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스토예프스키
리뷰
죄와 벌
* <죄와 벌>을 약 20년 만에 다시 읽었다. 감동이 20년 전과 극과 극인 놀라운 경험!
** <죄와 벌>은 분명 쓸데없는 말들이 너무나 많다. 장황하고 허황된 대사, 그래, 스토리라인보다는 인물들의 대화와 대사의 분량이 너무나 많고, 게다가 설명적이다. 플롯의 구조는 탄탄하지 못하며 작가가 오로지 소설 속 주인공 라스콜니코프에게만 집중하듯 글을 써내려간 느낌을 많이 받았다.
*** 지금은 범죄스릴러 소설, 드라마, 영화 들이 판을 치고 있으니 무려 150년 전에 쓰인 이 소설이 그리 재미있게 느낄 수 없음이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생각이 든다. 더구나 민음사의 번역까지 별로인 상황에서 <죄와 벌>을 흥미롭게 읽기는 애당초 힘든 일이다. 하지만 150년 전인 당시에는 분명 <죄와 벌>은 센세이션한 작품이었을 것이다. 인간 심리를 이용한, 그러니까 심리학이라는 학문이 크게 발전하지 못했을 당시에는 정말 재밌는 소설이 아니었을까 추측해본다.
**** <죄와 벌>의 주제는 쉽게 짐작할 수 있는데, 그것은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알 수 있다. 죄를 짓고 자수하여 시베리아 교도소에 수감된 주인공 라스콜니코프가 소냐라는 인물에게 구원받는다는, 다시 말하자면 종교적인 틀 안에서의 고통 받고 괴로워하는 하잘 것 없는 한 인간의 구원이 아마도 이 소설의 큰 주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 다만, 이 소설에선 종교적 구원 이외에도 또 다른 종류의 구원이 하나 더 있는데, 그것은 스비드리가일로프라는 인물의 물질적 구원이다. 이 인물은 소설에서 유일하게 돈이 많은 남자인데, 주인공 라스콜니코프와 똑같이 살인을 저질렀음에도 누구에게도 구원을 받지 못해 결국 자살을 택해야 했던 인물이다. 죽기 전 그는 모든 이들에게 많은 돈을 상속하여 극도의 가난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스비드리가일로프는 소설에선 크게 부각되는 인물은 아니지만 어느 측면에선 상당히 중요한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 이런 대목이 있다. “가난은 죄가 아니지만, 극빈은 죄이다.” 라스콜니코프가 전당포 노파를 죽인 이유는 극도의 가난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애초에 그의 본성이 살인을 할 것이 아니었다 해도 극도의 가난이라는 환경이 그를 살인자가 되게 한 것이다. 아마도 작가는 종교적 구원과 비례하여 물질적 환경 역시 인간이 풍요로운 삶을 살아가는 것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고 생각한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