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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상 소설가 Nov 17. 2022

달과 6펜스 part-2

사람은 누구나 세상에서 홀로이다.

각자가 일종의 구리 탑에 갇혀 신호를 써 다른 이들과 교신할 수 있다

그런데 그 신호들이 공통된 의미 가치를 가지고 있지 않아서 그 뜻은 모호하고 불확실하기만 하다

우리는 마음속에 품은 소중한 생각을 다른 이들에게 전하려고 안타까이 애쓰지만 다른 이들은 그것을 받아들일 힘이 없다

그래서 우리는 나란히 살고 있으면서도 나는 남을 이해하지 못하고 남도 나를 이해하지 못한 채로 함께 어울리지 못하고 외롭게 살아갈 수밖에 없다


우리는 마치 이국 땅에 사는 사람들처럼 그 나라 말을 잘 모르기 때문에 온갖 아름답고 심오한 생각을 말하고 싶어도 기초 회화책의 진부한 문장으로 밖에 는 표현할 길이 없는 사람들과 같아

머릿속에는 전하고 싶은 생각들이 ㅡ들끓고 있음에도 기껏 할 수 있는 말이라고는  ( 아주머니 우산은 집 안에 있습니다 ) 따위인 것이다


인생의 낭만을 깨달으려면 무엇보다 배우 기질이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또한 자신으로부터 벗어나 초연하면서도 동시에 몰입하여 자신의 행위를 관찰할 수 있어야 한다


남자에게 사랑이란 일상적인 여러 일의 한 에피소드에 지나지 않는데도 소설에서 그것을 강조하다 보니 실제와는 다른 중요성을 갖게 되는 것이다

사랑을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것으로 여기는 남자란 거의 없다

있다 해도 그런 남자들은 별 재미가 없다

사랑을 지상의 관심사로 삼는 여자들도 그런 남자들 경멸한다

하기야 그런 남자들 덕분에 여자들은 기분이 우쭐해지고 자극을 받기도 하지만 그들이 좀 덜떨어진 인간이 아닌가 하는 불안감을 갖는 것이다

남녀가 똑같이 사랑에 빠져 있다 하더라도 다른 점은 여자가 할 온종일 사랑할 수 있는데 비해 남자는 이따금씩밖에 하지 못한다는 데에 있다


인생은 우스꽝스럽고 지저분한 일들의 뒤범벅이고 웃기에 적적한 소재였다

하지만 웃으려니 슬펐다.


나는 이런 생각이 든다

어떤 사람들은 자기가 태어날 곳이 아닌 데서 태어나기도 한다고

그런 사람들은 비록 우연에 의해 엉뚱한 환경에 던져지긴 하였지만 늘 어딘지 모를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가지고 산다

어쩌면 가족들 사이에서도 평생을 이방인처럼 살고 살아오면서 유일하게 보아온 주변 풍경에도 늘

서먹서먹한 기분을 느끼며 지낼지 모른다

낯선 곳에 있다는 느낌, 바로 그러한 느낌 때문에 그들을 사랑을 느낄 수 있는 뭔가 영원한 것을 찾아 멀리

사방을 헤매는 것이 아닐까

어떤 뿌리 깊은 본능이 이 방랑자를 자꾸 충동질하여 그네의 조상이 역사의 저 희미한 여명기에 떠났던

그 땅으로 다시 돌아가게 하는 것일까

그러다가 때로 어떤 사람은 정말 신비스럽게도 바로 여기가 내가 살 곳이라 느껴지는 장소를 우연히

발견하기도 한다.  그곳이 바로 그처럼 애타게 찾아 헤맸던 고향인 것이다

그리하여 그는 여태껏 한 번도 보지 못한 풍경, 여태껏 한 번도 보지 못한 사람들 사이에

그들이 죄다 태어날 때부터 낯익었던 풍경과 사람들이었던 것처럼 정착하고 만다

마침내 그는 이곳에서 휴식을 발견하는 것이다


그때 그 밤의 죽은 듯한 적막을 나는 도저히 말로 표현할 수가 없습니다

포모투에 있는 내 섬에서는 밤이 되어도 그처럼 완벽하게 고요하지는 않아요

바닷가에서 온갖 살아 있는 것들이 바스락거리고 오만가지 조그만 조개들이 한없이 꼼지락 거리는 소리가 납니다

참게는 더 소란스럽게 기어 다니고요

이따금 초호에서 물고기들이 뛰어오르는 소리가 나기도 합니다

때로 상어가 나타날 때면 물고기들이 죽어라 달아나느라고 요란하게 물 튀기는 소리를 내기도 해요

무엇보다 시간처럼 한없이 바위에 부딪히는 둔중한 파도 소리가 있지요

그런데 스트릭랜드가 사는 그곳에는 소리라곤 하나도 없었어요

밤에 피는 하얀 꽃들로 사방은 향긋한 냄새로 가득했습니다

정말 얼마나 아름다운 밤이었는지 영혼이 육체에 갇혀 있는 것을 견디지 못하는 것 같았어요

영혼이 금방이라도 허공으로 두둥실 날아가버릴 것만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죽음이 조금도 무섭지 않고 사랑스러운 친구처럼 느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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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이상한 짓을 하는 이상한 사람들로 가득 찼다는 것, 사람은 자기가 바라는 대로 되는 게 아니라 생겨먹은 대로 된다는 것을 그들은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이 곳에는 별의 별 구멍이 다 있어 제 구멍을 찾지 못하는 못은 없었다


자연의 신이 때로는 제 자녀를 괴롭히면서 잔인한 즐거움을 느끼기도 하니까요


사람이란 늘 그렇지 않습니까?  두려움을 느끼면 잔인해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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