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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상 소설가 Feb 14. 2023

2023년 2월 14일 화요일

털 목도리를 얼굴에 칭칭 감지 않고 걸어도 볼이 따갑지 않다

힘이 빠진 겨울은 서서히 내 옆을 지나가고 있다

뾰족한 나무 끝 바로 위에 하얗고 투명한 초승달이 하늘색 하늘에 걸려있었다

나무에 걸린 초승달이 마법사의 지팡이 같이 귀여워 한 참 바라보다 사진에 담았다


오늘 아침 재활용 쓰레기를 분리하다 눈물이 났다

틀어놓은 음악이 원인이었는지 

주말 동안 힘들었던 마음 때문인지 눈물이 났는데 

그냥 울어버렸다

슬프면 울어야지

그냥 울어야지

내 마음이 그런 걸 어떻게 할 수 없지


끝까지 걸어가려면 어쩔 수 없어

내 마음의 그릇이 그것밖에 안되는데

나는 모두를 품을 수 없는데

나는 힘이 없어

마음이 약해져 버리면 안 돼

그냥 지금 나쁜 년 하자

그래 그래 버리자


올해 나의 위시 리스트 중 하나는 따듯한 독서모임 만들기이다

작년 말 나는 여러 사람들에게 독모를 만들고 싶다 용기 있게 말했고

나와 함께 가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어 지금의 독모가 만들어졌다

그동안 여러 독모를 거치면서 내가 하고 싶었던 것들을 시도해보고 있는데

고맙게도 모두 함께 열심히 해주고 있다


저번 주 일요일 첫 책을 가지고 모임을 가졌는데 

당근에 모집원을 구한다는 글을 보고 두 분이 독모에 참석해 주었다

두 분 모두 집에 가는 길에

전화번호를 적어주면서 다음에 꼭 다시 참석하고 싶다 말해주었다

적당히 인사하고 가버릴 줄 알았는데

번호까지 적어주고 가셔서 조금 놀랐다


카톡창에 초대를 하고 인사를 나누고 이것저것 얘기를 했는데

한 분이 자신의 블로그에 독모 참석 후기를 썼는데 이곳에 올려도 되겠냐고 물어봤다

흔쾌히 괜찮다 말했고 그의 글이 궁금한 나는 블로그에 방문해 

모임 후기를 보고 정말 기뻤다

자신이 참석한 독모중 가장 좋았다고

재미있고 유쾌하고 편안한 분위기였다고 

꼭 다시 참석하고 싶다 쓰여있었다


치열한 세상에서 각 자의 삶을 살다 

이 주에 한 번 모여 책으로 얘기하며 즐거움 편안함 위안 응원을 받고 

다시 살아갈 힘을 얻어 세상으로 나가는 독모

내가 꾸려가고 싶은 독모가 바로 그런 독모인데

처음 참석한 분이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니 정말 행복했다

우울했던 내 마음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었다

나는 그의 글에서 힘을 얻었다

수줍게 허락을 구한 그였지만

솔직하고 용기 있는 그의 글에서 용기를 얻었다


나는 다시 말의 글의 중요성을 생각했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말이고 글이야

사람을 죽이는 것도 

사람을 살리는 것도 말이고 글이야


사람을 살리는 말을 하자

용기를 주는 말을 하자

따듯한 말을

사랑을 담은 말을 하자


네가 무슨 말을 했든 어떤 일을 했든

세상 사람들이 너를 비난하고 욕할지라도

네가 그렇게 했다면 이유가 있을 거라고

나는 너를 믿는다고

나는 너를 좋아한다고

너를 아낀다고 말해주어야지

사랑을 담아 이야기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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