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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카르페디엠

무문관

by 옥상 소설가

Him( 눈 ) + alaya ( 저장 )

기억( 과거 ) 지각 ( 현재 ) 기대 ( 미래 )


인간에게 기억이 있기에 과거가 있는 것

내가 죽으면 과거, 현재 , 미래는 다 붕괴된다

기억을 해야 과거가 있고 기대를 해야 미래가 있다

'지각'을 해야 현재가 있다


전의 상황을 기억해야만 현재가 바뀌었다는 사실을 인지

( 과거 ) 기억이 중심이 된 서양 철학에서의 시간


모든 집착의 근원은 ' 알라야 ' 에 있다


떨어지는 꽃잎을 보고 멈출 수 있다면

자신의 늙어감과 자신의 무상함을 보고 있다


흩날리는 벚꽃잎에서 무심하게 멈췄을 때 그때 우리는 '현재'를 갖는다


현재의 강력함

기억도 기대도 사라지게 한다


우리는 '어제'를 기억하는 현재의 '오늘' 말고

내일을 '기대' 하는 '오늘' 말고

오직 '현재'만 보고 있는가?


'현재'는 쉽게 열리지 않는다

우리는 '현재'에 살기를 원한다


우리는 하루 중 몇 번이나 진짜 '현재'에 살까?

우리는 기억에 의해 패턴식으로 살아간다

대부분은 '기억'에 의한 현재를 살아간다


우리가 새로운 것을 여행하는 이유

사전조사를 통한 계획 있는 여행은 '기억'과 '기대'에 따라서 가는 것

=> 감동이 없다


우리가 새로운 곳을 여행하는 이유

전혀 예상하지 못한 풍경을 만나면 감동을 받고 압도당한다


첫눈에 반하는 것

'영원히 이 순간은 안 온다는 느낌'

예시) 아이를 처음 낳고 간호사가 아이를 데려왔을 때 아이를 안고 냄새를 맡았을 때


'지금' '오늘' 행복해야 한다

오늘 행복을 취하는 사람은 다음날 또 그 오늘에 행복을 취한다


오늘을 희생해야 미래가 행복하다

'내일 주의자' 들이 하는 말


'내일' 이 행복하기 위해 '오늘'을 갈자 => 기대를 갖게 됨

=> 오늘을 감 => 평생 꿈만 가지고 삼 => '오늘 주의'를 선택해야 함





어느 스님이

" 무엇이 달마 대사가 서쪽에서 온 뜻인가요? "라고 물었다.

조주 스님이 대답했다

" 뜰앞의 잣나무 "


우리가 어떻게 살아왔든지 간에 그 삶의 흔적은 몸에 밴 냄새처럼 우리의 마음 깊은 곳에

그대로 저장되어 있기 마련입니다

바로 이것이 알라야 의식입니다


보통 자신에게 지나치게 집착하는 사람은 사실 과거에 집착하는 사람이 많다


과거에 연연하는 사람은 인연에 따라 일어나는 세상과 자신의 삶을 받아들이지 못하게 됩니다

그는 현재가 아니라 과거에 살고 있는 사람이니까요

당연히 그는 자신의 과거에 사로잡혀서 자신이 삶에 주어지는 것에

'있는 그대로" 대응할 수 없을 것입니다

과거에서 자유로울 때에만 우리는 '여기 그리고 지금' 주어진 삶을

주인으로서 당당히 살아낼 수 있을 테니까 말입니다.


과거와 단절해야 아집에서 벗어날 수 있고,

오직 그 순간 해탈이라는 대자유를 향유할 수 있다고 말입니다.


네 마음에 주목해야

네 마음이 없었다면 사물도 존재할 수 없는 법이다

지금 '뜰앞의 잣나무'라고 거듭 말하면서 조주 스님은 살아 있는 마음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어떤 것에도 집착하지 않아야 뜰앞에 펼쳐져 있는 잣나무들이 우리의 눈에 들어온다는 점입니다

조주 스님의 마음은 '지금 바로 여기'에 있었던 겁니다

이것이 바로 일체의 집착에서 벗어나 깨달은 마음, 즉 자유로운 마음 아닌가요?

불행히도 제자의 눈에는 여전히 잣나무가 들어오지 않습니다


알라야 의식은 끊어야 합니다

이것은 과거나 기억에 매몰되어 있는 마음을 극복한다는 것에 다름 아닙니다.

오직 그럴 때에만 우리의 마음은 지금 바로 여기에서 살아 있는 마음일 수 있을 테니까요.

싯다르타의 이야기가 아무리 훌륭해도 혹은

달마 대사의 가르침이 아무리 절실하더라도

그것에 집착하는 순간 우리는 자유로운 마음을 얻을 수 없습니다

우리가 꿈꾸는 것은 제2의 싯다르타나 제2의 달마가 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 자신이 주인공이 되는 것이기 때문이지요

무문 스님이 "조주가 대답한 것을 자신에게 사무치게 알 수만 있다면,

과거에도 석가는 없고 미래에도 미륵은 없게 될 것"

이라고 말했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 입니다


과거의 기억에 매몰되거나 미래의 염려에 사로잡혀 있으면 안 됩니다

그 순간 잣나무뿐만 아니라 사랑하는 것, 사랑해야만 하는 것들도 우리 눈에 들어올 수 없을 테니까 말입니다

사랑하는 것에는 섬세함이 필요합니다.


미래가 걱정되니, 현재도 그리고 현재에 펼쳐지는

많은 사람들과 사물들이 눈에 들어올 리 없을 테니까 말입니다.

후회나 염려의 마음이 강하면 우리의 마음은 현재에 열릴 수가 없습니다.

한마디로 우리는 현재라는 시제를 잃어버리게 된다는 겁니다






며칠 전 나에게 들린 당신의 흔적을 찾아가다

나는 당신이 남긴 글들을 보았습니다


이른 새벽 눈을 뜬 터라 눈이 뿌연 상태

당신의 글을 읽다 내 의식은 점점 선명해지고 분명해졌습니다

호기심과 궁금함에 읽고 읽고 또 읽어 내려갔습니다


그러다 나는 울음이 툭하고 터져 나왔습니다

당신의 슬픔이 내 가슴속 한가운데 파열되어 비수가 되어 내 마음에 꽂혀 버렸습니다

내 마음속 여기저기 깊이 박혀 선명한 피가 되어 눈물로 나왔나 봅니다


당신의 슬픔이 과거의 내 슬픔을 건드렸나 봅니다

이제 희미해졌거니 덤덤해졌거니 짐작했는데 아닌가 봅니다


내가 아팠던 것은

내가 사랑했던 그 때문일까요?

아니면 어렸던 나 때문이었을까요?

아니면 내가 지금 사랑하는 사람 때문일까요?

모르겠습니다


어제도 오늘도

나는 깨어나자마자 당신을 찾아갑니다

당신을 읽으며 당신을 생각하며 당신을 상상하며

그렇게 하루하루

나의 시간의 일부가 당신으로 채워집니다


당신은 나를 깨어있게 합니다

순간순간 당신은 나를 정신없이 흔들어 댑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지금을 살아갑니다

오늘을 살아갑니다


당신의 슬픔이 어제보다 조금씩 줄어들기를

당신의 웃음이 미소가 조금씩 늘어나기를

당신을 진심으로 온몸으로 아끼는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지기를 바라고 또 바랍니다


당신은 나에게 소중한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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