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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과 시작

무의식의 끝에서 시작된 망상

by ORANGe TANGo

1. 감독·각본: 민규동(2013)


2. 정하(엄정화), 남편 재인(황정민), 불륜녀 나루(김효진)


3. 표면적인 이야기는 재인과 나루는 불륜관계이고, 차 사고로 재인이 죽게 됨. 그런데 재인이 마치 자신의 쓴 글인 거마냥 정하에게 죽기 전 나루와의 불륜 관계를 이야기해 줌. 재인이 죽은 후, 나루가 정하의 집에 와서 집안 일을 대신 해주면서 용서를 구하는데.


4. 후반부 쯤에 정하와 나루의 뜬금없는 정사신에서 "난 너야!"라는 나루의 이 한마디가 영화는 무의식의 세계라는 걸 짐작할 수 있게 해줌.


5. 이 영화에서 서사보다는 인물들의 관계가 중요해 보이는데,

1)나루는 정하의 또다른 인격이다

2)정하와 재인, 나루는 모두 동일인이다

3)마지막에 등장하는 나루와 여태까지 등장했던 나루는 다른 인물이다

4)재인과 영화 밖의 민규동은 같은 인물이다

5)영화는 재인의 무의식 속이다

6)이 모든 것이 민규동의 망상으로 만들어진 공간과 인물이다

대략 이렇게 추론해 볼 수 있을 거 같음.


6. 그 어느 것도 정답은 없는데, 이는 영화가 논리에 근거해서 흘러가는 서사가 아니며 구체적인 것이 하나도 없기 때문임. 따라서 이 영화를 이렇다저렇다 하는 건 아무런 의미가 없음.


7. 감독의 시도는 좋았다고 생각함. 하지만 뭔가 허전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음.


8. 영화의 연출은 대체로 몽환적이고 에로티시즘적임. 배우들을 배려해서인지 그렇게 심한 노출 장면은 없음. 유럽이었다면 좀더 과감했을 터인데.


9. 끝과 시작이라는 제목은 시 제목에서 가져온 듯 하는데, 영화의 내용과 관계는 없어 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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