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8 문간방에 이사 온 외팔이 아저씨

part 1

by 옥상 소설가

오빠와 큰 언니는 학원으로 가고, 작은 언니는 롤러장에 간 토요일 오후

어떤 아저씨가 우리 집으로 큰 가방을 메고 들어왔다.

은주 언니는 큰 미용실에 취직이 되어 시내 미용실 근처로 이사를 나가고, 대전 댁 아줌마가 은주 언니가 살던 뒷 채로 이사를 들어갔다.

은주 언니는 쉬는 날 미용 봉사를 가기도 하고,

우리 집에 와서 엄마랑 대전 댁 아줌마, 은동이 할머니의 머리를 자르거나 파마를 공짜로 해줬다.

언니의 새 애인은 착하고 부지런하다고 아무래도 결혼까지 할 것 같다고 했다.

엄마는 어서 돈을 모아 언니의 미용실을 차리라고 했다.

“ 아주머니, 안녕하세요. 이따 큰 짐들은 들어오고, 저 먼저 와서 청소 좀 하려고요. “

“ 아, 그래요. 현아야, 인사해. 비어 있는 문간방으로 이사 들어오는 아저씨야.

우리 막내 현아라고 해요. “

“ 안녕하세요. ”

“ 그래, 안녕 ”


아저씨는 내게 악수를 하자면서 손을 내밀었다.

나도 손을 내밀고 악수를 하려는데 악수를 할 수 없었다.

아저씨는 왼손을 내밀었던 것이다.

이상해서 아저씨의 오른손을 쳐다보니 꺼내야 할 오른손은 바지 주머니에 있었다.


‘ 무슨 뜻이지? ’ 이상해서 아저씨를 쳐다봤다. 아저씨는 민망한 듯 나를 보더니

“ 아 이거...... ” 아저씨가 주머니에서 손을 빼는 데 있어야 할 손이 없다.

“ 어! 아저씨, 오른손? ”

“ 나 오른손 없어. ”

“ 총각, 오른손은? 어떻게 된 거예요? 사고로 그랬어요? ” 엄마가 물었다.

“ 아니요, 태어날 때부터 없었어요. ”

“ 아, 그래요. ”


손이 달려있지 않은 팔은 본 적이 없는데

오른팔 팔꿈치에서 손목까지 팔은 곧고 날렵하게 뻗어있었다.

문득 나는 아저씨의 오른팔이 아름답다고 느껴졌다.

왼 손이 달려있는 아저씨의 왼 팔, 양 손 모두 달려있는 내 팔을 유심히 바라봤다.

엄마는 잠시 머쓱해하다 저녁을 준비한다며 부엌으로 갔다.

나는 마당에 물을 끼얹으며 물청소를 시작했다.

아저씨는 엄마에게 빗자루와 쓰레받기, 걸레를 빌려 짐이 들어오기 전 방을 청소했다.

수돗가에서 걸레를 빠는 데 한 손으로도 거침이 없었다..

나는 아저씨가 신기해서 한 참을 바라봤다.

“ 와, 아저씨 한 손으로도 잘하시네요. ”

“ 그래, 왼 손으로도 잘하지? ”

“ 네, 신기해요. ”

“ 아저씨가 더 신기한 거 보여줄까? ”

“ 뭔데요? ”


물기를 턴 손으로 아저씨는 무엇인가를 가방에서 꺼냈다. 손이 나왔다.


“ 이게 뭐예요? 손 같은데 ”

“ 이건 의수라고 하는 거야. 이렇게 끼우는 거야. ”


아저씨는 의수를 오른팔 손목에 이리저리 끼우더니 의수를 단 손을 보여주셨다.

“ 학교에 가거나 다른 사람들이 있을 때는 이걸 하고 있고, 집에 혼자 있을 때는 편하게 빼고 있어.

지금은 너랑 둘이 있으니까 빼고 있어야겠다. 이 손 무섭니? “

“ 네, 아저씨 좀 이상해요. 한 번도 본 적이 없거든요. 한번 만져 봐도 돼요? ”

“ 그래, 만져봐. ”

“ 좀 딱딱한데요. 부드러울 줄 알았는데. ”

“ 그렇지. ”

“ 아저씨, 팔이? 여기가 좀 아플 것 같은데. 괜찮아요? ”

“ 응, 계속 맨살에 닿으니까 좀 따가워. ”

“ 아픈데 왜 그걸 끼우고 있어요? 한 팔로도 못하는 게 없는데. ”

“ 사람들이 무서워할 수도 있고 이상하게 볼 수도 있잖아. ”

“ 이따 사람들 다 와도 이거 끼우지 말아요. 아프면서 이걸 계속할 수는 없잖아요?

처음엔 좀 낯설 테지만 계속 보면 괜찮을 거예요. “

“ 그럴까? ”

“ 네”


아저씨는 그래도 될지 궁금해하는 것 같았다.

오른손이 없는 것보다 처음 본 의수보다 왼손 하나로 모든 것을 척척 다 해내는 아저씨가 신기했다.

아저씨가 또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궁금했다.

신기한 아저씨가 우리 집으로 와서 반가웠다.

“ 언니, 나도 데려가. 나도 데리고 가!!! 엄마, 언니가 또 나 떼놓고 갔어. 앙~앙~ “

“ 정미야, 왜 울고 있어? ”

“ 현아 언니, 우리 언니가 또 나 떼놓고 갔어. 언니들끼리 팬시점에 간다고 했는데.

나도 가고 싶은데. 앙~~~ 맨날 나만 빼고 가. “

“ 정미야, 이리 와. 언니네 집 가자. ”

“ 언니, 우리 정아 언니 쫓아가자. ”

“ 음~ 정미야, 일단 우리 집에 가서 세수하고 언니한테 가자. 알았지? ”

“ 응 ”


정미는 딱 일 년 전 내 모습이다.

정아 언니한테 데려다준다는 말에 정미가 선선히 따라온다.

정미는 정아 언니의 5살 난 동생으로 같은 선교원에 다니고 있는 데

키가 작고 배가 올챙이처럼 볼똑 나온 귀염둥이지만 한번 울음이 터졌다 하면 좀처럼 그치지 않는다.

수돗가로 가서 정미 목에 수건을 걸치고 매듭을 지어 옷이 젖지 않게 묶어준다.


“ 정미야, 이리 앉아. 일단 세수부터 하자. ”


수돗물을 틀고 세숫대야에 물을 받아 얼굴을 씻긴다.


' 아푸푸~~~ ' 입에서 물보라를 뿜어내며 세수를 한다.


“ 정미야, 입 다물어. 물 들어간다. 코 ‘ 흥 ’ 해봐. 다시 세게. 그렇지, 잘했어.

자 이제 얼굴 닦고, 이리 앉자. “ 정미를 마루에 앉힌다.

“ 정미야, 정아 언니한테 가고 싶어? ”

“ 응, 자꾸 언니들이 나만 떼 놓고 도망가. ”

‘ 으휴~~~ 이 징글징글한 7인방, 이 7인방들 때문에 얼마나 많은 동생들이 울어야 하나? ‘

엄마가 주아 언니한테 자꾸 나를 울리거나 친구들과 함께 따돌리면 집에서 쫓아내겠다고 경고를 해서

주아 언니는 마지못해 나를 데리고 다녔다.

막상 언니의 친구들과 같이 돌아다녀보니 소리만 요란하지 별로 재미도 없는 이름만 요란한 7인방이었다.

차라리 집에서 책을 보고, 집에서 은하철도 999를 보는 것이 더 재미있었다.


“ 현아 언니, 언니는 왜 언니들이랑 안 다녀? 언니들이 껴주기로 했잖아? ”

“ 정미야. 있지. 내가 한번 우리 언니랑 정아 언니랑 같이 놀아봤는데 별로 재미없었어.

네가 생각한 것처럼 그렇게 재미있지 않아.

언니들이 너나 나처럼 동생들을 약 올리는 게 재미있어서 자꾸 떼어 놓는 거야.

골목에서 우리끼리 다방구, 해골 뼈 놀이, 인형놀이나 소꿉놀이하는 게 훨씬 재미있어. ”

“ 싫어, 난 그래도 정아 언니랑 같이 놀고 싶어. ”

“ 정미야, 그 언니들 요새 롤러스케이트장 다니는데 너, 그거 탈 수 있어? ”

“ 그게 뭐야? ”

“ 운동화에 바퀴가 4개 달려있는 데 그걸 신고 걷고 달리는 거야.

나 저번에 그거 타다가 가랑이가 찢어질 뻔했어. 중심 잡기도 힘들고, 그걸 왜 타는지 도무지 모르겠어.

얼마나 놀랬는지 다시는 롤러장을 보기도 싫어.

게다가 언니들 맨날 교회 오빠들 얘기만 해서 따분하고 한심해.

같이 놀아보니까 환상이 깨져서 같이 놀러 다니고 싶은 맘이 사라졌어.

말만 요란하지 별거 없다니까 너도 다녀보면 알 거야. 동네에서 우리끼리 노는 게 훨씬 재미있다는 걸. “


“ 언니, 환상이 뭐야? ”

“ 환상! 음~ 환상이란 말이지. ”

나는 식탁 위에서 b29와 바나나 킥을 가져왔다.

“ 정미야, 이 과자 뭐야? ”

“ 그거 b 29 ”

“ 너 이 과자 처음 나왔을 때 기억해? 왜 우리 같이 tv 보다가 롯데 슈퍼로 가서 같이 샀잖아.

맛있을 것 같다고, 기억나? “

“ 응, 기억나. ”

“ 그때 뜯어서 먹어보고 너 뭐라고 했어? ”

“ 쓰다고 맛이 이상하다고 했지. ”

“ 그래, 그게 환상이야. 처음 b29 선전을 보고 맛있을 거라고 생각한 것

그런데 어땠어? 막상 뜯어서 먹어보니 맛이 없었지? 그걸 환상이 깨졌다고 하는 거야. “

“ 언니, 그거 치워. 나는 b 29 냄새도 맡기 싫어. ”


“ 그렇지, 너 이제 b29 냄새도 맡기 싫지? 그게 환상이 깨진 거야.

나는 그 7인방에 대한 환상이 깨진 거고, 만약 정아언니가 너를 데리고 놀러 간다면 너도 환상이 깨질 거야. “

“ 그래도, 그래도 같이 놀고 싶은 걸. ”

“ 그래, 그럴 수 있어. 나도 그랬으니까. ”

“ 정미야. b29가 그렇게 싫어? 나는 맛있기만 한데. ”

“ 응, 나는 냄새도 맡기 싫어. ”

“ 그럼, 이거 줄까? 먹을래? ”

“ 뭔데? ”

“ 바나나킥이야. 정미야, 내가 장담하는데 정아 언니랑 언니들 따라가서 노는 것보다 우리끼리 노는 게

백배는 더 재미있어. 정말이야. “
” 정말? 그렇게 재미없어. “

“ 정말이라니까. 내가 언제 너한테 거짓말 한 적 있어? ”

“ 아니 ”


“ 그럼, 내 말 믿어. 이제 안 울 거지? 괜찮지? ”

“ 응 ”

“ 정미야, 언니 마당 청소해야 하는 데 같이 할래? 아니면 너희 집에 가서 엄마랑 tv 볼래? “

“ 응, 난 집에 갈래. ”

“ 그럼, 이 바나나킥 가지고 가서 만화 보면서 먹어. 잘 가, 그만 울고. “

“ 응, 고마워. 언니, 이거 언니 먹어. 우리 집에 또 있어. ”

“ 어! 밀크캐러멜이네. 잘 먹을 게. 잘 가. ”


정미는 더 이상 울지 않고 집으로 갔다.

문에 걸려있던 발이 걷히며 이사 온 문간방 아저씨가 수돗가로 나오셨다.

“ 야, 너 진짜 웃긴다. 킥킥킥..... ”

“ 어? 아저씨? 집에 계셨어요? ”

“ 내가 너 특이하게는 봤지만, 재미있는 꼬마네. ”


어제저녁

휴대 옷장, 이불이랑 옷 꾸러미, 작은 냉장고와 냄비, 그릇, 수저, 휴대용 버너, 앉은뱅이책상

이사 트럭으로 들여온 아저씨 짐은 그게 다였다.

짐이 다 들어오고 정리를 마친 뒤 아저씨는 커다란 수박을 왼손으로 들고 왔다.

우리 집 사람들 모두 마당에 모여 수박화채를 만들어 먹고 인사를 나누었다.

“ 여기는 수돗가 바로 앞에 사는 은동이네 ”

“ 뒷 채에 사는 대전 댁 내외 ”

“ 이 총각은 이번에 이사 온 학생이야. 서울대학교에 다녀. 총각, 서울대 무슨 과라고 했지? “

“ 네, 서울대 경제학과입니다. ”

“ 옴마~ 공부 진짜 잘하는 학생이구먼. ”

“ 이름은? ”

“ 정재훈이라고 합니다. ”

“ 그러게 공부 겁나 잘하는 학생이 들어왔어. ”

“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

“ 학상, 잘 모르나 본데. 어른들한테는 말할 때 주머니에서 이렇게 손 빼고 말해야 하는 거야.

두 손을 모아서 이렇게 앞에 얌전히. 그렇게 주머니에 손 넣고 먹거나 말하는 거 아니여. “


참견을 하지 않으면 좀이 쑤시는 대전 댁 아줌마

정작 자기는 우리 엄마가 말할 때 항상 오른 귀를 만지며 듣기 싫다는 듯 땅만 쳐다보며 “ 네네~ ” 하던

대전 댁 아줌마가 아저씨한테 잔소리를 한다.

아저씨는 뭐라고 말도 못 하고,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아저씨 바지 오른편 주머니에 손을 쑤욱 넣고 아저씨 팔을 뽑아내버렸다.

“ 아저씨는 오른손이 없어요. 태어날 때부터 없었데요.

근데 아저씨 왼손으로도 청소도 잘하고, 글씨도 잘 쓰고, 못 하는 게 없어요.

아저씨, 대전댁 아줌마 내외, 은동이, 은동이 할머니 모두 놀라 수박을 먹다 멈춰버렸다.

척척이예요. 뭐든 다 잘하는 척척박사 “


다들 조금 놀랐는지 아무 말도 없었다. 모두 놀라 눈만 껌뻑 껌뻑 해댔다.

은동이는 ‘ 우와~ ’ 하면서 아저씨의 손을 만지려는 것을 할머니가 막았다.


“ 옴마나~ 참말 손이 하나 없네. 진짜구먼. 근데도 청소며, 글씨도 다 잘 쓴다고?

아이고, 학생, 아주 대단하구먼. 그래 고향은 어디여? ”
“ 전라도 구례에서 왔어요. ”

“ 아, 구례에서 왔구먼. 구례가 아주 시골 촌구석인데, 어떻게 서울대에 붙었을까?

“그래, 부모님은 뭐하셔? 형제들은 없어? ”

“ 부모님은 농사 지으시고, 밑으로 여동생 하나 있어요.

올해 서울로 동생이 올라올 거예요. 대학은 서울에서 다니게 하려고요. “

“ 그럼, 대학교 등록금은? 부모님이 대주시는 거야? ”

“ 아니요, 학교에서 장학금 받고, 과외를 해서 생활비며 용돈 그렇게 마련해서 살아요.

서울 올라올 때 보증금만 해주셨어요. “

“ 어이구~ 아주 기특한 젊은이네. 아주 장하다. 장해. 부모님이 밥을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르겠어. ”

“ 손이야, 나중에 의수를 해도 되는 거고. 사람이 똑똑하고 성실하면 그만이지.

어떻게든 사람은 다 먹고살게 되어 있어. “

“ 아저씨, 우리 집에서는 의수 하지 말아요. 오른손에 그걸 하고 있으면 벌겋게 부어오르잖아요.

아무도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으니까 그냥 편하게 있어요. “

“ 그래? 의수를 하고 다니는구나. 그래, 학생 집에서는 편하게 있어야지.

아까는 좀 놀래긴 했는데 이제 괜찮아. 젊은 사람이 참 기특하네. “

은동이 할머니는 처음에는 아저씨를 안쓰럽게 보다 이제 놀랍다는 듯 말한다.

아저씨는 그렇게 우리 집 사람들과 모두 인사를 마쳤다.



“ 아저씨, 이제 짐 정리 다 끝났어요? ”

“ 응, 언니랑 오빠는, 아주머니는? 다 어디 가셨어? ”

“ 엄마는 센터 가시고, 언니랑 오빠는 학원에 갔어요. ”

“ 준이네는 친척집 간다고 했고, 대전댁 아주머니는 예식장 가셨어요. ”

“ 그럼, 너 나랑 같이 점심 먹을래? 나 점심 먹어야 하는데 ”

“ 뭐 먹을 건데요? ”

“ 라면 끓여 먹을 거야. ”

“ 네, 저도 라면 좋아해요. ”


아저씨는 휴대용 버너에 냄비를 얹으셨다.

삼양라면 두 개를 넣고 나는 냉장고에서 계란과 김치를 꺼내왔다.

마루에 앉아 상을 펴고 아저씨랑 얘기를 나무며 먹는다.


“ 아저씨, 동생이랑 엄마랑 아빠 보고 싶죠? ”

“ 바빠서 보고 싶은 마음 들새가 없다. ”

“ 그렇게 바빠요? ”

“ 응, 학교 가서 수업 듣고 과외하러 다니면 어느새 주말이야. 주말이라고 항상 쉴 수도 없고.

동생까지 서울로 올라오려면 내가 부지런히 벌어야 해. “

“ 과외하러 어디로 가는 데요? ”

“ 강남으로 다니지. 거기가 과외비를 많이 주거든. ”

“ 강남? 거기가 어디예요? ”

“ 여기에서 버스를 타고 한 시간 넘게 가야지. ”

“ 아저씨, 근데 과외를 이 근처에서 하면 시간이랑 교통비가 줄어드니까 그게 더 낫지 않을까요? ”

“ 글세, 이 동네에 과외를 하는 사람이 있을 까? ”


“ 아저씨, 당장 우리 집에도 큰 오빠가 있잖아요. 놀이터 근처 언덕에는 부자 집이 많아요.

그쪽 동네 집들은 정원이며 연못도 있고 무지 넓어요. 오빠 친구들도 거기 많이 살거든요.

아저씨가 우리 오빠를 한 번 가르쳐 봐요. 만약에 우리 오빠 성적이 올라가면 과외가 많이 들어올 거고.

언덕 쪽에 사는 학생들만 가르쳐도 훨씬 좋잖아요? “

“ 와~ 너는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니? 알면 알수록 희한하네. “

“ 대신 부탁이 있어요. 학생들이 늘어서 5명이 넘으면 내 부탁 하나만 들어주세요. ”

“ 그게 뭔데? ”

“ 우리 큰 언니 공부 좀 가르쳐 주세요. ”

“ 너희 큰 언니? 언니 공부 잘하지 않아? ”

“ 잘하는데요. 언니가 대학에 들어가고 싶어 하는데. 엄마가 언니는 학원에 안 보내줘요.

그래서 맨날 혼자 공부하는데 수학이랑 과학이 어렵데요.

아저씨가 가르쳐 주면 언니가 쉽게 공부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엄마는 상고에 입학하라고 하지만 언니는 혼자서 공부해서라도 대학에 꼭 갈 거래요.

그러니까 아저씨가 우리 큰 언니를 좀 가르쳐 주세요. “

“ 기특하네, 큰 언니를 그렇게 챙기다니.

큰 언니한테 전해. 공부하다 막히면 아저씨한테 물어보라고

오빠가 나한테 과외를 안 받더라도 아저씨가 그냥 가르쳐 줄게.

고향에 있는 내 동생 재경이 생각난다. 우리 재경이가 너희 언니랑 동갑이야.

근데, 아줌마는 큰 언니를 왜 대학에 안 보낸다고 하시는 거야? “

“ 그건 나도 잘 모르겠어요. 나도 잘 이해가 안 가요.

엄마도 대학에 꼭 가고 싶어 했다던데. 무슨 이유가 있겠죠.

우리 큰 언니는 절대 포기 안 한다고 했어요.

대학교에 꼭 갈 거예요. 자기가 한 말은 지키니까. ”


라면을 다 먹고 나서 아저씨는 수돗가로 가서 설거지를 했다.

손이 없는 오른 팔로 냄비를 바닥에 고정시키고 수세미를 쥔 왼손으로 싹싹 깔끔히 잘 닦아냈다.

보면 볼수록 점점 더 신기하다.

마치 오른손이 있는 사람처럼, 손이 없어도 상관없는 것처럼 불편함 없이 모든 걸 척척 해낸다.

“ 아저씨 설거지 진짜 잘한다. 우리 오빠보다 더 잘하네. ”

“ 그렇지? 아저씨 잘하지? ”

“ 아저씨, 오른손이 없으면 불편하지 않아요? ”

“ 글쎄, 난 오른손이 있어 보질 않았으니까. 항상 이렇게 써왔으니까 잘 모르겠어.

어렸을 때는 좀 불편하긴 했지. 손이 불편한 게 아니라 고약한 아이들은 나를 놀렸거든

외팔이라고, 오른손 없는 귀신이라고, 배냇병신이라고 나를 놀려댔어.

아이들한테 오른팔을 보이기 싫다고,

여름에도 긴 팔만 입으려고 했고, 놀기 싫다고 울면서 집에 돌아와도

엄마는 맨날 나를 밖으로 내보냈어. 반 팔을 입혀서 말이야.

손 없이 태어난 나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어. 그게 나니까.

내 모습 그대로를 좋아하는 누군가 있을 거라고

집에만 있으면 그런 사람을 만날 수 없으니 나가라고 하셨지.

놀리는 아이들은 어려서 그런 거라고, 어린 동생이라 생각하고 봐주라고 말이야.

나를 좋아하는 친구가 반드시 있을 거라고 했어.

어딘가에 있을 거야. 내 모습 그대로를 좋아해 주는 사람이 “

아저씨는 처마 사이로 파란 하늘을 올려다봤다.

“ 학교에 들어가선 열심히 공부했어.

공부를 잘하면 선생님이 예뻐하고, 짓궂은 아이들은 학교에서 모범생인 아이들은 절대 건드리지 않거든.

그렇게 공부하고 대학까지 들어간 거야.

아이들이 놀리는 게 싫어서 공부를 하고 대학엘 들어갔는데 이젠 공부하는 게 재미있어.

시험은 손이 있든 없든 모두에게 공평해.

큰 언니도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 재경이처럼 “

아저씨가 파란 하늘같이 크고 넓게 느껴졌다.

아저씨의 하늘에서 훨훨~ 자유롭게 날아다녀도 매나 독수리에게 잡아먹히지 않을 것 같았다.


“ 아저씨, 아저씨랑 같이 있으면 왠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아요. “

“ 나도 그래. 우리 앞으로 잘 지내보자. “

“ 아저씨, 내 부탁 하나만 들어줘요. ”

“ 뭔데? ”

“ 내가 엄마랑 무슨 얘기를 할 건데. 내 말을 듣고만 있다가

엄마가 물어보면 그냥 알았다 고만하세요. 분명 아저씨한테 좋은 일이 생길 거예요. “

“ 허허허~ 알았어. 네가 하라는 데로 할 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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