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36 낯선 남자 누워있다 내 옆에

by 옥상 소설가

“ 오늘이 기회에요. 둘을 떼어놓기에 ”

“ 어떻게 하면 되는 데? ”

“ 저녁에 학교 앞 민속주점에서 강우랑 만나기로 약속했으니까

술 집 안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내가 문자를 보내면

동빈이를 데리고 호텔로 데려가면 되는 거예요.

나머지는 신애가 알아서 할 거예요. 미리 말해놓았으니. “

“ 신애? 강우 동생 말이야? ”

“ 네 ”

“ 그 여자애를 왜 불러? ”

“ 신애가 동빈이를 좋아했어요. 어릴때부터 지금까지.

아니 좋아한다기보다는 연우한테 뺏길 수 없는 거예요. 동빈이란 그 남자

어릴 때부터 그랬어요. 신애는

연우건 모두 뺏었어요. 연우 것이 될 만한 것들 사람들 모두 다

모조리 신애 것이 되어야만 했어요. 신애가 갖고 싶은 건

일단 뻿었다가

연우가 갖고 싶다고 애걸복걸하면 눈물바람 하면 인심 좋은 척 사람 좋은 척 내주었어요.

그럴수록 연우가 더 신애에게 고마워하고 매달렸거든요.

세상에 친구는 신애 혼자만 자기를 아끼고 보살펴주는 사람들은 강우네 식구들만 있는 것처럼

어린 연우는 그렇게 살았어요. 엄마가 건강해지기 전까지

신애 그 아이

어린아이가 영악하게도 알고 있더라고요.

사람 심리를 엄마 없이 항상 그리움에 외로움에 서럽던 연우를

어떻게 다루어야 자기 말에 고분고분 할지를

동빈이란 남자도 마찬가지일 거예요.

연우와 동빈이 서로 좋아하니 그걸 지켜보는 신애는 더 갖고 싶을 거예요.

줘버리죠. 동빈이란 남자 신애한테

나한테는 필요없지만 가족이 된다면 그 중에 믿을만하고 괜찮은 남자니까 “



‘ 끼리끼리 모였다더니 어째 부모 자식들 그렇게 다 똑같을까?

제일 어린 여자애가 더 무섭네. 보통은 아니겠다. 화란이랑도 비슷하겠어. ‘


주 사장은 화란과의 통화를 마치고 혀를 끌끌 찼다.




“ 강우야. 여기야. ”

“ 그래, 먼저 왔구나.

어때? 이제 제대가 얼마 안 남았잖아. 복학 준비는 잘하고 있어? “

“ 아직 시간이 있으니까 좀 쉬려고

그래 무슨 일이야? 갑자기 왜 보자고 한 거야? “

“ 아니, 그냥

너 군대 있을 때 면회를 간 적도 없고, 나야 뭐 군대를 안 가도 되도록 아버지가 손을 써놔서

군에 간 애들한테 미안하고 좀 민망해. 그래서 너랑 더 멀어진 것 같고 말이야.

내년에 졸업하면 얼굴 보기 더 힘들어지겠지. “


“ 벌써, 4학년이구나.

아버지 일하는 회사로 들어갈 거지? “

“ 유학을 갈 수도 있고, 만약 취업을 한다면 그렇게 될 것 같아. ”

“ 그래, 잘 된 일이다. ”

“ 동빈아, 우리 오늘 과거는 생각하지 말고 막 마시자.

고등학교 동창에 한 동네 살고 대학교도 과도 같고 이건 보통 우연이 아니잖아.

어색하게 지내기 싫다. 오늘 술자리로 다 잊고 시작하고 싶다. “

“ 그래, 그러자. ”


동빈과 강우는 막걸리를 비우기 시작했다.

강우는 술을 마시는 척하면서 가능하면 술을 뱉어내고 있었다.



“ 강우야. 술을 마시지만 네가 먼저 취하면 안 돼.

동빈이한테 술을 잔뜩 먹이다 자리를 비운 사이에 이걸 잔에 넣으면 되는 거야. 알았지?

술 집 안에 내가 손 써놓은 남자가 있어.

동빈이가 의식을 잃으면 호텔에 데려다 놓을 거야. 신애한테도 내가 말해놓았어.

나머진 내가 다 알아서 할 테니

넌 동빈이가 자릴 비운 사이에 이것만 넣어. 절대로 걸리면 안 돼. “

“ 알았어. ”



화란은 중요한 저녁 약속이 있어 동빈과 강우의 술자리에 동석하지 못했다.

주점 안에 주 사장이 있으니 걱정은 할 필요 없다.

주 사장이 화란이 시켜 놓은 데로 모든 것을 활 테니




“ 오빠, 여긴 웬일이야? ”

“ 어, 신애야, 너 여기 왜 있어? ”

“ 내 친구가 오빠 학교 다니잖아. 친구랑 여기서 만나기로 약속이 있는데 내가 일찍 도착했어.

친구는 좀 늦는다고 해서 기다리려고 나 여기 앉아도 돼?

동빈 오빠, 오랜만이에요. 잘 지내고 있죠? “

“ 어, 그래 잘 지내고 있어 ”

“ 이제 한 달 후면 제대네요. 복학은 내 년에 할 테구

남은 시간 동안 뭐 하고 지낼 거예요? 여자 친구도 없는데? “

“ 어? 아니야. 나 좋아하는 여자 있어. 얼마전에 생겼어.

오랫동안 좋아한 여자인데 내가 고백을 해버렸거든 ”

“ 그래요? 놀랍네요. 어쨋든 축하해요. 연인이 됐다니 말이에요.

오빠, 내가 한 잔 줄게요. 축하주에요. 동생이 주는 술이니까 받으세요. “

“ 그래, 고맙다. ”


동빈 혼자 강우와 신애 두 명을 상대하려니

술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마셨다.


“ 나, 잠깐만 화장실 좀 다녀올게. ”

“ 그래, 혼자 갈 수 있겠어? ”

“ 그럼, 나 하나도 안 취했어. ”


동빈은 몇 걸음 가다 비틀비틀 옆 테이블 모서리에 부딪치고 갈지자로 걸어갔다.


“ 같이 가자. 나도 ”


강우는 신애한테 눈 빛으로 사인을 보내고 동빈을 부축하며 화장실로 갔다.


‘ 둘 다 말이 아니네. 계산이나 먼저 해야겠다.

이번 주전자가 마지막이겠지. "


신애는 강우가 건네준 약을 동빈의 잔에 털어 넣었다.


‘ 연우야, 어쩌면 좋니? 네가 그렇게 아끼던 사람인데

그렇게 잘난 척을 하더니 꼴좋다. 이제 동빈 오빠는 내 남자다.

바보 천치 같던 너를 어려서부터 친구로 대해주고 잘해줬는데 은혜를 원수로 갚아?

중학생이 되면서 너는 나를 무시하고 나를 벌레 보듯 했지.

네 옆에 있어서는 안 되는 사람처럼

멸시하고 나를 못 본 척 지나갔지. 빤히 네 옆에 있는데도 말이야.

넌 영원히 안돼. 나한테

네가 좋아하는 남자는 이제 내 거야. 동빈 오빠는 책임감이 강한 남자니까 나를 절대 버리지 않을 거야.

죽을 만큼 괴로워하고 힘들어도 네가 미칠 만큼 보고 싶어도 결코 나를 놓지 않을 거야.

내가 놓아줄 때까지

내가 가라고 할 때까지 내 옆에 있겠지.

지켜보고 쓸만하면 내가 가질 거야. 아니면 그냥 버릴 테니 그때 네 마음대로 해.

그런데 말이지. 나도 이 사람이 좋아서 버리는 일이 없을 것 같구나.

이 남잔 나랑은 우리랑은 달라서 신기하고 재미있거든

평생 내 옆에 있게 할 거야. ‘


신애는 계산대로 가서 계산을 했다.


‘ 잔돈은 가지세요. ’


신애는 자리로 돌아와 기분좋게 남아있는 막걸리를 마셨다.

항상 와인이며 양주만 마시다 막걸리를 마시니 그 맛이 달달하니 구수하고 좋다.

막걸리같이 달고 구수한 향과 맛을 내는 동빈

문득 신애는 동빈이 쌀과 같다 생각했다.

배가 고플 땐 밥이 되고 취하고 싶을 때는 술이 되고

허기를 채워주면서도 취하게 만드는 쌀

동빈은 쌀과 같이 담백하고 묵직한 사람

신애가 평생 마시고 먹어야 할 남자. 절대 놓쳐서는 안 될 남자


‘ 기분이 좋아서 그런가? 왜 이렇게 술이 달지? ’


신애는 주전자를 기울여 한 잔 더 마셨다.


“ 자, 우리 이 주전자만 비우자. ”


신애가 강우를 향해 고개를 끄덕했다.


‘ 넣었구나. 동빈의 잔에 ’


강우는 기분이 좋아져 동빈의 어깨에 팔을 둘렀다.


“ 동빈아. 이 잔 마시면서 우리 과거는 다 잊자. 다 지워버리고 새로 시작하자. “

“ 그래, 마지자. ”


동빈 강우 신애 모두 잔을 부딪히며 남아있는 모든 술을 비웠다.

어느새 주전자의 막걸리는 다 사라지고, 테이블에 앉아있던 세 사람 모두 사라졌다.




“ 아~ 머리가 너무 아픈데. 신애가 데리고 왔을 리는 없고, 화란이 데려다줬나? ”


머리가 깨질 것 같던 강우가 물을 찾다 일어나 보니 자신의 방이었다.

마지막 잔을 비우던 것 까진 기억이 났는데 그 이후는 기억이 없다.


‘ 아무것도 기억이 안 나네.

신애는 동빈이랑 있을 거고. 내 동생 결국 소원 풀었네.

중학생 때부터 그렇게 동빈이 한테 목을 매더니 참 내 동생이지만 독하다. 독해.

연우한테는 동빈이가 먼저 말할 거구.

동빈이 그 성격에 연우를 포기하겠지. 이제 어쩔 수 없을 거야. 그 촌놈 성격에

연우도 다 포기하고 전처럼 어른들이 시키는 데로 나한테 오겠지.

이렇게 될 운명인데 뭘 그렇게 복잡하게 간 거야? 연우야. 내가 어련히 잘해줄까. ‘


강우는 연우를 생각하니 웃음이 나왔다.

모두의 계획대로 연우는 강우와 연결될 것이다.


‘ 연우야, 내가 잘해줄게. 동빈이 보다 더

그 자식이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까맣게 잊을 정도로 그렇게 너를 행복하게 해 줄게.

우리 행복할 거야. 내가 널 좋아하니까 '


연우를 생각하다 강우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자신에게 화란은 사라지고 어디에도 없었다.


' 우리? 연우와 내가 우리라고? 화란이가 아니라?

행복할 거라고? 연우와 내가?

언제부터였을까? 화란이 아닌 연우가 나를 차지하고 있던 시간들이? '


자신도 모르게 떠올랐던 생각에 강우 자신도 놀라버렸다.

강우는 점점 화란을 지워가고 있었다. 아니 지워버리고 싶어 졌다.

어린 시절부터 자신을 쫓아다니고 순진하고 착했던 연우를 생각하면 웃음이 나오고

문득 그때가 그리워졌다.


동빈이 나타나면서

어느 순간 연우가 자신이 아닌 동빈을 좋아한다는 느낌이 들면서

연우와 동빈이 서로를 보고 웃으며 함께 가는 모습만 봐도 강우는 피가 거꾸로 솟았다.

강우는 어쩌면 연우를 잃어버릴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손에 쥐어져 힘 없던 연우가 스르르 미끄러져 자신의 손아귀에서 빠져나가

멀찌감치 떨어져

자신을 얼음장같이 차갑게 쳐다보던 연우

눈이 마주쳐도 피하지 않고 자신을 계속 쏘아보던 야멸찬 눈빛

처음부터 갖지 않았으면 모를까

갖고 있다 놓쳐버리니 더 애가 타고 안달이 났다.

그런 그 자신의 마음을 강우는 서서히 알아차렸지만

자신이 이 정도로 연우를 갖고 싶어하는 지는 미처 깨닫지 못했다.


자신도 모르게 연우와 함께 그려갈 미래를 생각하면 웃음이 나오고 행복한 기대에 찼지만

어느 순간부터인가 화란을 생각하면 웃음보다 긴 한숨이 나오고, 두려움이 커져갔다.

화란과 함께 보내던 과거를 되돌아보면 육욕에 불탔던 자신의 사춘기 시절이 떠올랐다.

자꾸만 후회되고 자신이 어리석다 느껴졌다.


‘ 아니야. 이러지 않기로 했잖아. 화란이랑 약속했어.

나는 화란과 한 배를 탄 사람이야. 우리 둘은 같은 사람이야.

연우는 그냥 신기해서 재미있어서 그런 거야.

연우랑 결혼만 하면 다 끝나는 거야.

아버지 말대로 아이만 낳으면 연우의 부모님 모두 돌아가시고

연우가 혼자 남겨지면 그땐 다 끝내 버리자. ‘


강우가 신애 방을 가 보니 역시나 신애는 방에 없다.


‘ 신애, 너 결국 해냈구나. ’




“ 동빈아, 일어나야지. 일어나서 얼른 꿀물 마셔. ”

“ 오빠, 일어나. ”

“ 응, 여기가 어디지? 내 방인가? 아~ 머리가 너무 아파. ”

“ 오빠, 기억 안 나? 어젯밤에 연우 언니가 오빠 데리고 왔잖아.

언니 혼자서 무거운 오빠를 어떻게 데리고 왔을까? “

“ 어? 연우가 나를 데리고 왔어? 어젯밤에? 나 하나도 기억이 안 나는데. ”

“ 그래, 이따 가서 언니한테 고맙다고 해. ”




‘ 어~~ 여기가 어디지? 오빠가 날 데려다줬나? 아님 화란 언닌가?

머리가 너무 아프네. ‘


신애가 옆을 보니 등을 들어낸 듬직한 동빈이 등을 돌린 채 코를 골며 누워있다.

이불을 살짝 들어보니 자신 역시 아무것도 입고 있지 않았다.

아랫배가 뻐근하게 아파왔고 침대 커버 위에는 여기저기 얼룩들이 남겨져 있었다.

동빈이 쏟아냈을 정액이다.

어젯밤 꽤 여러 차례 몸을 섞은 것이 분명했다.


‘ 치~ 오빠도 마찬가지였던 거예요.

그 어리석고 촌스런 애를 연우를 좋아한다고 착각했던 거예요.

사실 오빠 마음속엔 내가 있었던 거라고요.

이제라도 알았으니 다행이에요. ‘


“ 동빈 오빠, 일어나요. 얼른 일어나서 커피 마시러 가요. ”


신애는 동빈의 옆으로 가서 그를 안았다.

느낌이 쎄 하다. 동빈이 이렇게 덩치가 크지는 않은데.


“ 오빠, 일어나요. 얼른

악~~~ 이게 뭐야? 누구야? 당신? 당신 누구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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