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 오면

by ORANGe TANGo

내가 몇 시에 잠들었을까?


아마도 저녁 7시나 8시쯤일 것이다. 딱 한 시간만 자고 일어나야지, 하며 침대에 몸을 뉘이지만, 역시나 그것은 매번 뜻대로 되지 않는다. 내가 눈을 뜬 건, 침을 양껏 흘리며 자고 있는 나를 깨달았기 때문이다. 얼른 얼굴에 묻은 침을 훔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화장실로 향한다. 찬물에 얼굴을 닦으며 거울을 바라본다. 자기 전에 라면 두 개를 끓여먹어서인지 얼굴이 조금 부은 듯하다. 어쩌면 그냥 살이 찐 것일 수도. 침이 묻은 옷을 세탁기에 넣고 돌린다. 스마트폰으로 신나는 음악을 튼다. 고요가 깨지며 오늘밤의 리듬이 출렁인다. 나 역시 리듬을 타며 자느라 뻣뻣하게 굳은 몸을 풀어준다. 두둑! 두둑! 몸을 풀수록 뼈골절 마디마디에서 들리는 소리가 어긋난 내 시간을 맞추는 듯하다.


책상에 앉는다. 어제 바꾼 의자가 무척 편하다. 허리에도 한결 낫다. 전에 쓰던 나무의자는 이제 받침대용으로, 혹은 관상용으로 방 어느 구석에 놓아둔다. 십오 년을 쓴 줄 알았는데, 기억을 되살려보니 이십 년 이상은 쓴 의자더라. 이 정도면 유물이라는 생각에 박물관에 기증할까 하는 장난스런 고민도 해본다. 어제 읽은 김애란의 소설은 비몽사몽한 상태였기 때문에 중간부터 내용이 기억나지 않는다. 음악을 정지시키고 그녀의 소설을 다시 읽는다. 역시 일품이다.


책장을 덮자 새벽이다. 아직 다섯 시가 되기 전이다. 조금 있으면 희미한 아침을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한다. 분명 새벽이 '하루의 시작'이건만, 매번 '하루의 끝'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쓸쓸하게 사라지는 새벽이 아쉬워 시간이 조금만 늦게 흘렀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시간이 바깥의 겨울처럼 얼어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불면의 새벽에 불멸의 새벽을 꿈꿔본다. 그래서 벌써 아침이야, 라는 말이 내 입에서 나오지 않았으면 한다. 아침이 오면 난 늘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에 벌써부터 피곤해지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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