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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아나 Sep 21. 2018

박아나의 일상뉴스

100세 시대를 준비하는 세 친구

 예전보다 몸은 피곤하지만 아침에 눈을 뜨는 시간이 조금씩 앞당겨지지 않나요? 만약 그렇다면, 저랑 비슷한 또래의 분들이고, 그렇지 않으시다면, 부럽습니다. 부러워. 


 원하지는 않지만 자꾸 아침형 인간으로 거듭나는 나는 아침 시간을 운동을 하러 나가거나 팟캐스트 업무를 처리하는 데 쓴다. 원래 하기 싫은 일은 잠에서 덜 깼을 때 조금 멍한 상태에서 해버리는 게 좋다. 나중으로 미루면 자꾸 미루고만 싶다. 이성이 깨어나기 전에 그렇게 해치우고 나면 저녁 시간에 꿀 같은 여유를 즐길 수 있다. 

원치 않는 아침형 인간도 힘들지만, 아침에 못 일어나는 것도 고역이다.  사진: 서울신문

 최근에 팟캐스트 ‘말하자면’에 출연했던 김민식 피디는 매일 아침 글을 쓰단다. 이른 아침에 글을 올려야 된다고 누가 그런 것도 아닌데, 아침 일찍 일어나 그전에 써놓은 글을 다듬어 올린다.  매일 일기를 쓰라고 해도 그렇게 하기 쉽지 않을 것 같은데, 게다가 출근하기 전에 뭘 쓸 정신이 있긴 하단 말인가. 참 용하다. 그래서 "매일 아침 써봤니?"라는 제목으로 당당하게 책을 낸 게 아닐까. 아침에 올린 그의 글을 읽다 보니, ‘마녀체력’의 저자가 꼽은 “우리를 절대로 배신하지 않는 세 가지”가 눈길을 끌었다. 운동, 외국어, 독서인가 생각했는데, 다음 문장을 보니 정말 그랬다. 운동, 외국어, 독서. 이 세 가지는 꾸준히 하지 않으면, 단기간에 효과를 보기 어려운 것들이다. 그리고 우리를 배신하지는 않지만 우리가 늘 배신해서 문제가 되는 것들이기도 하고. 

김민식 피디, 아니 작가님 그리고 선배님! 얼굴이 약간 짤려서 죄송해요^^ 사진: 위즈덤하우스, 네이버스마트스토어 

 마녀체력을 쓴 이영미 작가는 저질 체력의 편집자로 살아 오다 나이 마흔에 운동을 시작해 마라톤 풀코스를 몇 번이나 완주할 정도의 강인한 체력으로 거듭났다. 자전거 전국 일주를 할 정도의 체력은 일찌감치 갖춘 김민식 피디는 보기만 해도 느껴지는 날렵함으로 걸음걸이 조차 가볍다. 운동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마라톤 완주나 자전거 전국 일주를 꿈꿀 마음도 없는 나도 몸에서 보내는 다양한 신호들 때문에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백화점 세 군데도 돌아다닐 체력을 지녔던 20대의 나는 이제 백화점 한 군데도 가기가 두려운 체력으로 전락했다. 면역력도 떨어졌는지 은근 감기도 잘 옮고, 잘 걸린다. 카페인도 잘 안 받아 그 좋아하던 커피도 끊었다. 건강 검진을 하고 나면 듣는 이야기, "운동하세요." 아... 운동하는데... 많이 부족한가 보다. 사실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앉아있는 시간이 길어지고 그 부족한 운동 시간도 그나마 더 줄어들었다. 한 자세를 계속 유지한 탓인지, 허리도 아프고, 목도 뻐근하고, 손목도 불편하다. 먹고 바로 앉아서 작업을 하니 소화도 안된다. 이런 생활이 지속되면 마녀 체력이 아니라 망할 체력이 돼 버린다. 그렇다. 오래 앉아 있으려면, 건강한 체력이 있어야 한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왜 그렇게 달렸는지 이해가 된다. 마라톤까지는 아니어도 몸을 움직여줘야 글도 오래 쓸 수 있다. 물론 글쓰기 외에 다른 일도 마찬가지다. 

1983년 7월, 마라톤 코스를 역방향으로 달려 생애 첫 마라톤 완주를 했던 모습.  그 이후로 완주를 수십 차례 하였다. 사진: 문학사상제공, 중앙선데이 출처. 

 영어는 영어책 한 권 외워본 적이 없어서 그런지 딱히 내세울만한 실력은 아니다. 관광객 영어 수준으로 떠난 뉴욕에서 지내는 동안 줄리어드 피아노 수업도 듣고, NYU에서 미디어 과목들도 수강하면서 몇 차례 고비-자꾸 발표를 시킨다-는 있었지만, 돌아갈 때가 되니 제법 영어 실력이 늘면서 자신감이 붙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이겠지만, 한 1년만 더 있으면 정말 더 잘할 수 있었는데 하는 아쉬움만 남기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돌아오니 우사인 볼트가 100미터를 달린 것처럼 빠른 속도로 잊어버렸다. 2년의 고행의 시간이 너무 아까워서 처음에는 미드도 보고, 영어회화 선생님과 1:1 수업도 해봤지만, 이런 노력도 오래가지 않았다. 영어를 공부할 동기와 목표를 상실해서인지, 어느덧 나는 자막을 읽고 있었고, 회화 수업을 취소하는 날들이 많아졌다. 가끔 외국인을 만나서 대화를 나눌 때마다 다시 영어 공부 좀 해야지 하는 생각을 언제까지 반복적으로 해야 되는 건지 모르겠지만, 그래서 가끔 스스로를 나무라기도 하지만, 그래도 아직 끈을 놓고 있지는 않다. 요즘에는 읽기라도 잘해야겠다 싶어, 음악 관련 책을 번역하고 있다. 첫 번역 도전인데,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결과물이 어찌 됐든 간에 최소한 단어 실력은 늘겠지. 머리를 쓰니 좀 똑똑해지는 기분도 들고. 

좋겠다. 빨라서.. .저 시간이면 난 50미터밖에 못 달린다. 사진:newsis

 독서는 외국어 공부나 운동에 비해서는 큰 노력이 들어가지는 않는다. 책 외에 특별한 장비나 준비물도 필요 없고, 조용히 앉아서 혹은 누워서, 책을 읽을 만한 공간만 있으면 된다. 그럼에도 책에 쉽게 손이 뻗어지지 않는 이유는 뭘까? 일단 책 말고도 우리의 눈을 사로잡는 매체들이 워낙 많기 때문이다. TV 예능 프로그램이나, 유튜브의 영상들, 그리고 스마트폰의 SNS가 그렇다. 책을 읽기 시작해도 집중하는 것은 또 다른 이야기다. 책 속에 나온 말이 이해가 안 되어서 지식 검색을 하다 보면, 어느새 실시간 검색어를 클릭하고, 결국 인스타그램의 하트로 이어지는 경험은 나만의 경험은 아니겠지. 이럴 때는 앞의 시간들은 싹 잊어버리고,  막 책을 꺼내서 읽기 시작한 것처럼 리셋한다. 이때 책은 두 권을 준비해서 앞에 시도했던 1번 책은 과감히 포기하고, 2번 책으로 넘어가는 것도 방법이다. 


 책을 꾸준히 가까이하는 게 쉽지 않은 건 늘 우선순위에서 밀리기 때문이다. 책은 책갈피를 꽂아 두거나, 아니면 펼친 상태에서 그냥 엎어놓고 언제든 시작할 수 있어서일까. 언제든 다시 읽으면 되지... 하는 마음에 점점 잊히기 마련이다. 흔히 하루 일과 중에 다른 일을 다 처리하고 나서 독서할 여유가 생기는 시간은 잠자기 직전이다. 어떤 경우에는 빨리 잠들고 싶어서 책을 읽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 잠자리에서의 독서는 독서와 수면의 질을 둘 다 만족시키지는 못한다. 책에 빠져 들다 보면 자야 되는 시간을 넘겨 다음날 피곤 예약이고, 반대로 졸음을 참고 읽다 보면 무슨 내용을 읽었는지 잘 기억나지 않아 읽을 때마다 앞으로 몇 장 넘겨 복습을 해야 한다. 어떤 사람들은 잠자리에서 조용히 책을 읽는 시간이 가장 행복하다고 하는데, 수면에서 행복을 찾는 나로서는 솔직히 잠이 먼저다. 침대 머리맡에 읽다만 책들이 탑처럼 쌓아져 있는 걸 보면 알 수 있지 뭐. 

침대 머리맡에 두서없이 놓인 책들... 언제적 사피엔스냐. 

 나는 아침형 인간이라면 일어나자마자 30분 독서 시간을 갖거나, 그게 어려우면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는 법을 추천하고 싶다. 눈을 뜨자마자 읽은 내용들은 의외로 쏙쏙 잘 들어오고, 점심시간에 잠시 짬을 내거나 차 안에서 이동 중에 읽는 페이지 수도 쏠쏠하다. 이렇게 꾸준히 읽으면 내 삶이 더욱 풍성해짐을 느낄 수 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똑같은 세상이 좀 더 잘 보인다.

책과 친하면, 안경을 벗어도 세상이 더 잘 보이는 느낌이랄까. 사진:픽사베이, famtimes

 운동, 외국어, 독서. 꾸준히 하면 내 삶에 윤기를 더해주는 친구 같은 존재, 아니 친구들이다. 진짜 사람 친구는 떠날 수도 있지만, 이 친구들은 나를 배신하지 않을 테니, 항시 가까이 두고 교류를 하는 것이 내 정신 건강에도 좋지 않겠는가. 누군가는 다 필요 없고, 백세시대를 준비하려면 돈이 제일 필요한 거 아니냐고 할지도 모른다. 나도 많은 부분 공감하지만, 안타깝게도 돈 버는 일과 나는 거리가 멀기 때문에 그럴싸한 조언을 드릴 수 없음을 양해해 주시길. 아!  돈을 버는 법은 몰라도 아끼는 일은 이미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운동으로 건강해져서 병원비와 약값을 줄일 수 있고, 쇼핑할 시간에 책을 읽으며 마음의 부자가 되니 또 돈이 절약되고. 그럼 외국어는? 외국어는... 음... 잘 배우면 그 덕에 취직 잘 돼서 좋고, 나중에 자식들 학원 안 보내고 내가 가르칠 수도 있으니까 일종의 투자 개념으로 괜찮지 않나. 그러고 보니 이 친구들, 앞으로 잘 부탁하네. 내 마음이나 변치 말라고?

영화 친구. 배신의 친구들... 사진 :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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