 있는 듯 없는 듯 보냈지만, 올해를 보내는 인사만은 모두들 한마음 한뜻으로 열심히 할 것 같다. 제발 어서 가라고, 빨리 새해가 왔으면 좋겠다고. 2020년이 잘못한 것은 아니지만, 원망할 대상은 필요하니까. 물론 일주일도 남지 않은 2021년이 온다고 해서 코로나 바이러스가 종식되는 것도 아니고, 새로운 변이 때문에 지금 또 난리긴 하지만, 그래도 희망 비슷한 감정이라도 품어야 덜 우울하지 않을까.


 예전엔 제각각이었던 새해를 맞이하는 소망이 다 똑같을 것 같아 마음이 복잡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두의 1순위 소망일 코로나 종식을 간절히 빌어본다. 올해 코로나 때문에 계획했던 일들이 엎어졌던 사람들은 다시 새로운 꿈을 꿀 수 있길, 절망으로 넘어진 사람들은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희망의 2021년이 되길 진심으로 바라본다.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인생, 아니 세상이지만, 2021년을 위한 신년 계획도 조심스레 세워보겠다. 우리의 소망과 희망은 변이 되지 않길 바라며, 2020년의 마지막 일요일 오후를 조용히 마무리하련다.



## 구독자 여러분, 올 한 해 모두 너무 고생하셨습니다. 새해에는 부디 상황이 괜찮아져서 자유롭게 다닐 수 있길 바랍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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