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35 우리의 밤은 당신보다 아름답다.

연우 이야기

by 옥상 소설가

" 연우야, 신입생 환영회는 어땠어? OT 랑 MT는 재미있었어?

너 괴롭히는 놈들은 없지?

내가 너 친동생이나 마찬가지라고 잘해주라고 애들한테 여러 번 말해놨는데.

미팅이나 소개팅도 하고 있는 거야? "

" 훗 훗 훗~ 오빠, 하나씩 물어봐요. 뭐부터 대답을 해야 할지 모르겠네.

OT는 신선했고, MT는 5월에 간데요. 다음 달에요. "

아무래도 여자가 없어서 그런지 선배들이 잘 챙겨줘요.

맨날 밥 사준다고 같이 먹자고 선배들이 찾아와요. 강의실로 말이에요. "

" 오빠라는 호칭은 나한테만 하는 거야? 다른 남자들한테는 선배라고 불러.

내가 말 잘해 놨으니까 애들이 잘해줄 거야.

부전공을 하려면 학점 관리 잘해놔야 해.

1학년이 재미있긴 하지만 공부는 좀 해야 한다. 계획대로 경영학 할 거지? "

" 네, 아무래도 아버지 회사에 들어가야 하니까 경영학으로 정했어요.

회계도 같이 공부하고 있어요. "

" 욕심도 많다. 연우는 회계는 좀 어려울 텐데. "


" 전에 저 과외 가르쳐주셨던 선생님이 회계학 전공이라 잘 가르쳐 주세요.

졸업하고 나서 아버지 회사에 입사해서 회계팀에서 일하고 계시거든요.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서 계속 지도해주시고 계세요. "

" 야~ 연우야, 너 대단하다.

신입생이라 놀기에 바쁠 텐데. 그렇게 까지. "

" 저 놀 시간 없어요. 실컷 놀았어요.

아니, 놀지도 무언가를 열심히 해 본 적이 없어요. 여태까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멍하니 시간만 보내고 살았어서

이제 더는 그러고 싶지가 않아요. 얼른 졸업해서 일하고 싶어요.

오빠, 6월에 제대하면 내년 복학할 때까지 뭐할 거예요? "

" 글세. 좀 쉬다가 전공 공부도 하고 공모전도 준비하고 그래야지. "

" 공부하고 공모전도 좋긴 한데

6월에 제대하면 나랑 많이 놀아줘요.

오빠 제대할 때까지 미팅이나 소개팅 그런 거 하나도 안 하고 있을게요. "


" 어? 왜? 3학년부터는 미팅이나 소개팅 그런 거 못해.

일, 이 학년 때만 할 수 있는 건데. 내가 한 말은 농담이니까 할 거 다 해봐

그것도 추억이야. "

" 이제 세 달 남았어요. 제대까지 "

" 왜 자꾸 제대를 말해? 나 제대하면 뭐가 있니? "

" 네, 있어요. 제대를 하면 우린 본격적으로 사귀는 거예요. "

" 어? 뭐라고? 다시 한 번 말해봐. "

" 오늘부터 우리 사귀는 거예요. 오늘이 시작~

더 이상 아는 동생 오빠 그런 거 말고요.

나 이제 미성년 아니니까 성인대 성인으로 남자 여자관계 그런 거예요. "


" 정말이야? 너 진심으로 하는 소리야?

연우, 너 지금 나한테 프러포즈하는 거니? "

" 네, 맞아요. 프러포즈

내가 오빠한테 정식으로 사귀자고 얘기하는 거예요.

같이 극장도 다니고 맛집도 다니고 여행도 다니고

난 오빠랑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요. 내가 잘해줄게요.

전에 못 했던 거 오빠가 하고 싶어 했던 것 다 해봐요. "

" 어? 나 지금 너무 당황해서

갑자기 네가 나를 놀라게 하는데. 사실은 제대하고 나서 천천히 말하려고 했는데

왜 네가 내가 말할 기회를 뺏니?

프러포즈는 남자가 하는 건데. 내가 놓쳐버렸네. 아이고~

너 내가 널 좋아하는 거 언제부터 알았어? "

" 남자든 여자든 누가 먼저 하는 게 뭐가 중요해요?

좋아하는 마음이 중요한 거지.

오래전부터 아주 오래전부터 시작된 거예요.

사실은 내가 먼저 좋아한 거예요.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내가 경주에 내려갔을 때부터 오빠를 좋아했어요.

내가 대학생이 되면 그때 정식으로 사귀자고 말하려고 했어요.

지금이 그때인 거구. "

" 연우야, 그럼 우리 동시에 좋아한 거네.

나도 널 처음 본 순간부터 좋아했으니까 말이야. "

" 그런가요? 그래요. 그러니까 서로 먼저 좋아했다고 억울해할 필요는 없겠다. "

" 그래 하하하 "

" 부모님이랑 아주머니 유빈이한테는 나중에 말해요. "

" 그래, 네가 하자는 데로 다 할게. "


" 연우야, 강우는 어때?

학교 다니기에 불편하지 않아? 강우가 4학년이긴 해도 오다가다 마주칠 텐데 "

" 4학년이라 수업이 겹치는 게 하나도 없으니까

공대 건물이라고 해도 넓어서 자주 마주치지 않아요.

가끔 보긴 하는데 굳이 아는 체하지는 않아요.
수업도 별로 없어서 학교에 나오지 않을 거예요.

마주친다고 해도 뭐 별 상관도 없으니 피할 이유도 없고요. "

" 그래, 그래도 좀 걱정이 되긴 한다. "

" 걱정하지 말아요. 내가 알아서 잘할 테니 말이에요. "



" 뭐 먹고 싶어요? 내가 다 사줄게. "

" 응? 네가 다 사 준다고? 큭큭큭 "

" 그럼요. 군인이 돈이 어딨어요? 나중에 제대하고 나면 그때 맛있는 거 많이 사줘요.

군인은 다 얻어먹는 거예요. 나라를 지키는 큰 일을 하고 있는데

내가 사야죠. "

" 그래, 그럼 우리 일단 영화를 한 편보고

순두부찌개를 먹고 디저트로 맛있는 커피랑 케이크에 여기 시내를 구경하고

저녁은 연우가 먹고 싶은 걸로 먹자. "

" 그래요. "

" 그럼 저녁은 내가 먹고 싶은 거 먹고

내일 아침은 오빠가 먹고 싶은 걸로 먹어요. "


" 뭐? 내일 아침? 왜 내일 아침을 같이 먹어? 이따가 저녁 먹고 넌 서울로 가야지. "

" 나, 안 가요. 서울 오늘 오빠랑 같이 있을 거예요. "

" 무슨 소리야? 연우야, 집에 가야지. 다들 나 면회 간 거 알고 계시지 않아? "

" 난 이제 성인이라고요. 같이 있을 거예요. 오늘 오빠랑 "

" 연우야. 안돼

오늘은 그냥 가. 일단 가고 제대하고 나서 그때부터 제대로 시작하자. "

" 싫어요. 나 안 가요.

겁먹지 말아요. 안 잡아먹을 테니까 "


연우는 동빈과 택시를 타고 바다로 향했다.

바다 바람이 차가웠지만 동빈이 연우의 어깨를 감싸 안아주어 연우는 춥지 않았다.

바다를 바라보다

동빈과 연우는 어느새 서로를 응시했다.

연우의 눈에 어느새 눈물이 맺혀 있었다.


" 연우야, 왜 울어? "

놀란 동빈은 연우의 얼굴을 눈물을 바라보다

연우의 볼에 닿는 자신의 손이 차가울 까 손을 호호 불어가며 연우의 얼굴을 감쌌다.


얼마나 그리워했던 동빈인가

잃어버린 그를 다시 볼 수 있다니

연우는 모든 것이 꿈만 같았다.


' 이제야 진짜만 남았어. 모든 것이 가짜고 허깨비였는데

이제야 다 찾은 거야.

내가 사랑한 모든 것들을 가장 소중한 사람들을

다시는 잃어버리지 놓치지 않을 거야. '


" 아니에요. 너무 좋아서

지금이 너무 좋아서 행복해서 눈물이 나오나 봐요. "

" 연우야, 울지 마 "


동빈은 연우의 눈을 보다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키스를 했다.

연우는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다.

멈추고 싶지 않았다.

흐르는 눈물에 동빈에 대한 죄책감과 아쉬움 그리움을 그대로 흘려보냈다.



" 연우야, 사랑해

중학생인 너를 처음 봤을 때

네가 경주로 나를 찾으러 온 그 날

나는 널 보자마자 사랑에 빠졌어.

사랑이라는 감정을 전혀 알지 못했는데

그 날 나는 알아버렸지. 사랑이라는 게 어떤 건지

책에서만 영화에서만 보고 들었는데

내가 사랑이란 걸 하고 있구나. 너를 보며 깨달았어.


너를 볼 때

내 심장이 두근거리고

내 두 눈은 오직 너만을 따라다녔어.

네 체취에 나는 취해버려서 나는 정신이 아득해졌지.

자꾸만 자꾸만 나는 꿈속을 헤매는 것 같았어.


마치 오래전부터

우리가 서로를 알고 지내온

깊이 사랑했던 사람이라고 착각할 정도로 나는 네게 익숙했어.

처음 본 너에게 사랑이란 감정을 느껴서

나는 너무 당황했었어.

이런 나 자신에게 놀라서 정신을 차리려고 애썼지.


나는 너만 사랑한다는 걸 알아.

오로지 나는 너를 사랑할 수밖에 없다는 것도

오직 너여야만 하는 거야. 나란 사람은

이제 나는 어쩔 수가 없어. 나도 내 마음을

연우야, 이런 내 마음을 나란 사람을 받아줄래? "


연우는 동빈을 향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 나도 마찬가지예요. 오빠가 느끼는 마음 그대로 똑같아요.

우리 다시는 헤어지지 말아요.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서로를 놓지 말아요. "


" 그래, 연우야 약속할게. 절대로 절대 너를 놓지 않을게. "


연우와 동빈은 다시 한번 키스를 나누었다.


' 이제 다시는 울지 않을 거야.

다시는 동빈을 누구에게도 보내지 않을 테니까 '


그날 밤 동빈과 연우는 바다가 보이는 호텔에 머물렀다.

파도 소리 포근한 달 빛

모든 것이 연우와 동빈을 위한 밤이었다.


동빈과 연우는

울다 웃다 얘기를 나누다 잠이 들었고

깨어난 사람이 잠이 들어있는 상대를 바라보고 있으면

그 눈길에 상대는 잠을 깨고 다시 서로를 마주하다 키스를 하고 사랑을 나눴다.

그렇게 밤 새 연우와 동빈은 서로를 나누었다.

너무나 감미롭고 따듯하고 포근한 밤이었다.

다시는 깨어나고 싶지 않을 정도로

그렇게 모든 시간이 정지해버리길 바라는 시간이었다.


" 연우야, 일어나 커피 사 왔어. "


향긋한 커피를 테이블에 놓고

동빈은 연우의 어깨에 입을 맞추었다.


" 벌써 일어난 거예요? 더 자지. "

" 그만 일어나. 벌써 10시다. 너 좋아하는 라테 사 왔어.

따듯할 때 얼른 마셔. 향이 참 좋다. "

" 내가 늦잠을 잤네.

오빠, 배 고프지 않아요? 배 고프겠다. "

" 아니야. 괜찮아. 얼른 씻고 나가서 아침 먹자.

우리 시간이 별로 없어. 빨리 너 하고 싶은 거 다 하자. "

나 다섯 시까지는 부대로 복귀해야 해.

" 음, 그럼 일단 커피를 마시고

오빠는 뭐 하고 싶은데요? 바다는 봤으니까 영화를 보러 갈까요? "

" 나? 내가 하고 싶은 거? 정말 내가 하고 싶은 거 해도 돼? "

" 그래요. 오빠가 하고 싶은 거 다 해요. "

" 나는, 내가 하고 싶은 건 ~ "


동빈은 갑자기 연우를 와락 껴안더니 얼굴과 입술에 키스를 퍼부어댔다.


" 악~ 안돼요. 나 양치도 안 했는데. 입 냄새 나요. "

" 괜찮아. 연우야. "

" 안돼요. 안돼. 알았어요. 알았어.

나 샤워랑 양치 좀 하고요. "

" 큭큭큭 너 내가 하고 싶은 거 다 하라고 분명히 말했다. "

" 그래요. "


연우는 샤워를 마친 뒤

베란다에 서서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동빈의 뒤로 가

그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그의 등에 얼굴을 묻고 동빈을 꼭 껴안았다.


" 사랑해. 연우야. "

" 사랑해요. 동빈 오빠 "


동빈은 뒤를 돌아 연우를 안았다.

이대로 시간이 멈추기를 바라면서 둘은 그렇게 서로를 감싸 안았다.





" 강우, 너 요새 왜 이러는 거야?

계속 딴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처럼

왜 나랑 있으면서도 딴 데 정신이 팔려있는 것처럼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니?

너 이제 내가 지겨운 거야? 나한테 싫증 난 거니? 이제 내가 싫어? "


화란은 강우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


" 무슨 소리야?

우리가 이렇게 같이 있는데. 내가 무슨 생각을 한다고 그래?

왜 이렇게 예민하게 굴어? "

" 너, 자꾸 이상해지는 거 알고 있니? 왜 그러는 거야? 도대체? "

" 너야 말로 왜 그래? 화란아. "

" 몰라. 나도 이번이 벌써 두 번째 수술이야.

언제까지 내가 이렇게 유산을 해야 하니? 우리 아기를 왜 내가 죽여야 해?

나 정말 너무 힘들어. "

" 미안해. 화란아. 나도 마음이 너무 아파. "


" 아직도 이사님은, 너희 아버지는 연우를 포기하지 않으셨니?

언제까지 그럴 거야?

너희 아버지도 너도 말이야. "

" 우리 아버지가 그렇게 쉽게 포기하지 않을 사람이란 거

너도 잘 알고 있잖아. 너도 알고 시작한 거 아니였어?

우린 목표가 같았어? 안 그래? 너 이대로 포기할 거야?

너, 다른 사람들처럼 평범하게 그렇게 살 수 있어?

내가 버는 월급에 맞춰서 생활하고 아등바등 살면서 아이 키우고

지금 우리가 누리고 사는 것들 다 버리고 그러고 살 수 있냐고? "

" 아니, 그럴 수 없지. 난 예전처럼 그렇게 살지 못해.

다시는 그렇게 살지 않을 거야. 그렇게 살 바엔 죽는 게 나아. "

" 그래, 그럼 조금만 기다려.

동빈이가 제대하기 전에 끝내버려야 해.

연우가 아직 어려서 손을 쓸 수가 없었지만

이제 연우도 성인이니까 괜찮아. "


" 강우, 너 설마 연우를 정말로 좋아하는 건 아니지? 그렇지? "

" 그걸 말이라고 하니? 화란아.

나한텐 오직 너 하나뿐이야.

연우는 그저 우리에게 우리 집안에 돈 줄일 뿐이야.

내가 연우랑 결혼을 하고 걸림돌들을 다 제거하고 나서

CH 건설이 우리 차지가 되면 내가 다 정리할 거야.

그럼 다 우리 게 되는 거야. 화란아. 조금만 기다려.

동빈이만 동빈이를 처리하는 게 문제인데. "

" 그건 내가 알아서 할 거야.

너는 연우만 맡아. 동빈이는 내가 해결할 게. "

" 그래, 알았어. "

" 강우야. 내가 널 믿어도 되지? 넌 변한 게 없는 거지? "

" 그래, 걱정하지 마. 화란아. "

" 강우, 너 기억해야 해.

만약 네가 나 아닌 다른 사람을 사랑한다면

그때부터 비극은 시작되는 거야. "


강우는 날카롭게 자신을 쏘아보는 화란을 쳐다봤다.

만약 그가 다른 여자를 연우를 사랑한다면

화란은 연우도 강우도 화란 자신도 모두 파괴할 수 있는 여자라는 걸

강우는 잘 알고 있다.

내가 갖지 못하면 아무도 가질 수 없도록 남김없이 부숴버리는 여자

그녀는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여자다.

화란의 강렬한 본능에 빠져서 그녀를 사랑했으니 배신이 있다면 그 결말의 비참함은 짐작할 수 있다.




' 연우, 너 정말 동빈이를 사랑하는 거니?

어제 동빈이 면회를 가서는

어젯밤을 동빈이랑 같이 밤을 보낸 거야? '


강우는 연우가 계획대로 움직이지 않아 짜증이 난 거라 생각했다.

동빈과 같이 밤을 보냈을 연우를 생각하니

함께여서 행복했을 둘을 상상하니

초조하고 불안하고 화가 치밀어 올랐다.


' 아직 동빈이가 제대하기 전까지 시간이 있어.

그전에 연우를 반드시 내 사람으로 만들어야 해.

널 절대 뺏길 수 없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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