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들

by ORANGe TANGo

사람. 겨울을 맞이한다는 착각, 처음부터 겨울이었던 사람


아침부터 라디오에서 흐린 날씨가 흘러나온다

겨울바람이 여기저기 복선을 깔아두고 날아간다

유령처럼 하얀 옷을 입은, 무게를 갖고 싶어 무게를, 구름에서 낙하하는 작은 사람


노크. 노크. 노크. 문을 열어주세요, 노크, 노크, 노크,


문을 열고 들어가자 누군가의 발자국이 되어버린 사람

나도 나도 자국을 남기고 싶어 발을 사주세요 사주세요, 칭얼대자

발속에서 발이 피어나는 놀라운 일이,


문의 주인이 낡은 마라톤 바통을 선물로 주며

생일 축하해 표정을 가지게 되었구나, 하하

하하, 입가에 웃음을 바르고 생일을 굴리는 사람

굴릴수록,

풍경 속에 그려진 철새가 쌩쌩해진다


불안정한 거울을 가지게 된 사람

그래서 네 몸속엔 남은 생일은 몇 개지?

살냄새가 나지 않는 거울 속 사람이 냉랭한 문제를 내자

동그란 몸을 파헤쳐 정답을 찾기 시작하는 겨울 속 사람


처음 입고 있던 하얀 옷을 빨아 빨랫줄에 널어놓고

물에 젖어 쭈글쭈글해진 하얀 옷이

향수병에 걸린 사람처럼 구슬프게 춤을 추고


다시 하늘이 그리워진 사람

그림자를 담벼락에 걸어두고 점프,

점프하지만 양초처럼 점점 바닥에 무릎을 꿇는 사람


발이 고장 났어요

풍경이 녹아내려요

이제야 문제를 풀었어요

드디어 마라톤을 완주했어요 헉헉,

헉헉거리며 숨넘어가는 소리를 내는


전래동화처럼

오래된 사람


냉장고 문을 열고 나오면 봄이 될 거라는 착각, 끝까지 저녁이었던 사람,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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