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의 조그만 가게

by ORANGe TANGo

일년 전쯤, 우리집 옆에 과일가게 하나가 생겼다. 말그대로 과일만 파는 조그만 가게였는데, 한 청년이 운영했다. 어느 날 아버지는 그 과일가게에서 바나나 한송이를 사셨다. 바나나가 먹고 싶어서가 아니셨다. 그저 젊은 사장에게 열심히 해보라는 뜻에서 매출 한번 올려주신 거였다. 난 아버지가 주신 바나나 하나를 먹어보았다. 겉으로 보기에는 크고 튼실한 바나나였지만, 막상 한입 베어 물어보니 단맛이 하나도 느껴지지 않았다. 가격은 마트보다도 더 비싼데 맛은 더 없으니 나는 아버지께 앞으로 그 과일가게에서 과일을 사오지 말라고 했다.그 후로 나는 그 과일가게를 지나갈 때마다 한번씩 훑어보았다. 뻥 뚫린 입구에 과일만 왕창 쌓아놓고 팔고 있었는데, 안에선 최신 가요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처음에는 사장님이 가게 앉아 있는 시간이 많았지만, 조금씩 시간이 지나면서 과일 앞에 선 사람들이 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고, 어느새 한명이 더 붙어(아는 동생 같아 보였는데) 둘이 일하고 있었다. 과일가게 앞에는 2호점을 냈다는 글이 적힌 종이 한장이 붙어 있었는데, 난 믿지 않았다. 이유는 2호점을 낼 정도로 과일 가게엔 사람들이 북적북적대진 않았으니까. 그리고 며칠 전 지나가다 보니 그 과일 가게는 없어져 있었다. 돈을 많이 벌어서 좀 더 넓은 곳으로 이전을 한 건지, 아니면 장사가 안 되서 폐업을 한 건지 알 길이 없었지만, 그 맛없는 바나나를 생각하면 난 후자 쪽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일했던 곳 근처에서도 역시 약 일년 전쯤에 젊은 두 남녀가 조그만 카페를 오픈했다. 사장님들은 나보다도 더 어려보였는데, 그 두 남녀는 동업으로 카페를 차린 것이었다. 카페는 약 3~4평 정도 남짓한 작은 곳이었고, 당연히 테이블도 많지 않았다. 난 그곳이 잘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유는 과일 가게와 동일했다. 생과일 주스를 하나 사서 먹었는데, 웬만하면 과일주스가 맛없기 쉽지 않은데 맛이 별로였고, 가격도 동네 카페에서 파는 것치고는 비싼 편이었다. 그후 그 카페가 어떻게 되었냐면, 내 생각과 반대로 여전히 장사는 계속 하고 있다. 다만 남자 사장님은 그만두었고, 여사장님 혼자 카페를 운영하고 있었다. 오다가다 보면 그래도 여사자인 혼자서 소소하게 벌이는 하는 것 같아 보였다. 그때 먹었던 과일주스 이후에는 다시 그곳에서 음료를 사먹은 일이 없어 맛이 좋아졌는지 아닌지 알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사람들이 온다는 건 맛이 그렇게 없지는 않은 모양이다.


이제 나도 그들처럼 책방이라는 사업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남의 주머니에서 돈 빼 먹는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아버지 말씀을 통감하고 있다. 만약 과일가게 사장님과 카페 사장님이 오다가다 내 책방 간판을 보았다면, 그래서 책방 안까지 들어왔다면 어떤 생각을 했을까? 내가 그때 그들의 가게가 잘 안 될거라고 생각했던 것처럼 그들도 내 책방이 잘 안 될거라 생각했겠지. 그리고 내가 그랬던 것처럼 책 한권 사서 다시는 책방에 오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이제 나도 그들과 비슷한 처지가 되었다. 그래서 아마도 그들이 처음 가게를 오픈했을 때 느꼈던 알 수 없는 걱정과 두려움 같은 감정들을 공감할 수 있을 것 같다. 책방을 내면서 조금 후회하며 생각한 것 중 하나는 그때 맛이 없어도 가끔 바나나라도 하나 사줄 걸, 주스가 별로라면 커피라도 한잔 살걸, 이었다. 그깟 몇 천원이 아까워서 이제 막 시작하는 사람들을 외면했다는 게 돌이켜 보니, 그리고 그 입장이 되어보니 씁쓸한 뒷맛으로 남았다. 열심히 살아보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한 건 다 똑같은데 그때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지 못한 게 마음에 걸린다. 돈이라는 게 꼭 내가 무언가가 필요해서 꺼내 쓰는 것만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몇 푼 안 되는 돈이 누군가에게 어떤 따듯한 격려가 되고 용기를 줄 수 있다는 것을 이제야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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