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 18 나도 이제 내 편이 생겼다구

by 옥상 소설가

훈이 아저씨는 회색 가루가 되어 바람에 날아갔다.


‘ 얼른 가. 더 이상 아프지 말고, 편안하게 쉬어. ’


미스 정 언니는 아저씨를 날려 보내며 웃었다고 했다.

이제 아프지 않을 거라고

고통스럽지 않아 편안할 거라고

더 일찍 보내줬어야 했는데

자기 욕심 때문에 아저씨가 더 힘들었다고

미안하다고 계속 미안하단 말만 했다고 했다.

언니는 아저씨를 보내고 나서는 울지 않았다.

‘ 고 작은 것들이 까만 옷을 입고

삼일 내내 장례식장에 있는데 마음이 짠하더라.

아무도 없는지 삼일 내내 한 사람도 안 오더라.

미스 정 혼자 어떻게 아픈 남편을 어린 새끼들을 챙기고 살았을꼬?

미스 정이 출근하고 나면 항상 훈이가 민정이를 챙겼단다.

오빠라고 고작 열 살짜리가 지 동생을 챙겼단다. ‘

미스 정 언니는 까만 한복을

훈이 오빠는 까맣고 조그만 양복을

민정이는 까맣고 작은 블라우스와 치마를 입고 있다고 했다.

까만 옷을 입고, 까만 얼굴을 하고

마음도 까맣게 타버렸겠지.

해피 아줌마는 이상한 글자가 쓰인 종이를

가게에 붙이고는 문을 닫고,

우리 엄마랑 매일 미스 정 언니에게 갔다.

선교원에 빠지고 나도 가고 싶다고 했지만

어린이는 장례식장에 가면 안 된다고 했다.

훈이 오빠랑 민정이도 어린인데

내가 가면 안 되는 곳에 그 애들은 있어야만 했다.

훈이 오빠, 민정이는 이제 다시 아빠를 볼 수 없다.

나는 몇 년만 참으면 아빠를 볼 수 있는데

훈이 오빠랑 민정이는 이제 사진으로만 기억에서만

아빠를 볼 수 있다.

‘ 훈이 아저씨는 혼자서 얼마나 무서웠을까?

훈이 오빠랑 민정이가 얼마나 보고 싶었을까? ’


밤새 눈물이 나서 잠을 자지 못했다.

배게가 다 젖어버렸다.

“ 너 때문에 밤에 잠을 편히 못 잤잖아.

밤새 찔찔 짜고 들썩 거려서

너 그렇게 안 자고 울 거면 다락방에서 큰 언니랑 자. “

“ 주아, 너 조용히 하고 밥 먹고, 얼른 학교에 가.

인정머리 없게. 애가 마음이 아파서 밤새 못 잤는데. ”

“ 지가 언제부터 미스 정 언니랑 친했다고?

그 언니도 앙큼하지, 어떻게 아들이랑 딸이 있으면서도

처녀인척 하고 커피 배달을 하지?

아휴~ 소름 끼쳐. “

“ 언니는 아무것도 모르면서 함부로 그렇게 말하지 마. ”


내가 소리를 ‘ 빽 ~ ‘ 질러버렸다.

큰 오빠랑 큰 언니도 놀라서 나를 쳐다본다.

“ 이게 미쳤나? 왜 아침밥 먹다가 언니한테 소리를 질러? ”


주아 언니가 내 머리통을 숟가락으로 때린다.


“ 야, 너는 왜 애 머리를 숟가락으로 때려? ”


중아 오빠가 내 머리를 비비더니 주아 언니를 째려보며 말한다.

큰 오빠가 편을 들어주니 서러워서 눈물이 난다.

“ 주아, 너 그만해.

현아야, 울지 마. 이제 그만 너도 밥 먹어.

오늘 밤에 주아랑 자지 말고 언니 옆에서 자. ”

“ 다 현아 편만 들어? 내가 못된 년이야. 못된 년! ”


주아 언니가 툴툴거리더니 가방을 메고 학교에 간다.

큰 오빠도 큰 언니도 모두 학교에 가고

엄마는 해피 아줌마랑 미스 정 언니한테 간다고 했다.

오늘이 마지막 날이라고 발인이라고 했다.

선교원에 가도 훈이 오빠랑 민정이 생각만 났다.

경훈이가 내 옆에 와서 엉덩이 춤을 춰도

동주가 와서 엉뚱한 소리를 해도

친구들이 웃겨도 웃지 않았다. 웃음이 나오지 않았다.

웃으면 안 될 것만 같았다.



“ 현아야, 너 왜 그래? 어디 아파? ”

“ 선생님, 저 이상해요. ”

“ 왜? 어디가 아파? ”

“ 속이 울렁거리고, 토할 것 같아요. 머리도 빙빙 돌아요. ”

“ 어? 어머 얘 좀 봐. 얘 열나네.

가만있어봐. 엄마한테 전화해야지. ”

“ 선생님, 지금 엄마 집에 없어요. 어디 가셨어요. ”

“ 뭐? 어디 가셨어? ”

“ 저 그냥 누워있을게요. 엄마 끝날 때쯤 데리러 온다고 하셨어요. ”


선생님은 선교원에 있던 약을 먹였다.

약을 꿀꺽 삼키고 나니 잠이 왔다.

한 참을 자고 일어나니 옆에 김 동주가 와있다.

“ 현아야, 아파? ”

“ 응, 아파. 속이 울렁거려. ”

“ 많이 아파? ”

“ 자고 일어났더니, 이제 괜찮아.

동주야. 너 그때 나한테 준 오줌싸개 인형 있잖아. ”

“ 응, 그 인형 , 왜? ”

“ 그거 오줌 쌀 때만, 오줌싸개한테만 효과가 있을까? ”

“ 그게 무슨 말이야? ”


“ 그 인형 가지고 있으면

아빠가 없어서 슬플 때도 그 인형이 그 애의 슬픔을 가져가 줄까? “

“ 누가? 어떤 애가 아빠가 없어서 슬프데? ”

“ 응, 그런 애가 있어.

걔도 여섯 살이야. 우리랑 같은 나이야. “

“ 그래? 그래서 너 걔 때문에 마음이 아파? ”

“ 응, 마음이 아파. ”

“ 그래서 아픈 거야? ”

“ 그건 나도 잘 모르겠어. ”


“ 너 주고 싶어? 그 애한테 그 인형 주고 싶어? ”

“ 나는 그 애한테 주고 싶은데.

네 인형이니까 너네 집 가보니까

물어보는 거야. 너한테 물어봐야지. “

“ 현아야, 너 이제 오줌 안 싸? ”

“ 응 ”

“ 효과가 있지? 그 인형, 우리 아빠 말이 맞지? ”


“ 응, 너네 아빠 말이 맞았어. ”

“ 그래? 그럼 줘. 그 인형 그 애한테 ”

“ 정말? ”

“ 응, 이제 너도 나도 그 인형 필요 없으니까

주자, 그 애한테. 그 애한테 필요하겠어. 그 인형 말이야. “

“ 고마워. 동주야. ”

“ 현아야, 이제 아프지 마. 알았지? ”

“ 응, 알았어. 이제 안 아파. 안 아플 것 같아. “



“ 현아야 ” 엄마가 선교원으로 데리러 왔다.

“ 아까 등원하고 나서부터 현아가 열이 났었어요.

집에 가도 엄마가 없다고 해서 연락도 못 드리고

해열제를 먹이고 나니 졸려해서 휴게실에서 재웠어요. “

“ 네, 감사합니다. 현아, 어때? ”

“ 응, 괜찮아. 자고 일어났더니 ”

“ 그래, 가자. 집에 손님들 와있다. ”

“ 응? 누구? ”

“ 얼른 가자. ”


집에 가보니 아이들 운동화에 여자구두가 있다.


“ 누가 왔어? ”

“ 현아야 ”

“ 어? 미스 정 언니? ”

미스 정 언니다.

미스 정 언니랑 훈이 오빠 민정이가 우리 집에 왔다.


“ 미스 정 언니, 아니 훈이 아줌마 ”

“ 왔어? 현아야. ”

“ 엄마, 왜 다들 우리 집에 온 거야? ”

“ 미스 정 아니 훈이 엄마랑 훈이랑 민정이 이제 우리 집에 살 거야. ”

“ 어? 우리 집에? 우리 집에서 같이 산다고? ”

“ 응, 뒷 채 은주 언니가 이사 나가고 나서 우리 집으로 들어와서 살 거야. “

“ 대전 댁 아줌마 옆에 방? ”

“ 응 ”


“ 은주 언니가 나간데? ”

“ 응, 언니 더 넓은 집으로 이사 나간데.

바로 옆이니까 은주 언니네 놀러 갈 수 있어. “

“ 잘됐다. ”

“ 훈이 아줌마 앞으로 해피 분식에서 엄마랑 같이 일하기로 했어. “

나는 미스 정 언니 아니 훈이 아줌마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 미스 정 언니, 아니 훈이 아줌마

미안해요. 미안해요. 내가 잘못했어요. “


나는 ‘ 왕~ ’ 눈물이 터져버렸다.


“ 현아야, 괜찮아. 괜찮아.

아줌마가 다 잘못한 건데. 뭘.

네가 미안하다고 말하지 않아도 돼. “

“ 엄마, 왜 얘가 엄마한테 미안하다고 해? ”

“ 그런 게 있어. 비밀이야. 비밀 ”

“ 언니, 그나저나 나 어떻게 이 동네서 살아요?

해피 언니도 괜찮다고 하긴 했지만

동네 아줌마들이 다 나 못 잡아먹어서 안달일 텐데.

다 내가 뿌린 씨앗들이긴 하지만

모두들 다 나 미워할 텐데.

겁도 나고 무섭고 좀 그래요. “


미스 정 언니는 아니 훈이 아줌마는 우리 엄마를 언니라고 불렀다.


“ 괜찮다. 걱정마라.

사람 사는 게 다 그렇지.

알고 나면 훈이 엄마 사정 알고 나면 다 이해할 거다.

우리 동네 사람들이 돈은 없어도 다 착하고 순하다.

다 이해할 거다. 걱정마라. “

“ 정말 그럴까요? ”

“ 그럼, 걱정마라.

니 괴롭히는 사람은 내가 가만 안 둘 거니 걱정 말고

니는 훈이랑 민정이랑 보면서 열심히 살면 된다. “

“ 그렇죠? 그러면 되겠죠? ”


“ 아줌마, 걱정하지 말아요.

누구든 아줌마랑 훈이 오빠, 민정이 괴롭히는 사람은

내가 가만 안 둘게요.

민정이가 우리 선교원에 다니면

민정이 괴롭히는 애가 있으면 내가 다 물어뜯고 때려 줄 테니까

우리 집에서 우리 동네서 살아요. “

“ 아~ 바로 앞집이 경화넨데.... ”

“ 신경 쓰지 마라.

하늘 아래 살면서 잘못한 거 없이 사는 사람이 세상에 어디 있니?

다들 흠이 있고, 상처가 있고 다 그러면서도 사는 거야.

이따 들어와서 경화 할머니랑 경화네 보면

미안하다고 말하고, 앞으로 잘하면 된다.

자식 키우는 엄마가 뻔뻔하기도 하고 그래야지 산다.

니는 이제 애들만 봐라.

애들만 보고, 남들 신경 쓰지 마라.

앞으로 잘 살면 된다.

애들 잘 키우고, 네가 잘하고 살면 욕하는 사람 없다.

욕하는 사람은 냅두고 “


“ 그렇죠? 그렇겠죠? ”

“ 네, 아줌마, 걱정하지 말아요.

난 현아, 너 민정이지? 오빠는 훈이 오빠고? ”

“ 우리 오빠는 지훈이야. 한 지훈, 난 한 민정 ”

“ 우리 사이좋게 지내자. 우리 집으로 이사 오면 ”

“ 그래, 엄마

우리 이사 오면 현아가 다니는 선교원에 같이 다닐래. “

“ 그래, 이 동네로 이사 오면

현아랑 같이 다니면 되겠다.

지훈이는 육교 건너서 좀만 걸어가면 초등학교야. “



“ 엄마, 배고파.

아까 선교원에서 점심도 못 먹고 잤어.

해피 분식 가서 꼬마 김밥 먹고 싶어. “

“ 그래, 가자

우리 거 가서 점심 먹자. 엄마가 맛있게 해 줄게. “

“ 네 ”

“ 왔어? 우리 훈이랑 민정이 현아 다들 같이 오네.

뭐 해줄까? 훈이랑 민정이 뭐 먹고 싶어? “

“ 아줌마, 저는 꼬마 김밥이랑 떡볶이요. ”

“ 저도요. 저도 아줌마 꼬마 김밥 먹고 싶어요. ”

“ 해피야. 내가 할 테니까

니는 훈이 엄마한테 이것저것 좀 알려주라.

내일부터 일 시작하려면 알아야 할 게 많은데. “


“ 네? 내일이요? ”

“ 그래, 그래, 훈이 엄마 이리 와봐. ”

“ 네 ”

“ 낼 아침 9시까지는 나와야 하니까

훈이는 일찍 학교 보내고

민정이는 낼부터 현아 다니는 선교원에 보내고 “

“ 정말 낼부터 일 하라고요? ”

“ 그럼 일해야지? 이사 오기 전까지 일 안 할 거야?

돈 벌어야지. 내일부터 당장 와서 일 시작해.

바로 식당으로 와서 점심 준비해야 해.

점심 준비하려면 재료 손질해야 하는데

준비할 게 많아.

우선 ~.......... “



훈이 오빠, 민정이, 나는 엄마가 싸준

꼬마김밥과 순대 떡볶이를 먹었다.

내일부터 민정이랑 선교원에 다닐 생각을 하니

기분이 좋다.


“ 민정아, 지금은 물 많이 마셔도 되는 데

이따 저녁부턴 물 많이 마시면 안 돼. “

” 알았어. 그만해. 오빠 “

“ 어? 이게 무슨 소리야? 민정아, 너 밤에 오줌 싸니? “

“ 어? 아니야. 나 오줌 안 싸. 우리 오빠가 놀리는 거야. “

“ 이게 뻥 치네? 오늘도 오줌 싸서 엄마한테 혼나고선 ”


나는 주머니에 있던

김동주가 준 오줌싸개 목각인형을 민정이에게 건네주었다.


“ 민정아, 이거

이 인형 잘 때 네 옆에 두고 자. 알았지? “

“ 이게 뭐야? ”

“ 응, 이거 아주 신기한 인형이야. ”

“ 뭔데? ”

“ 이거 오줌 안 싸게 해주는 인형이야.

잘 때 이 인형을 네 배가 옆에 두고 자면 이

이 인형이 네가 슬플 때 네 슬픔을 다 가지고 간데.

네가 오줌을 왜 싸냐면 ~ ........ “

“ 야? 이게 무슨 개떡 같은 소리를 하고 있어?

너 지금 우리 놀리냐?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 하고 있어? ”

“ 아니야, 훈이 오빠 진짜야. 진짜라고?

나도 이 인형이랑 같이 자고선 한 번도 오줌 안 쌌어. ”


“ 알았어. 현아야, 고마워.

오늘부터 이 인형 내 옆에 두고 잘게.

오빠 됐지? 이제 그만해.

현아야, 고마워.

자, 이제 싸우지 말고 다들 맛있게 먹자. “



‘ 아쭈~ 얘 봐라. 민정이 얘 나랑 말이 좀 통하겠다.

마음에 드는 데, 잘 됐다.

나도 이제 내 편이 생겼다.

큰 오빠랑 언니들이 학교랑 학원에 가면 항상 혼자였는데

이제 나도 내 편이 생겼다.

경화야, 두고 봐라.

난 이제 혼자가 아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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