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ORANGe TANGo Apr 24. 2019
어느 날, 어느 한 남자가 내게 다가와 손가락으로 아득히 먼 어느 곳을 가리키며 물었다.
"저게 무엇이죠?"
남자의 손가락 끝에 걸린 것을 보며 나는 대답했다. "달입니다."
아직 날이 저물지도 않았음에도 환히 빛나고 있는 달이었다. 남자는 내 대답을 듣고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달이라고 해서 실망한 것일까.
나는 길을 건너가지 않았다. 파란불이 되자 길을 건너간 건 남자였다. 남자는 유유히 사라져갔다. 오늘 하루도 점점 파랗게 변해가고 있었다.
근처 모든 사람들이 우산을 펼쳐들었다. 비가 오지 않았다. 우산이 없던 나는 홀로 우산을 펼쳐 들지 않았다. 비가 오지 않았다. 달은 더욱 환해져 있었고, 사람들의 얼굴이 우산에 반쯤 가려져 있었다.
'아직도 초저녁이네'라고 생각했다. 다시 파란불로 바뀌자 이번엔 초저녁이 길을 건너갔다. 근처 모든 사람들의 얼굴은 이제 완전히 보이지가 않았다.
"저게 무엇이죠?" 어느 한 꼬마가 내게 묻지 않았다. 꼬마는 근처 모든 사람들 중에 속해 있지 않았다. 대신 강아지 한마리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강아지가 울부짖는 소리에 이 불쌍한 적막을 없애주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시간은 완성되어 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