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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민현아
단지 그대가 맏딸이라는 이유만으로 ep-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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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 소설가
Sep 10. 2020
“ 왜 내가 대학을 가지 못하냐고? 왜? 왜? 왜?
오빠보다 내가 공부는 더 잘하는데 왜 내가 못 가?
내가 대학을 가지 말아야 하는 이유를 말해봐.
내가 대학을 갈 수 없는 이유를 말해 달라고
엄마 말이 맞으면 포기할게. 다 포기할 테니까 말해 달라고.
왜? 왜? 왜? 내가 못 가? 왜 못 가냐고?
왜 내가 상고를 가야 하냐고?
나는 갈 거야. 나는 대학 꼭 갈 거야. “
언니는 엄마를 향해 소리 지르고 있었다.
‘ 소리 지르다 ‘라는 말보다 ’ 절규하다 ‘라는 말이 더 적당할 것이다.
언니의 얼굴은 눈물범벅이었으니까
눈물과 콧물이 뒤범벅되어버린 언니는 예쁜 얼굴을 잃어버렸다.
그러나 언니는 눈물도 콧물도 닦지 않았고
창피하지도 누가 보든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다.
언니에게는 엉망이 되어버린 얼굴보다 자신이 상고에 진학해야 하는 이유가 중요했다.
엄마에게 이유를 들어야 했다. 그리고 이해하고 싶어 했다.
왜 자기가 대학에 진학하지 못하는지?
딸이라는 이유 말고 다른 이유를 말해 달라고, 제발 말해 달라고만 했다.
그래도 엄마는 끄떡도 하지 않았다. 눈 빛 하나 흔들리지 않았다.
같은 말만 반복했다.
“ 상고 가서 열심히 공부하고 좋은 회사에 취직해라.
너 대학까지 보낼 돈 없다. 취직하고 좋은 남자 만나 결혼하면 그만이다. “
엄마의 말은 언니에게 이유가 되지 못했다. 납득할 수 없었다.
오빠는 학원에 다니고, 부족하다 싶으면 과외까지 시켰으며
오빠가 읽어야 한다는 책이 있으면 전집이나 세트로 책장을 다 채워주었다.
수십만 원, 수백만 원 나가는 영어 어학기에 고급 책상, 의자, 스탠드
오빠가 공부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만들어주고
학교 선생님이나 학원 선생님과 수시로 만나 상담을 했다.
더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어떻게 하면 오빠가 일류대학을 갈 수 있는지?
오빠에게 모자란 것은 무엇인지? 노심초사 오빠만 바라보던 엄마였고
그것을 묵묵히 지켜봐 왔던 무던한 언니였다.
자신은 앉은뱅이 책상에 앉아 오빠가 보던 책과 문제집을 풀면서도
언니는 불평불만이 없었다.
작은 언니는 엄마랑 싸워봤자 득이 될 게 없다는 것을 큰 언니를 보며 파악한 눈치 빠른 딸이고
나는 나이 터울이 져서 갈등의 소지가 없었다.
그저 잘 자고, 잘 먹고, 잘 놀고, 선교원에만 다니면 그만이었다.
그러나 오빠랑 나이 터울이 두 살 밖에 안 지는 큰 언니는 달랐다.
오빠에게는 허락되고
자기에게는 허락되지 않는 모든 상황들을 오랫동안 묵과해왔다.
불평조차 하지 않았고 바라만 보았다.
단지 엄마를 속상하게 하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그렇게 자신의 욕심이나 욕망을 눌러댄 것이 습관이 되어
언니는 그것을 당연하게 여기는지도 몰랐다.
모두들 언니가 포기하고 희생하는 것을 불합리하거나 차별이라
여기지도
않았다.
한 번도 언니가 그렇게 화를 낸 적은 없었다.
한 번도 엄마의 말을 거역한 적은 없었다.
혼자서 네 아이를 키워야 하는 엄마를 언니는 항상 안쓰럽게 생각하고 있었다.
엄마를 엄마가 아닌 자신이 도와줘야 할 대상으로 여기고 살아왔다.
위로는 오빠, 아래로는 두 동생
오빠는 장남이라 당연하고, 두 동생은 어려서 안 되고
그렇게 자신이 누려야 할 권리와 이익을 언니는 쉽게 포기해버렸다.
엄마의 보살핌과 애정이 필요한 어린 시절부터
단념과 희생이라는 말은 몰랐지만 그것들이 언니의 삶을 채웠고 채워나갔다.
보살핌과 애정 없이도 자랄 수 있는 자식인 듯, 아이이면서 어른인 듯 살아온 맏딸, 장녀
엄마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힘들어하는 것이 없는지? 살펴보던 딸이었다.
엄마가 힘들까 봐, 엄마가 속상할까 봐, 항상 먼저 양보하고, 희생하고, 침묵하던 딸이었다.
언니는 자신으로 인해 시끄러워지는 것이 싫어 항상 먼저 양보했다.
자신이 잘못을 하지 않았어도 스스로의 과오로 받아들여 집안이 시끄러워지는 것을 막았다.
그러면 잠잠해지고 아우성은 잦아들었다.
모두가 행복하길 바랬다.
모두가 행복하면 그것이 자기의 행복이라고 생각했다.
그랬던 언니가 저렇게 길길이 날뛸 줄은 몰랐다.
저렇게 언니가 분노와 억울함으로 가득 차 울부짖을 줄은 몰랐다.
그런 언니가 낯설었다. 무서웠다. 그리고 가여워졌다.
언니는 이제 바닥에 드러누웠다.
몸부림.
울음으로 몸부림치고 있었다. 온몸으로 울어대고 있었다.
눈물로는 절규로는 그동안 쌓아놓은 감정들을 쏟아내지 못해 그 무게를 이겨내지 못하고 바닥에 누워버렸다.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한 울음이 아니었다.
그저 그 무게를 더는 감당해내지 못하고 무너져 버린 것이다.
오빠도 작은 언니도 나도 그것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각자의 이유로 그런 언니를 방관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아야, 큰 언니가 포기해야, 자기에게 이익이 된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었다.
큰 언니가 언니 몫을 포기하면 그만큼의 몫이 각자에게 돌아온 다는 것을 자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언니의 희생을 알면서도 모르는 척 살아왔던 것이다.
알아서 공부할 테니 제발 인문계 고등학교 진학만이라도 하게 해 달라는
언니의 마지막 부탁은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물도 먹지 않았다. 밥을 먹지도, 도시락을 싸가지도 않았다.
입술은 타들어가고 언니가 힘에 부쳐하는 것을 보면서도
엄마는 끝까지 언니의 상고 진학을 고집했다.
마침내 언니는 엄마에게 굴복했다.
엄마를 꺾을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만 했다.
그리고 그 후
언니와 엄마는 이전 관계로 돌아가지 않았다.
더 이상 속 깊은 딸, 엄마를 이해하고 도와주는 맏딸은 없었다.
이제 언니는 독립할 시간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어서 취업하고 독립해 집을 나가기를
자신의 인생을 자신의 의지대로 살아나가길 바라고 준비하고 있었다.
“ 현아야
손 내밀어, 응 그렇게. 안 아파? 아프면 말해. 살살 밀어줄게. “
“ 안 아파, 괜찮아. ”
“ 발, 왼 발부터 내밀어. 그렇지. 이제 오른발.
이제 일어서 봐. 종아리가 새 까맣네. 까마귀가 물어가도 모르겠다.
다리 벌리고, 그래 그렇게 “
“ 창피하게 어딜 밀어? 내가 밀게. ”
“ 네가 밀긴 어떻게 밀어. 똑바로 다리 벌리고 서. ”
“ 아아아~~~ 아파, 살살 밀어. ”
“ 이제 많이 컸네. 뒤돌아 앉아. 아유~~ 이때 나오는 것 좀 봐. 아주 지렁이다. 지렁이.
너 등 안 간지러웠어? 아가씨가 이게 뭐야? 친구들이 보면 더럽다고 너랑 안 놀겠다. “
“ 언니 나 때 다 밀면 나갈 때 우유 사줘. 딸기 우유. ”
“ 우유 먹고 싶어? ”
“ 응, 초코 말고, 딸기로 사줘. 오늘은 초코 안 먹고 딸기로 먹고 싶어. ”
“ 그래 알았어, 머리 감을 때 안 울면 딸기 우유 사줄게.
눈 맵다고 울면 안 돼. 알았지? “
“ 응, 알았어. ”
쪼그려 앉아있던 언니는 나를 번쩍 안아 자기의 허벅지와 몸통 사이에 끼워 넣었다.
그리고 대야에 내 머리카락을 담가 감기기 시작했다.
뜨거운 물에 머리카락이 담기고 기분 좋은 샴푸 냄새가 난다.
온몸이 솜사탕이 입 안에서 녹 듯 녹아버린다.
눈을 꼭 감고 샴푸가 끝나길 기다리다, 눈이 매워져 두 손을 공중에 버둥거리다 언니의 젖가슴을 꽉 잡았다.
“ 아~~~ 현아야. 언니 가슴이야. 엄마 젖이 아니고. ” 그래도 놓지 않고 언니 젖을 움켜잡았다.
“ 얘가 왜 이래? 아유 간지러. 놔. ” 그러면서도 언니는 내 손을 뿌리치지 않고 웃음을 터트린다.
언니가 간지러움을 참지 못해 몸을 비튼다.
나를 놓치면 목욕탕 바닥으로 머리를 찧게 된다.
언니가 절대 나를 놓지 않을 것을 안다. 언니는 나를 다치게 하지 않을 거니까
그래서 언니의 가슴을 놓지 않고 꾹 잡는다.
불안하거나 무서울 때 나는 엄마에게 안겨 젖을 빨거나 만지곤 했다.
언니는 그것이 내 습관인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나에게 언니의 가슴을 허락한다.
막내 동생이 우는 것을 보기 싫어 중학생 언니는 그렇게 자기 가슴을 내어주었다.
큰 언니는 그런 언니였다.
사춘기를 겪고 있었을 어린 소녀가 막내 동생의 때를 밀어주고, 머리를 감기기 위해 우유를 사주고,
동생이 무서울까 자신의 가슴을 내어주는 그런 언니였다.
목욕을 마치고 나는 딸기 우유 언니는 베지밀
그것이 우리의 일요일 코스다.
언니는 집에 와서 내 실내화, 큰 오빠, 작은 언니, 자기 실내화까지 네 켤레를 빨았다.
오빠는 학원에 가 있고, 작은 언니는 놀러 나갔고, 나는 어리고, 언니가 빨지 않으면 엄마가 빨아야 한다.
그래서 매주 일요일이면 언니는 수돗가에서 실내화 네 켤레를 빨았다.
나는 큰 언니 옆에 앉아 있다 실내화를 솔로 슥슥 문질러 때를 빼서 건네주면
수돗물에 여러 번 헹궈서 차곡차곡 모아두었다.
그러면 언니가 마지막 헹굼을 하고 실내화 물기를 빼 옥상으로 올라가
해가 나는 곳에 실내화를 비스듬히 세워 두었다.
세탁기를 돌리고, 빨래를 널고, 청소를 하고
그렇게 언니는 엄마를 도와 집안일을 했다.
그러면서도 오빠는 작은 언니는 왜 안 하냐고 엄마에게도 누구에게도 따지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일만 했다.
그래야 엄마가 쉴 수 있고 집안이 고요했다.
우리 집의 평화는 그렇게 큰 언니의 희생을 매일 먹으며 유지되었다.
저녁을 먹고 나면 그제야 언니는 다락방으로 올라가 앉은뱅이책상에 앉아 숙제와 공부를 했다.
나는 그 옆에서 같이 책을 읽기도 하고,
초등학교
입학전에 미리 공부를 해 두어
야 한다고
엄마가 사준 동아전과와 표준전과를 펼치고 공부를 했다.
언니가 천천히 알기 쉽게 설명해주었으므로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초저녁 귀뚜라미 소리를 들으며 공부를 하다 어느새 스탠드를 켜고 공부해야 하는 밤이 되면
나는 다락을 내려와 잠이 들었고
언니는 밤늦게까지 공부를 하다 잠이 들었다.
언니는 새벽과 같이 일어나 오빠의 점심, 저녁, 언니들의 점심까지 네 개의 도시락을 쌌다.
그리고 도시락을 보자기에 묶어 마루에 놓으면 각자 자신의 도시락을 챙겨 학교로 가져갔다.
도시락을 엄마가 쌌는지? 큰 언니가 쌌는지? 모두 신경 쓰지 않았다.
그저 매일 아침 테이블에는 네 개의 도시락이 쌓여 있었고
학교에 가서 도시락을 맛있게 먹으면 그뿐이었다.
그렇게 큰 언니는 매일 새벽 네 개의 도시락을 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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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구원할 수 있는 건 오직 사랑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소설가 지망생입니다. 잠깐 멈춰서 생각하게 하는 따듯하고 선한 글을 쓰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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