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아파?

by 소이

"어디 아파? 아파보여."

탕비실 가는 길에 마주친 동료직원이 걱정그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네? 아뇨. 저 안 아픈데요."

너무나 멀쩡한 상태임을 증명하고 싶어서 오바스럽게 눈을 더 똥그랗게 뜨고 웃으며 대답한다.

처음이 아니다. 이 사람이 나한테 아파보인다고 말하는 게.


대단히 억울했다. 내가 조퇴하고 싶어 입술을 허옇게 만드는 니베아진주펄 립밤을 떡칠한 고등학생도 아니고, 하물며 히알루론산이 들어간 촉촉한 세럼에 쿠션까지 여러겹으로 올려 윤광피부를 연출했는데! 앙큼한 틴트까지 살짝 오버립으로 발랐는데 아파보인다라는 말을 들으니 심사가 뒤틀렸다. 내 노력이 모두 형편없어지는 순간이었다. 자매품으로는 '피곤해 보인다.' 라는 말이 있다.


내가 아파보이고 싶을 때, 피곤해보이고 싶을 때만 그렇게 말해줬으면 좋겠다. 그게 아닐 때는 그냥 아무말도 하지 않았으면. 뭐, 상대방 입장에서 내가 언제 아파보이고 싶은지 알 수가 없을 테니 외모에 대해서는 나에게 칭찬 아니면 아무말도 하지 말아주라. 아무리 안색이 썩어보인다고 할지라도 말이다. 그렇게 아플 정도면 내가 죽었음 죽었지. 출근 못했을 거니까. 차라리 '살쪘다.' 라는 말이 낫다. 멀쩡한 사람이 "피곤해 보인다."라는 말을 들었을 때, 심지어 치장까지 열심히 한 상태에서 그런 말을 들었을 때, 그게 얼마나 큰 상처가 되는지 사람들은 잘 모르는 것 같다. 그 말을 들으면 그때부터 아프고 피곤해지는 느낌이다. 기분이 안 좋아져서 안색이 흙빛이 되기 때문에 진짜 아픈 사람 얼굴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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