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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상 소설가 Nov 08. 2022

14. 횡설수설이 모두 진리가 될 때

무문관

'지도'는 '영토'가 아니다

=> 지도와 영토의 간극을 기억하라

지역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은 지도를 그리는 사람이 아닌

영토에 오랫동안 살아온 노인이다


우리는 흔히 유식하고 권위 있는 사람의 말을 '지도' 라 생각한다

너무 많이 배우면 말에 빠지고 '지도'에 갇힐 수 있다

하지만 여행을 많이 가본 사람은 안다

영토에 사는 사람은 안다

'지도'와 '영토'가 무관함을

우리의 가장 큰 문제는 '영토'를 경험하는 감각이 없어진 것이다


남의 '지도'를 쓰지 말자

그러나 그곳에 가본 사람은 안다

그리고 남의 지도를 쓸 수 있다

단 남의 지도를 수정해서 사용한다

지도를 맹신하면 새로운 곳에 갈 수 없다


죽은 이를

헤어진 이를 잊으려고 하면 할수록 더 잊지 못한다

때때로 아픈 것은 아픈 데로 둔다

무리하게 끊으려면 더 오래간다





어느 스님이 물었다

"광명이 조용히 모든 세계에 두루 비치니....."

한 구절이 다 끝나기도 전에 운문 스님은 갑자기 말했다

" 이것은 장졸 수재의 말 아닌가! " 그 스님은 "예"라고 답했다

그러자 운문 스님은 " 말에 떨어졌군 "이라고 말했다

뒤에 사심 스님은 말했다

" 자, 말해 보라! 어디가 그 스님이 말에 떨어진 곳인가? "


제도나 관습에 의존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주인공이 아니라

무엇인가를 숭배하는 노예의 삶일 뿐이기에

스님이 되어야만 부처가 된다는 것은 불교에서는 용인할 수 없는 일입니다.



장졸의 '오도송 '


광명이 고요히 모든 세계에 두루 비추니

범부든 성인이든 생명을 가진 것들이 모두 나의 가족이네

어떤 잡념도 일어나지 않아야 온전한 모습이 그대로 드러나지만

감각의 작용들이 일어나자마자 온전한 모습은 구름에 가려 버리네

번뇌를 끊으려는 것은 번뇌의 병만을 증가시키고

진여에 나아가려는 것도 또한 바르지 못한 일이네

세상의 인연에 따라 어떤 장애도 없다면

열반과 생사도 모두 헛된 꽃과 같을 뿐이네


광명 :  '나'를 생각하지 않는 마음  = 집착하지 않는 마음

진여 : 모든 것의 참모습, 있는 그대로의 모습

감각 : 여기서의 감각은 '본능적인 이기주의 ' 임

살아있기에 생기는 이기주의

배가 고프고 잠이 모자라면 짜증이 나고 인색해진다

생명이라 나도 나를 돌봐야 하는 이기주의


한 남자가 여자에게 사랑한다 말한다

" 너의 손에 물 한 방울 묻히지 않겠어 "

여자가 말한다 " 그건 예전부터 사용하던 흔한 말 아니야? "

" 응 " 남자가 대답한다


진짜로 사랑한다면 그 흔한 말은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 말에는 사람들의 수만큼 다른 색을 가지고 있다

' 응 '이라고 대답한 것은 말에 대한 이해만 가지고 있는 것


' 진짜 사랑한다면 다른 말을 하지 않을 까? '






나는 어렸을 적 ' 말을 잘한다, 말을 재미있게 잘한다, 글을 잘 쓴다 '

등의 말을 많이 들었다

책을 많이 읽는 편이었고, 여러 어른들로부터 듣는 것도 많았다

남의 말과 글을 신경 써서 읽고 듣고 보니 그랬던 같다


학창 시절

나는 말이 없고 조용한 유머감각이 없는 아이들을

존재감이 없다, 재미가 없다 여기며 친해지려 하지 않았다

그리고 은근히 얕봤던 것 같다


어른이 되어서도 여전했다

여러 말이 오고 가는 자리와 상황에서 침묵하거나 자기 말을 하지 않고

다른 사람의 말을 듣기만 하는 사람을 보면


' 얼마나 자신이 없으면 자신의 생각이나 의견을, 말을 하지 않는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지금 당장 침묵한다 비겁하다 ' 생각하기도 했다


나는 거침없이 말을 하는 편이어서

이것을 솔직함이고 자신감이라 자부했다

용기 있고 정의로운 수호자라 자만했다

그래서 내 말은 신랄하고 송곳같이 예민했다 성급했다


'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나는 내 말은 상처를 줬을까? '


물론 정의롭지 못한 것이나 상황에서 침묵하는 것은

외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런 상황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일상적인 관계, 보통의 우리의 대화에서 침묵과 말이 적음을 말한다


말이 없는 사람은 여러 가지 이유로 말이 없다 침묵한다


나와 다른 생각이나 의견이 있을 수 있다  

너의 말이 옳고 내 말이 틀릴 수 있다  

지금보다 나중에 얘기하는 것이 더 나을 수 있다

지금의 이 말들은 부질없다 중요한 것이 아니다

인내 지혜 존중 배려 깨달음

여러 가지 이유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나는 시간이 지나면서 깨닫게 되었다

말이 없다는 것. 침묵하는 것, 조용한 것이

그가 함부로 생각되어야 할, 여겨져야 할 대상이 아니라는 것을

그녀가 더 사려 깊고 인격을 갖춘 훌륭한 사람이었다는 것을

내가 가까이 해야 했고 친구 지인으로 지내야 했던 사람은

그 순간 재미있고 재치있고 똑똑해 보이는 말을 하는

눈앞의 그가 아닌

내가 지나쳐버린 그녀 였다는 것을

그녀가 진정 귀한 사람이였다는 것을


시간은 이미 지나갔다

지금만 내 앞에 있다

과거의 잘못에 연연하지 말자

순간순간 지금만 조심하자


내 말이 상처가 될 수 있다는 것

하지만 내 말이 누군가에게 위로도 될 수 있다는 것

따뜻한 말을 건네자

그리고 말을 함부로 하는 사람이 있다면

나도 순간을 놓치면 그럴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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