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데이트는 단성사에서 ep-11

by 옥상 소설가

“ 어머님, 영아 담임선생입니다. 통화 가능하신가요? ”

“ 네, 선생님 어쩐 일이신지?

“ 영아가 갑자기 상고를 진학한다고 해서요. 무슨 일인지?

영아에게 물어도 울기만 하고 대답이 없어요.

영아는 1학년 때부터 교대나 사대로 계속 진로를 적어왔어요.

올해 1학기 상담 때도 그랬고, 그런데 갑자기 상고로 진학하겠다고 해서

무슨 일인지 알고 싶어서 전화드렸어요. “


“ 아, 네, 선생님.

영아는 상고로 진학을 할 거예요.

여자애가 상고 졸업하고 은행이나 좋은 회사 들어가서 시집가면 그만이지요.

저도 그랬고, 영아 오빠는 장남이라 공부는 시켜야 하지만

영아 밑으로 여동생들은 다 그렇게 할 거예요. “

“ 어머님, 저희 때야 여자 아이들은 대학 진학을 안 하고 상고로 많이 진학을 했지만

시대가 바뀌었어요. 일단 성적도 우수하고, 본인도 간절히 대학 진학을 원해요.

만약 형편이 어려우시면 인문계고로 진학했다가 국립 대학교에 입학하거나

장학금을 받으면서 다니는 방법도 있어요. 성적이 너무 우수해서 아까워요.

어머님, 한 번만 더 생각해보세요. “


“ 아니에요. 선생님, 이미 영아 아빠랑 상고 진학 후 취업시키기로 말은 다 끝내 놓은 상태예요.

영아 성적으로 서울여상 가능하죠? “

“ 네, 어머님. 영아 성적이면 서울 여상도 합격할 거예요. ”

“ 네, 서울 여상이면 됐어요. 그 정도면 뭐 은행은 들어가겠죠.
영아 동생 민아도 상고로 보낼 거예요.

그래서 더 영아를 대학에 보낼 수도 없어요.

오빠랑 언니까지 대학에 보내면 민아만 안 보낼 수도 없잖아요.

애가 넷이라 누구는 보내고, 누구는 안 보낼 수도 없어요.

장남이야 당연히 대학은 나와야 하는 거고. “

“ 네, 알겠습니다. 들어가세요. ”


엄마와 담임선생님과의 진로 결정 통화는 상고 진학으로 갈무리됐다.

언니의 조력자 담임선생님도 엄마를 설득시키지 못했다.

언니는 순순히 받아들였고

미련은 이제 없었다. 더 이상 싸워봤자 의미 없는 싸움이고, 에너지를 소비할 필요는 없었다.

언니는 군말하지 않고 엄마에게 주산과 부기, 타자 학원을 보내 달라고 했다.

고등학교 입학 전에 미리 따 놓는 것이 유리했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주산은 미리 따놓았고, 은행에 취직을 하려면 고급 자격증이 필요했다.


언니의 1차 목표는 고3 올라가기 전까지 부기 1급을 따는 것이었다.

부기 1급만 붙으면 가장 좋은 은행에 취업이 보장된다.

부기 1급은 상경대 학생들도 부지기수로 떨어지는 국가고시로

한자어로 출제되고 회계사 시험보다 난도가 높았다.

주산은 조금만 더 다니면 3단이고. 타자도 무난했다.

한자어만 매일 몇 글자씩 외우면 부기 1급 합격도 가능했다.

언니는 숫자에 익숙했고 이재에 밝았다.


“ 현아야, 이리 나와. 언니 따라 새마을금고에 가자. ”

“ 언니, 거길 내가 왜 가? ”

“ 이리 와, 일단 가보면 알아. ”


언니는 내 손을 잡고 문방구 앞 새마을금고로 갔다.


“ 어머나, 꼬마 손님들이 오셨네. 무슨 일이에요? “

“ 언니, 우리 동생 통장 만들러 왔어요. ”

“ 그래, 꼬마 아가씨 이름은 뭐예요? ”

“ 민현아 에요. ”

“ 알았어요. 잠깐만. 기다리는 동안 이거 먹고 있어요. ” 마을금고 언니는 우리에게 과일 맛 사탕을 주었다.


“ 자 그럼 얼마를 저금할까? ”

“ 언니 천 원만 넣어주세요. ” 언니는 주머니에서 천 원을 꺼내 은행 언니에게 주었다.

“ 민현아 손님, 통장 발급되었습니다.

앞으로 우리 새마을금고를 자주 이용해주세요. “


마을금고 언니는 초록색 직사각형 모양의 통장을 내게 주었다.

내가 통장을 받자 앉아있던 다른 언니들도 아저씨도

“ 꼬마 손님 축하해요. 앞으로 자주 방문해주세요. ” 하면서 박수를 쳐주었다.

신기했다. 내 이름이 적혀 있는 통장을 보는 것이

항상 엄마나 아빠 이름으로 된 통장만 봐 왔는데, 내 이름이 새겨진 내 것을 갖는 것은 처음이었다.

“ 현아야. 언니가 매일 백 원씩 줄 테니까 금고에 가서 언니들한테

네 통장이랑 백 원을 내밀고 저금해달라고 해.

언니가 매일 데려다주면 좋은데 학원 가느라 바쁘니까 너 혼자 가고

대신 한 달 동안 매일 잘 가면 마지막 날에 언니가 천 원 줄게. “

“ 진짜? 진짜 매일 백 원씩 줄 거야? ”

“ 응, 그리고 저녁마다 언니한테 통장 보여줘야 해. 알았지? ”

“ 응, 알았어. ”


나는 그렇게 아침마다 언니가 티브이 옆에 놓은 백 원을 가지고 매일 새마을금고로 출근했다.

어떤 날은 백 원.

깐도리를 먹지 않고 참은 날은 백오십 원

손님이 오시거나 심부름 값을 받으면 천 원이나 몇 천 원.

설이나 명절이면 오천 원이나 만원씩도 저금했다.

내 이름으로 된 통장을 갖는 것보다 더 기분 좋은 것은

매일 숫자가 늘어나고, 종이 페이지가 넘어가면서, 내 돈이 늘어나는 것을 내 눈으로 보는 것이었다.

그중에 가장 좋은 것은

한 달에 한 번, 은행에서 공짜로 돈을 더 주었는데 언니는 그것을 이자라고 했다.

세상에서 가장 좋은 이자는 복리이자이며

이자는 저금할 때는 좋은 것이지만 빌릴 때는 무서운 것이라고

가급적 저금만 해야 한다고 했다.


은행을 다니면 다닐수록 은행 언니와 아저씨들 지점장 아줌마와도 친해져서

은행에 다니는 재미가 쏠쏠했다.

언니들은 사탕이며 음료수를 자주 주었고

동전을 가지고 저금하러 오는 나를 기특하게 여겼다.

그렇게 언니는 어린 내가 알아야 할 것들을 조금씩 알려주고 있었다.


언니는 하교 후 각종 학원들을 다니느라 밤늦게야 집으로 돌아왔다.

중학교 내신도 준비해야 해서 매일 늦게까지 다락방에는 불이 켜져 있었다.

발표날이 되자 아침부터 언니는 긴장을 하고 학교로 갔다.

합격이었다. 언니와 같이 지원했던 중학생들은 모두 불합격이었고 유일하게 언니만 서울 여상에 합격했다.

언니가 합격하자 교장 선생님이며 모든 선생님들이 언니를 교무실로 불러 축하해 주셨다.

며칠 후 언니의 학교 정문에는

“ 축 민영아 서울 여상 합격 ”이라는 플래카드도 걸렸다.

무엇보다 엄마가 기뻐하셨다.

엄마가 시장으로 동네로 다니면서 언니의 합격 소식을 전했다.

사람들은 이제 취업이며 시집이며 잘 가겠다고, 언니 팔자가 펴지겠다고 부러워하고 축하해 주었다.

가족 모두 좋아했지만 언니는 좋아하지 않았다.

합격 기념으로 외식을 하자는 엄마의 말에 언니는 학원을 가야 해서 갈 수 없다고 거절했다.

주인공이 빠지면 잔치도 벌 일 수 없다.

언니는 잔치 상을 받고 싶지도, 즐길 기분도 아니었다.

언니는 어서 고등학교에 입학해서 취업하기를 기다렸다.



“ 현아야, 조금 더 있으면 아빠가 올 거야.

네가 만약 공부를 잘하고 우리 집 형편이 풀리면 엄마나 아빠가 너는 대학에 보내 줄 거야.

그러니까 공부 잘해야 해. 공부를 못하면 대학에 가고 싶어도 갈 수가 없어.

그리고 만약 엄마 아빠가 너도 대학을 안 보내 준다고 하면

언니가 너는 꼭 대학에 보내 줄 거야. 그러니까 공부 열심히 해야 해.

언니가 보내주고 싶어도 네가 공부를 못하거나,

공부를 안 해서 대학에 떨어지면 보내 줄 수가 없어. 알았지? “

“ 응, 언니. 근데 나도 언니처럼 언니네 고등학교 가서 은행 들어가면 그게 더 좋은 거 아니야?

아줌마들이 다 언니 팔자 폈다고 하던데.

좋은 직장도 들어갈 거고, 시집도 잘 갈 거라고 하던데.......

잘 된 일이라고 축하할 일이라고 하던데.......

나도 그러면 안 돼? “


“ 현아야, 언니는 대학에 가고 싶었어도 못 간 거야.

가급적이면 여자도 대학까지 졸업하는 게 좋아. 그래야 할 수 있는 게 더 많아져.

갈 수 있지만 안 간 거랑, 갈 수 없어서 못 간 거랑은 다른 거야.

좋든 싫든 내 인생인데 내가 선택해야지.

언니가 지금은 어리고, 돈도 없고 , 능력도 없지만

졸업하고 취업해서 돈 모으면 언니는 꼭 대학교에 들어갈 거야.

그러니까 너도 대학에 들어가야 해. 민아도 그렇고, 알았지? 현아야.

책 많이 보고 공부 열심히 해야 해. 언니만 믿고. “

“ 응, 알았어. ”


나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언니가 시키면 시키는 데로 하는 게 좋다. 언니가 안 좋은 것을 권할 리는 없으니까.


언니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모르는 척하는 건지

엄마는 신이 나서 언니에게 계속 이 말만을 되풀이했다.

“ 너 이제 은행만 들어가면 된다. 은행만 들어가면 선자리가 아주 밀려들 거다.

나를 닮아서 인물도 좋고, 몸매도 좋고, 거기다 영리하고, 직장까지 은행이면.....

아마 너한테 괜찮은 총각들이 줄을 설 거다. 네가 골라잡으면 된다. “

다른 때 같았으면 맞장구도 쳐 주고 좋아했을 언니가 대답도 하지 않고


“ 다녀오겠습니다. ” 하고 대문을 나갔다.

“ 저, 저, 저....... 아이고, 언제까지 저렇게 주둥이가 대 빨로 나올 건지?...... 원 ”


엄마는 큰 언니가 여전히 엄마에게 화를 풀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도 엄마는 신경 쓰지 않았고, 언니가 여상을 들어간 것이 천만다행이며

자신의 현명한 선견지명 때문이라고 했다.

언니는 그런 엄마를 보면서 좋은 내색도 싫은 내색도 하지 않고 무표정했다.

열심히 학교와 학원을 오갈 뿐이었다.

고등학교를 가서는 언니가 오히려 더 바빠졌다.

주말마다 자격증 시험에 우수한 학생들이 많아서인지 교내에서도 좋은 성적을 유지하기가 힘들었다.


매일 늦은 귀가. 주말엔 도서관

오빠 못지않게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언니는 한자의 뜻과 음을 적은 메모지를 방 곳곳에 붙여 놓았고

도무지 알 수 없는 한자어로만 되어 있는 문제들을 풀어댔다.

한자 문제냐고 물어보니 한자가 아니라 회계문제라고 했다.

회계는 또 뭐냐고 했더니 계산이 맞는지 틀리는지 확인하는 것이라고 했다.

책만 봐도 눈이 빙빙 돌아서 덮어버렸다.

“ 현아야. 우리 나갈까? 머리가 아프다. 좀 걸어야겠어. ”

“ 언니, 그럼 우리 공원 가자. 그네 타러 가고 싶어. ”

“ 그래, 가자. 저녁 먹기 전에 돌아오면 되지. ”


언니와 손을 잡고 언덕 맨 위에 있는 공원으로 갔다.

내가 타고 있는 그네를 언니가 하늘 위로 실컷 밀어줬다.


“ 언니 엄마가 미워? 아직도 미워? ”

“ 응, 엄마가 미워. ”

“ 그래, 그럴 것 같아. 나 같아도 엄마가 미울 것 같아.

그래도 엄마 많이 미워하지는 마. 우리 엄마니까. 조금만 미워해. ”

“ 알았어. 지금은 그렇지만 나중에 나중엔 엄마를 미워할 필요가 없는 날이 올 거야.

그런 날이 반드시 올 거야. “

“ 그런 날? 그게 어떤 날인데? ”

“ 너는 아직 몰라도 돼. 이제 가자. 저녁 먹어야지. ”

“ 언니 가는 길에 나 깐돌이 하나만 사 줘. ”

“ 알았어, 가자. ”


언니랑 같이 언덕을 내려오는 데 오빠 친구 현식이 오빠를 만났다.


큰 오빠랑 같이 합기도에 다니는 현식이 오빠

나만 보면 맨날 슈퍼로 데리고 가, 먹고 싶은 거 세 개만 고르라고 말하는 오빠

그러면서 가끔 큰 언니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보는 오빠

내가 뜸을 들이고 대답을 안 하면 하나 더 고르라고 하는 오빠

큰언니가 학원에서 돌아오는 시간을 물어보던 오빠

내가 언니의 귀가 시간을 알려주자 만 원짜리 롯데 종합 선물 세트를 선물해 준 오빠


“ 현아야, 영아야 어디 가는 길이야? ”

“ 어, 오빠, 오빠는 어디 가는 길이에요? ” 언니가 반가워하며 말했다.

“ 응, 도장에 가서 몸 좀 풀고 왔어. 너희들은? ”

“ 현아가 그네 타고 싶다고 해서 공원에 그네 타러 왔어요. ”

“ 일찍 내려가지. 시간이 너무 늦었다. 여긴 외져서 여자애들끼리 늦게 다니면 안 돼.

내가 데려다 줄 게. “

“ 아니에요. 괜찮아요. 그럴 필요 없어요. ”


“ 현아야, 오빠가 목말 태워줄까? ”

“ 응, 좋아. 태워줘. ”

“ 현아야 ~~~ ” 언니가 나를 그만 가자고 눈짓을 했다.


현식이 오빠가 냉큼 나를 안더니 자기 목 위로 나를 앉혔다.


“ 으흐흐흐~~~ ” 나는 큰 오빠나 오빠 친구들이 목말을 태워 주는 것을 무척 좋아했다.


언니들이나 엄마는 주로 업거나 안아줬는데

오빠들은 항상 목말을 태워줬다. 목말을 타고 내려다보면 세상이 달라 보인다.

더 넓고 시원하게 보여서 세상이 새로워 보인다.


“ 오빠, 언니가 나 슈퍼 가서 깐도리도 사 준다고 했는데. ”

“ 그래? 현아 깐도리 먹을래? 그래 가자. ” 오빠가 언덕을 뛰어 내려갔다.

“ 악~~~~ ” 고꾸라질 것 같았다. 그렇지만 그래서 더 재미있다.

“ 오빠, 나 깐도리 말고 부라보콘 먹으면 안 돼? ”

“ 그래, 현아 먹고 싶은 거 먹어. 영아야 너는? ”

“ 아니에요. 저는 됐어요. ”

“ 오빠 나 B29 도 먹고 싶은 데....... ”

“ 알았어, 현아 먹고 싶은 거 다 집어. ”

“ 와~~~~ ”

“ 현아야, 하나만 잡아. 딱 하나만. ”

언니가 째려보자 더는 잡을 수가 없었다.


“ 오빠 현아 아이스크림 먹으면 흘릴 테니까 내가 업고 갈게요.

이제 언덕도 다 내려왔고, 얼른 들어가세요. “

“ 아니야, 괜찮아. 내가 집까지 데려다줄게. ”

“ 아니에요. 괜찮아요. ”

“ 영아야, 너 서울 여상 붙었다며? 그 어려운 고등학교를 붙다니. 대단하다. 너나 중아나.

중아가 친구들한테 자랑하고 다니더라.

너 서울여상 붙었다고, 그래서 그나마 덜 미안하다고.

중아가 너한테 많이 미안해했어. 자기보다 공부도 잘하는 데 자기 때문에 네가 대학 포기한 거라고

그래서 자기는 꼭 서울대 들어가야 한데.

서울 대학교 학생이면 과외비도 비싸서 그거 받아 너 대학교 보내줘야 한다고

늦게라도 너 대학교 꼭 보내줘야 한다고, 지금은 그럴 수 없지만 자기가 그럴 거라고 하더라.


그러니까 중아 너무 미워하지 마. 너도 힘들어.

걔도 자기가 장남이란 걸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는 것 같더라. 부담스러워해.

너도 중아도 모두 다 철이 들었어.

그런데 우리 현아는 어쩌려나? 철이 들려나? 말려나? “

갑자기 오빠가 웃으면서 내 볼을 찔러댔다.

“ 우리 오빠가 그런 말을 했어요?...... ”

“ 응, 그래. ”

“ 고마워요. 전해줘서. ”

“ 영아야, 혹시 너 이번 주말에 시간 되면 나랑 영화 보러 가지 않을래? ”

“ 네? 아니에요. 저 주말에 바빠요. ”

“ 어? 뭐? 영화 보러 가자고?

오빠 나도 데려가. 언니, 우리 영화 보러 가자. 나 보러 가고 싶어. “

“ 너 조용히 해. 아니에요. 저 주말에도 학원 가야 하고 준비할 거 많아요. “

“ 그래, 가끔 바람도 쐬고 하면 좋을 텐데...... 같이 가는 거 어때? 현아 데리고 ”

“ 아니에요. 저 시간 안 돼요. ”


“ 언니, 가자. 가자. 나 가고 싶어. 진짜 가고 싶어. ”

“ 현아가 이렇게 가자고 하는 데 가자. 현아야, 너 뭐 보고 싶어? “

“ 나 죠스 보고 싶은데, 언니 그거 보러 가면 안 돼? 제발, 제발 ~~~~ 응? “


언니는 난처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 그래, 그럼 내가 죠스로 세장 예매해 놓는다.

알았지? 단성사에서 조조로 끊어 놓을 테니까 가는 거다.

미리 예매해 놓으면 나 환불 못 해. 꼭 지켜. “


현식이 오빠가 언니의 대답도 듣지 않고 뒤를 돌아 가버렸다.

‘ 가버렸다’라는 표현보다는 ‘ 달아났다 ’라는 말이 적당할 것 같았다.

“ 아니에요. 저 못 가요. 저, 시간 안돼요. ”

언니가 오빠 뒤로 소리를 질렀지만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오빠는 달려가 버렸다.

“ 내가 진짜 너 때문에 못 살아. ”


언니는 내가 미운지 나를 두고 먼저 가 버렸다.

나는 몰랐다. 그게 현식이 오빠의 데이트 신청인지.

나는 그저 부라보콘과 B29와 죠스에 정신이 팔려 대답을 해버린 건데

그게 언니를 곤란하게 할지는 몰랐다.


‘ 어...... 근데 작은 언니가 알면 난리 나겠는데,

작은 언니가 현식이 오빠 잘생겼다고 좋아한다고 했는데.

현식이 오빠랑 큰 언니랑 영화 보러 간다고 말해야 하나?....... ‘ 고민을 하다 대문을 열었다.

“ 어디 갔다 와? 뭐 먹어? 그거 누가 사 줬어? ”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들어오는 나를 작은 언니가 째려보며 물어본다. 내 두 눈이 요동친다.



‘ 말해? 말아? 음..... 작은 언니가 하는 거 보고 결정해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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