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우는 우리 회사 하반기에 신입사원 채용 있으니 준비하고
당연히 입사는 하겠지만 안 좋은 말이 나오지 않도록 조심해서 생활해라.
신애, 너는 그놈이랑 결혼하는 게 좋겠다.
당장 그 새끼 목이라도 따고 싶지만 지금 시기가 좋지 않아.
어떻게 알았는지 내 이메일로 너에 대한 사진이랑 동영상까지 보냈더라.
조만간 혼인신고를 하지 않으면 회사 홈페이지에 다 올려버리겠다고 협박을 하고
내가 아주 그놈을 갈기갈기 찢어 죽여도 분이 안 풀려. “
“ 아빠, 싫어요. 내가 어떻게 그런 놈이랑 결혼을 해요.
죽으면 죽었지 싫어요. 난 못해요. “
“ 누구는? 내가 좋아서 이러는 거니? 그럼 어떡해?
내가 회사에서 나오면 우리 식구 다 거리에 나 앉아야 하는데
어떻게 살 거야? 다 좁아터진 집에서 서로 싸워가며 그렇게 살까?
이게 지금 누구 때문인데? 네가 그런 말을 해? “
“ 내 잘못이 아니란 말이에요.
이게 다 강우 오빠랑 화란이 그 년이 시킨 일이란 말이에요.
아무것도 몰랐다 나만 당한 일이라고요. “
“ 신애, 너 지금 누구 핑계를 대는 거야?
동빈이한테 목을 매다가 쓰레기 같은 새끼한테 물려서는
다 니 책임이지. 왜 내 책임이야? “
강우는 신애를 냉담하게 쳐다보며 말하다 쓴웃음을 지었다.
여전히 최 이사는 강우만 두둔했다.
“ 신애, 너 그 입 닫아. 어디서 강우한테 책임을 물어.
네가 칠칠치 못해서 그런 거지.
이제 우리 집의 희망은 강우밖에 없어.
강우, 너도 연우 그 어린애 하나 구워삶지 못해?
동빈이란 그 남자애한테 연우를 우리 미래를 뺏길 거야?
너 회사에 입사해서 바로 실력 발휘를 해야 해.
역시 내 아들이란 소리를 들을 정도로 기량을 내야 한다고
평범한 신입 사원이란 평판으로는 절대 이 회사를 가질 수 없어.
입사하자마자 성과를 내야 한다. 화란이를 이용해.
화란이 그 애라면 분명 뛰어난 성과를 내고,
회사에 네 입지를 단단히 다져 줄 거야.
그 애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네가 자리를 만들 때 까진
우 사장의 인정을 받으면 그때 연우랑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그래야 모든 게 다 끝나는 거야.
그 이후엔 화란이랑 다시 만나든 어쩌든 난 상관하지 않을 테니. “
갑자기 최 이사가 고개를 돌려 말자를 째려본다.
“ 엄마란 게 강우나 자식들 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집에서 밥이나 축내고 있으니.
내가 왜 너같이 멍청한 여자랑 결혼을 했을까?
다 떠먹여 준 밥도 삼키질 못하고 집안을 이렇게 쑥대밭으로 만들어.
참 한심하다. 한심해. “
최 이사는 말자를 못마땅하게 노려보고 있었다.
무안해진 말자는 고개를 숙이고
“ 윤희가 얼마나 냉랭한지. 말도 붙이기 힘들어요.
나를 만나주지도 않고, 마주쳐도 인사만 하고 지나가고
영 싸~ 하다 구요.
이유를 물어도 아니라고만 해서 더 이상 묻기도 힘들어요.
내 주위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윤희에게 살살거리기만 하고
내 연락은 받지도 않아요.
뒤에 내 험담을 얼마나 하는지 날 보면 쑤군덕거리기만 하고 “
“ 연우 엄마가 이제 눈치를 챈 거야.
그 여자 주변으로 당신이랑 몰려다니던 여자들이 다 갔다면서
그 사람들 다 빤하지. 연우 엄마가 실세라 판단하고는 다 그리 붙은 거야.
원래 사람들이란 게 그런 거야.
의리라는 게 신의라는 게 그런 사람들한테는 없어.
자기 이익이다 판단되면 그리로 우르르 몰려가는 거지.
그런 단순한 것들도 관리하지 못하는 네 탓을 해.
소문 하나 못 막고, 우둔한 사람들을 네 편으로 못 만들어?
연우 엄마,
그 여자 하나를 바보로 못 만드는 네 능력을 한심하게 생각해.
인물이 빠지면 머리라도 좋든가 눈치라도 있어야지.
뭐 하나 마음에 드는 게 없어. 내가 처복은 영 없지.
너 같은 걸 만나다니 지지리 운도 없어.
내가 너한테 뭘 바라겠냐? “
무안해진 말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 강우, 너 정신 차려야 해. 이제 네가 우리 집 남은 희망이다.
우 사장이 영 예전 같지 않아. 나를 믿는 것 같지도 않고,
이 비서 말로는 우 사장이 내 주변을 내사하고 있다는 말이 있어.
언제든 쳐내려고 준비는 하는 것 같은데 쉽지는 않을 거야.
아직 내 편이 건재하고 있으니
강우 네가 나를 받쳐줘야 해. 빠른 시간 안에
입사 후 회사에서 입지를 다져야 한다.
신애, 너도 내가 시키는 대로 해.
이 마당에 너에 대한 소문이 퍼지면 난 끝이야.
CH 건설이 도전적이고 진취적이긴 하지만 보수적이기도 해.
우 사장은 가정이 시끄러운 간부들은 다 승진에서 누락시켜.
그 사진과 동영상이 우 사장에게 들어가는 순간
나는 끝이야. 우리 식구 모두 끝이라고
너에 대한 소문은 가라앉혀야 한다.
그놈 요구대로 혼인 신고만 하고 식은 올리지 말자.
내가 병원을 알아볼 테니 그놈 모르게 애기는 지우고 학교는 휴학을 해.
그놈 씨는 절대 세상에 나오면 안 돼. 그러면 일이 복잡해진다.
조용해지면 내가 그놈은 치워 버릴 테니
이혼녀보다는 미망인이 되는 게 나아.
유학을 갔다 돌아오면 내가 다 정리해 놓을 테니
내일 학교에 가서 휴학계를 내고 와.
난 절대 그놈 사위로 못 받아들여.
다들 자기 방으로 가. 보기 싫다. “
억울하고 분했지만 신애는 소리 내어 울지도 못했다.
‘ 이게 다 화란이 그 년 때문이야.
강우 오빠도 이제 더 이상 못 믿어.
동생인 나보다 그 년이 더 중요하다 이거지.
내가 바보였지. 화란이 그 년 말을 다 믿었다니
내 인생은 이제 다 끝이야. ‘
주 사장을 배 안에 있을 그놈 아기를 생각하니
부르르~ 몸이 다시 떨려오고, 화가 치밀어 올라 머리가 터질 것만 같다.
그 와중에 언니 지윤은 신애를 한심하게 쳐다보고 있다.
“ 꼴좋다. 맨날 잘난 척 만 하더니
어디서 건달 새끼 같은 놈을 만나서 애나 베고
집 안을 이렇게 시끄럽게 만들어.
내 이럴 줄 알았어. 너 설치고 다닐 때 일 터질 줄 알았지.
이게 웬 집안 망신이야. “
“ 신애, 너 맨날 장남인 나를 무시하고
강우만 오빠라고 좋아하고 쫓아다니더니 한심하다.
강우랑 화란이 그 년을 믿고 이 사단을 만들어?
강우가 화란이 그게 널 신경이나 쓰고 있니?
둘 다 자기 살기 바빠서 너는 다 죽어가도 모르는 체하는 것 같은데.
바보 같은 것, 매일 우리를 한심하게 보더니
지 꾀에 지가 당했네. 싸다 싸. “
강우는 어느새 자기 방으로 들어가 버렸고
장녀 지윤과 장남 지석
그동안 부모에게서 받은 서러움을 한풀이하듯 혼자인 신애에게 쏟아냈다.
말자와 강석 모두 강우와 신애만 영리하고 집안을 살릴 자식들이라며
지윤과 지석의 기를 죽이며 키웠다.
지금 현재 신애의 상황은 사면초가이고 독 안에 든 쥐이다.
그런 신애를 오랜 세월 동안 한이 쌓인 지윤과 지석이 위로해 줄 리는 없었다.
오히려 지금의 이 상황을 고소해하며 신애를 멸시하고 있다.
‘ 그래 실컷들 무시해. 내가 가만히 있지는 않을 테니 ’
강우는 CH 건설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회사 일에 몰두했고
화란은 그런 강우를 여러 방면에서 코치하며
신입사원 중 가장 능력이 출중하고 팀워크가 좋은 사원으로 만들어 가고 있었다.
강우는 군계일학으로
모든 부서에서는 강우를 데려가려고 탐을 낼 정도로 두각을 보였다.
최 이사는 이제야 숨통이 트이는 듯했고
신애는 점점 최 이사와 말자 화란 모든 식구들에게서 희미해져 갔다.
이제 모두에게 신애는 거추장스러운 애물단지에 불과했다.
신애는 주 사장과 혼인 신고를 마친 뒤 주 사장의 집으로 들어갔다.
신애에게 정이 없는 주 사장은 신애를 자신의 집에 감금시키고
자신은 오피스텔에서 동거녀와 그대로 생활을 하고 있었다.
결혼을 해서 동거녀와 헤어질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신애와의 결혼 목적은 최 이사에게서 돈을 뜯어내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아이를 낳으면 친권을 포기한다는 협박으로
거액을 뺏어낼 심산이었다.
주 사장은 혹시나 신애가 자기 애를 지워버릴까
24시간 사람을 붙여 집에서도 신애를 감시하고 있었다.
휴대폰도 뺏겨버린 신애는
어느 누구와 연락도 자유롭게 외출도 할 수 없었다.
내년 봄이면 출산인데 서늘한 가을이 되자
신애의 배는 점점 불러와 임산부 테가 났고 태동은 시작됐다.
애가 타면서도 겁이 난 신애는
자기를 감시하고 있는 여자에게 핸드폰이라도 잠깐 빌려달라고 사정을 했지만
그 여자는 신애의 부탁을 못 들은 척했다.
만약 여자가 신애의 부탁을 들어주면 주 사장으로부터 경을 칠 게 분명했다.
“ 애를 낳고 나면 휴대폰도 돌려주고, 자유롭게 돌아다니게 해 줄게.
지금은 안 돼. 네가 아이를 없애 버릴 수도 있잖아.
나는 네 말은 네 부모 말은 믿지 않는다.
머리 검은 짐승들 말은 믿지 않아.
그렇게 돈을 벌었고 그렇게 살아왔다.
너도 이제 그만 포기해.
내 와이프로 아기 엄마로 사는 것도 그리 나쁘지는 않아. “
집요한 주 사장은 결코 신애를 믿지 않았고
최 이사와 말자가 아무리 부탁을 해도
신애와 만나게 해 주지도 연락도 허락하지 않았다.
꼼짝없이 갇힌 신애는
내년 봄 주 사장의 아이를 낳게 될 것이다.
아버지의 계획은 다 틀어진 것이 분명했다.
신애는 점점 초조해져 갔고 불안해졌다.
밥을 먹지도 잠을 자지도 물을 마시지도 않았다.
마치 선아와 선우를 잃어버렸던 예전의 연우처럼
신애는 점점 말라가고 황폐해져 갔다.
배 안의 아기는 깡마른 신애의 몸속 모든 수분과 영양분을 흡수해
점점 커져갔고 태동도 심해졌다.
하루 종일 방안에만 틀어박혀 누워만 있던 신애는 밤과 낮을 혼동하기 시작했고
정신이 몽롱해져 갔다.
“ 사장님, 아무래도 사모님이 이상해요.
아무것도 마시지도 먹지도 않고 방에서 누워만 있어요.
헛소리만 알 수 없는 소리만 반복하고 있어요.
아무래도 병원에 입원을 시켜야 할 것 같은데요. “
“ 안 돼, 입원을 하면 그 여자는 분명 도망칠게 뻔해.
내가 집으로 사람을 시켜 수액이랑 영양제를 맞게 할 게.
그럼 괜찮아질 거야.
절대 그 여자를 혼자 두지 마. 언제든 도망칠 수 있는 여자야. “
‘ 이렇게 아기를 낳을 수는 없어.
아기를 낳으면 정말 내 인생은 끝이야.
저 사람은 결코 나를 놓아주지 않을 거야.
계속 나를 감시하고
내가 모든 것을 포기하면
모든 희망이 사라져 버리면
내가 바보가 돼버리면 그 때야 나를 자유롭게 해 주겠지.
내 배안에서 꿈틀거리는 이 아기
거머리 같은 뱀 같은 이 아기
이 아기를 낳을 수는 없어.
이 아기는 악마의 씨앗이야.
절대 태어나서는 안 되는 아기야.
이 아기가 태어나면 모두 불행해.
어쩔 수 없어.
내가 이 아기를 태어나지 못하게 하는 수밖에
내가 이 아기를 죽이는 수밖에
나는 결코 죽지 않을 거야.
나는 반드시 살아날 거야.
뱃속의 아기만 죽고 나는 죽지 않을 거야.
아무도 나를 죽일 수 없어.
나는 절대 죽지 않을 거니까
예전의 나로 반드시 돌아갈 거니까 ‘
감시하던 여자가 화장실에서 나오니 칠흑 같던 온 집안이 환해져 있었다.
항상 닫혀 있고 커튼이 쳐있어 밤같이 깜깜했던 거실은
모든 문들이 다 열려진체 커튼이 휘날리고 있었다.
베란다 창 앞에는 식탁의자가 얌전히 놓여져 있었다.
여자는 느낌이 서늘해 베란다 밖을 한 참을 내다보다
주 사장에게 전화를 했다.
“ 사람이 떨어졌어요. ”
“ 얼른 119 불러요. ”
“ 저기 아무래도 30층에서 떨어진 것 같은데.
열려진 창이 30층 이지? ”
“ 쯧쯧 죽었겠어. 젊은 여자 같은데 불쌍해서 어쩐데 ”
25층에서 떨어져 죽은 연우의 딸 선아처럼
신애는 30층에서 자신의 몸을 날려 산산조각이 되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