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 사장님, 어떻게 된 거예요? ”
“ 뭐가? ”
“ 우리가 계획했던 것 말이에요.
동빈이 아니라 어젯밤에 왜 주 사장님이 신애랑 있었던 거예요? ”
“ 난 또 무슨 소리라고? 차라리 잘 된 거야.
동빈이란 남자 그 신애란 여자 애랑은 어울리지 않아.
그 애한테는 나 같은 남자가 딱이야. 그 성질 받아줄 사람은 아무도 없어.
나이 차도 스무 살이나 나니 내가 얼마나 예뻐해 주겠어.
마침 결혼도 해야 하는데. 딱 좋더라고. 모든 조건이 “
“ 미쳤어요? 건드릴 애를 건드려야지?
그 애 아버지가 어떤 사람인 줄 몰라서 그러는 거예요? ”
“ 괜찮아. 내가 보험은 다 들어놨으니 함부로 행동 못 해.
그 계집애는 나한테 오게 돼 있어. 너도 나한테 막 행동하지 말아.
우린 이제 가족이 될 수도 있는 사람이잖아. “
” 제정신이 아니네. 어젯밤 행동이 당신 명을 재촉할 수도 있는 거야.
최 이사가 당신이 한 행동을 알면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걸 “
“ 넌 니 걱정이나 해. 한 치 앞도 못 보는 주제에
그러다 어린애한테 당한다. “
“ 무슨 말이에요? ”
“ 글세. 잘 생각해봐. 니 옆에 어린애가 누가 있는지 말이야. ”
주 사장은 화란을 향해 한번 웃고는 먼저 일어섰다.
‘ 어린애가 누구야? 신애란 소리야? ’
6월이 되자
동빈은 제대를 했고, 연우의 집 별채로 다시 돌아왔다.
“ 동빈아, 우리 동빈이 ”
“ 오빠 ”
“ 동빈 군, 다시 보니 정말 좋네.
얼른 와서 앉아. 동빈군이 좋아하는 음식 많이 만들었어. “
“ 네, 감사합니다. ”
“ 고생 많았어. 남자라면 갔다 와야 하는 곳이야.
몸 상하지 않고 잘 다녀와서 다행이야. 자네 어머니가 얼마나 걱정을 하던지. “
“ 사장님이 수시로 살펴주셔서 우린 잘 지냈어.
고생했다. 우리 아들 “
“ 그래 내년 복학까지 뭐하고 지낼 건가? ”
“ 네, 여행도 좀 다니고. 책도 읽고, 쉬다가 복학 준비해야죠. ”
“ 그래? 그럼 내년 복학까지 우리 회사에서 인턴을 좀 하는 게 어때?
좀 쉬다가 말이야.
미리 회사에 들어와서 무슨 일을 하는지 좀 보고 말이야. “
“ 네. 한번 생각해 보겠습니다. ”
“ 아빠, 오늘 제대했는데 좀 쉬고 놀고 해야죠.
그만 얘기하세요. 밥 먹어야 하는데. “
“ 아이고, 알았다. 내가 주책이야. 주책
동빈군이 욕심이 나서 말이야. 내가 너무 앞서갔다.
어서 먹자. 조리장님도 어서 드세요. 음식 준비하느라 힘드셨을 텐데. ”
“ 아니에요. 사모님이랑 연우 다 같이 준비했는데요. 뭘
얼른 먹자. 동빈아. “
동빈이 돌아오니 이제야 모두들 웃는다.
“ 오빠가 오니까 너무 좋다. ”
“ 사장님. 저 조만간 집을 구해서 나가겠습니다. “
“ 어? 동빈아, 갑자기 무슨 소리야? 엄마랑 의논도 하지 않고 “
모두들 놀라서 동빈을 쳐다본다.
윤희는 너무 놀라 입을 벌린 채 동빈과 동빈 모를 번갈아 본다.
“ 갑자기 왜? 내가 아니 우리가 뭐 실수한 거 있어? ”
“ 아니에요. 무슨 그런 말씀을
동빈아, 갑자기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
“ 동빈 군, 무슨 생각이 있어서 그런가?
조리장님이랑 유빈이가 같이 있어서 집이 적적하지 않고 좋은데. “
“ 어? 왜 동빈 군
우리 집에 있는 게 좀 불편해? 나랑 연우는 같이 살아서 좋은데.
나가면 허전할 거 같아서 이대로 살았으면 좋겠는데
연우도 다 커서 학교에 가거나 자주 집을 비우면 집이 너무 조용해.
우리 유빈이가 학교 갔다 와서 이것저것 얘기하고 떠들면 사람 사는 것 같고 활기차.
나는 유빈이네가 나가면 허전할 것 같아. “
“ 얘가 갑자기 무슨 말이야? ”
“ 싫어. 나도 언니랑 아줌마랑 같이 사는 게 좋아. ”
“ 벌써 4년이나 신세를 져서 너무 죄송스러워서 그러지.
이제 나도 성인이고 가장인데 우리 식구는 내가 책임져야지. ”
“ 동빈 군 부담 갖지 말아.
자네는 아직 학생이야. 배우고 익힐 것이 아직도 많아.
어차피 별채는 비어있고
내가 해외로 지방으로 출장을 다닐 때마다 우리 안 사람이랑 연우만 있으면
불안했거든 그렇다고 모르는 남자를 집에 들일 수도 없어.
자네가 있으니 내가 나가 있어도 안심이 돼.
불편이야 하긴 하겠지만
자네가 직장에 다니고, 집 장만을 할 때까지는 여기 있어줘.
유빈이가 대학 졸업할 때까지 말이야. “
“ 나는 계속 여기 살고 싶은데. 언니랑 아줌마랑 다 같이 말이야. ”
“ 나도 그래. 유빈아, 언니도 유빈이랑 오빠랑 아줌마랑 다 같이 살고 싶은데 ”
“ 그렇지? 언니도 그렇지? ”
“ 응, 그럼 ”
“ 조리장님은 어떠세요? ”
“ 저야 뭐 항상 감사드리죠. 우리 동빈이가 졸업을 할 때까지 더 머물 수 있다면 감사하죠.
아직 유빈이도 어리고 “
“ 잘 생각했어요. 갑자기 유빈 어머니까지 나간다고 하면
나 너무 서운할 뻔했어요.
동빈이 유빈이 다 결혼해서 떠나도 우리 집에서 나랑 같이 살아요.
애들이야 다 짝 만나서 떠날 거고, 우리끼리 의지하면서 잘 지내요. “
“ 그래, 동빈군
내가 별채를 손 볼 테니 좀 참아.
하긴 방이 두 개라 언제까지 유빈이가 엄마랑 같이 방을 쓸 수도 없고
공사를 해서 방을 하나 더 마련할 게. 그럼 지내기 더 편할 거야. “
“ 아니에요. 사장님, 지금도 넓은데요. 뭘
동빈이가 그래서 한 말이 아닌데요. 지금도 충분히 좋아요.
유빈이도 엄마랑 같이 자는 게 더 좋아요. 겁이 많아서 “
“ 그래요. 여보. 유빈이도 이제 자기 방이 필요해요.
곧 고등학교도 입학하고 대학 준비도 해야죠. 이 김에 공사를 좀 하자고요. ”
“ 자 이제 다 정리된 거지?
그럼 이사 소리는 이제 그만하고 얼른 밥 먹자고 “
“ 네, 감사합니다.
내 방이 이제 생기는 거네. 좋다. ”
“ 그래, 유빈아.
네 방 생기면 언니랑 예쁘게 꾸며보자. “
“ 우리 동빈 아빠가 복을 많이 지었나 봐요.
그래서 이렇게 좋으신 분들을 많이 만나게 해주나 봐요.
하늘에서도 우리가 이렇게 사는 걸 보면 걱정하지 않을 거예요. “
“ 동빈 어머님
우리가 더 행운이에요. 전에는 절간 같던 집이
동빈이네가 들어오니 이제야 사람 사는 집 같아요. 온기도 돌고 말이에요.
집은 원래 이래야 하는 거예요.
내 몸도 마음도 점점 더 건강해지고 우리 유빈이가 복덩이예요.
동빈이네가 우리 집에 들어와서 연우 아빠 회사도 점점 더 커지고
우리 이대로만 살아요. 더 이상 바라는 것도 없어요. “
모두들 웃으며 저녁상을 비워냈다.
연우는 동빈을 보고는 씽긋 웃었고 동빈은 연우를 보다 얼굴이 벌게졌다.
‘ 이게 뭐야?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야? ’
생리를 안 한지 벌써 두 달
주기는 28일로 항상 정확한데 생리를 할 기미는 없고
하루 종일 잠이 쏟아지고 속이 메슥거려
신애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임신테스트기를 사 왔다.
아침 소변으로 해 보니 역시나
빨간색 두 줄이 임신테스트기에 선명히 나타났다.
‘ 설마, 그날 밤에? 그 개새끼랑 나 사이에 아기가 생겼다고
아니야, 그럴 리 없어. 말도 안 돼.
그 하루 밤에 내가 아기를 가졌다고? 아니야. ‘
신애는 머리털을 다 쥐어뜯고 싶었다.
아니 연우를 찾아가 화란을 찾아가 머리채를 잡아 흔들어도 분이 풀리지 않을 것 같다.
‘ 병원에 가서 정확히 알아보자. ’
“ 최 신애 씨 들어오세요. “
“ 임신이 맞아요. 10주 차 넘어가고 있네요.
심장소리 들리시죠? 아기는 건강합니다. 축하드려요. “
“ 저 선생님, 제가 아기를 낳을 상황이 아니에요.
학생이고 곧 유학도 가야 하고 계획에도 없던 임신이에요.
수술해주세요. “
“ 네? 갑자기요? 조금 더 생각해 보시죠. 첫 아이 아닌가요? ”
“ 네, 맞아요. 첫 임신이긴 하지만 도저히 아기를 낳을 수 없어요. ”
“ 산모분 심정은 이해가 가지만 아까 검진을 하면서 초음파를 보니
이번에 수술을 하면 다시 임신을 할 수 있을지 장담을 못해요.
정밀 검사를 해 보는 게 좋긴 하겠지만 “
“ 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
“ 산모분 난소 중 하나는 정상인데 하나는 크기가 너무 작아요.
지금은 번갈아 난자를 만들긴 하지만 조만간 기능을 잃어버릴 거예요.
작은 난소가 말이에요.
자궁 내막도 많이 두껍고요. 자궁 내막증이 있었을 것 같은데
생리통도 심하고 생리양도 많지 않았나요? “
“ 네, 생리양이 많았어요. 생리통도 심했고요. ”
“ 지금 당장 난소가 제 기능을 하겠지만 조만간 그 작은 난소는
난자 배출을 하지 않을 거예요.
만약 이번에 유산을 하면 자궁에도 큰 무리가 갈 거고
운이 좋으면 다음에 임신을 할 수도 있겠지만
자궁이 출산할 때까지 태아를 키울 정도로 건강할지는 장담을 못해요.
내막증도 심하고
자궁에 큰 혹도 두 개나 있어서 혹 모양이 암은 아닐 것 같긴 한데
더 커지는지 계속 관찰을 해야 해요.
암이라면 자궁 전체를 들어내야 할 거고요. 모든 징후가 좋지 못해요.
산모 분, 가능하면 출산을 빨리 하세요.
조기 폐경이 올 확률도 높으니까
집에 가셔서 남자 친구 분이랑 상의를 해보세요. “
신애는 가슴이 답답하고 어찌할지 몰라 당황스러워졌다.
' 아기를 낳아야 하나? 유산해야 하나? 암? 조기 폐경?
다시는 아기를 가지지 못할 수도 있다고?
그 놈 씨가 내 안에 들어있다고?
그 새끼 아기를 낳아야 한다고? '
한꺼번에 망치로 머리를 수 십 대는 맞은 것 같다.
집에 들어와 방 안에 누워 있었지만 정신이 아득해지고 멍해져만 간다.
신애는 자신도 모르게 악을 쓰며 자신의 배를 때리기 시작했다.
' 죽어. 죽어. 그 놈 새끼를 낳을 수는 없어.
이대로 내 인생을 망쳐 버릴 순 없어.
넌 저주받은 아기야. 태어나지 말아야 할 아기라고 '
갑자기 핸드폰이 울렸다.
“ 너 허튼짓하지 말아. 우리 아기는 꼭 낳아야 해. ”
“ 누구세요? ”
“ 나야. 니 남편 ”
“ 무슨 소리예요? ”
“ 나야, 주 현우
곧 태어날 우리 아기 아빠이자 네 남편 “
“ 당신 내 번호는 어떻게 알았어?
내가 병원에 간 건 어떻게 알았냐고? “
“ 내가 모를 것 같아. 난 다 알고 있어. 너에 대해서 말이야.
아기를 없애 버릴 생각은 하지 말아.
내가 널 24시간 지켜보고 있으니 말이야.
혹시라도 아기를 죽이면 네가 감추고 싶은 것들을 모조리 까발려 버릴 거야.
네가 다니는 학교에도 너희 아버지 회사에도
조만간 너희 집으로 가서 정식으로 인사드릴 거야.
나는 곧 사위가 될 사람이니까 “
“ 미친놈, 넌 미친놈이야. ”
“ 말 고분고분하게 해야지. 남편한테 하하하
먹고 싶은 거 갖고 싶은 거 있으면 다 말해.
나이 40이 넘어서 생긴 귀한 자식을 가진 아내한테 잘해줘야지.
나도 술집이긴 하지만 어엿한 사장이야. 돈도 제법 벌고
학교 그만두고 집에서 태교 하면서 애기를 순산할 생각이나 해.
내가 중학교도 제대로 졸업하지 못했는데 여자가 무슨 대학교까지 졸업해?
고등학교만 졸업해도 충분해. 내가 다 먹여 살릴 거야.
게다가 무슨 걱정이야? 네 아버지가 CH건설 이사인데
우리가 빌어먹고 살면 막내딸이고 손주인데 다 거둬 주겠지.
엄마가 건강하고 행복해야 아기도 잘 자라는 거야.
명심해
아기가 세상에서 사라지면 너는 내 손에 죽는 거야.
나는 무서울 게 없는 사람이야. “
신애는 다시 몸이 벌벌 벌 떨려오기 시작했다.
거머리 같은 이 남자
지옥에까지 신애를 따라 올 사람이다.
아기든 돈이든 자기가 원하는 걸 다 가질 때까지 자기 배가 부를 때까지
상대의 피를 다 빨아낼 사람
신애는 이 남자를 떼어 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