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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민현아
간교함은 강직함을 이기지 못할지니 ep-12
by
옥상 소설가
Sep 11. 2020
외줄 타기
줄타기를 잘하는 여자
균형을 잃을 것 같으면 부채를 흔들거나 손에 잡은 장대로 무게중심이 무너지는 것을 막아내는 여자
외줄을 타며
보는
사람들을 긴장시키게 하는 여자
결국 자신만 지켜보게 하는 여자
작은 언니는 줄타기의 명수였다.
특히나 남자 마음을 쥐었다 놨다 하는 데는 어릴 때부터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큰 언니는 이목구비가 뚜렷하게 잘생긴 얼굴이다.
작은 언니는 야한 얼굴에 화려함이 돈다.
봄과 여름이면 작은 언니가, 가을과 겨울이면 큰언니가 생각났다.
생기로 가득 차 정채로우며 농후한 향기를 뿜어대는 여름 장미
단출함과 어울리는 외로움 그러나 꼿꼿한 향기를 뿜어내는 가을 소국
언니들의 매력은 선명한 대조를 이루며
동네 남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었고, 언니들을 좋아하는 남자들의 타입도 달랐다.
큰 언니를 좋아하는 오빠들은 순진하고
우직한 남자들이 많았으며 직접적인 고백보다
언니 주위를 돌며 지켜보는 타입들이 많았다.
작은 언니는 자기가 좋아하는 남자를 선택해서 그 남자가 언니를 좋아하게끔 만드는 스타일이다.
필살기인 애교가 장착되어 있어 잘 웃고, 남자의 기분을 좋게 만드는 기예를 터득했다.
행여나 작은 언니가
찍어 둔 남자가 큰 언니에게 관심있으면
작은 언니는 몸이 달아 어떻게든 호감을 자기 쪽으로 돌리게 만들었다.
그리고 자신에게 고백하게 만든 뒤 남자를 사정없이 걷어차 버렸다.
그렇다고 큰 언니가 그 남자를 받아주거나 하는 법은 없었다.
큰 언니는 애초에 남자에 관심이 없었다.
자신에게 호감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고, 그것에 연연하지도 않았다.
그것이 작은 언니를 더 자극했고, 현식 오빠에게 목매게 했는지도 모르겠다.
현식 오빠는 아무리 작은 언니가 애교를 떨고, 오빠의 썰렁한 유머에 박장대소해도
시선을 큰 언니에게서 거두지 않았다.
큰 오빠도 나도 현식 오빠의 큰 언니에 대한 노골적인 눈길을 알아차렸는데
큰 언니는 현식 오빠를 그저 오빠의 친구로만 대했고
그 광경을 목격해야 하는 작은 언니는 더
안달했다.
나는 작은 언니가 약 올라 할 때마다 짜릿함을 느꼈으며
큰언니에 대한 현식 오빠의 애정이 절대 식지 않기를 바랐고
큰언니가 조금만 현식 오빠에게 관심을 가졌으면 기원했다.
큰언니는 엄마 같았고 작은 언니는 친구 같았다.
작은 언니는 새침하지만 재미도 있었고, 야한 얘기도 잘했다.
게다가 작은 언니 친구들이 우리 집에 놀러 오면 수다를 떨며 동네 오빠들이나 반 남자아이들 주로 이성에 대한 얘기를 자주 했는데 그 이야기들은 나의 호기심과 말초신경을 강하게 자극했다.
작은 언니는 내가 엿듣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꼭 결말 부분에 가서는 언니들 방으로 들어가서
결론을 자기들끼리만 공유했다.
내가 아무리 방문을 열어 달라 두들겨도
현아도 방으로 들여보내자는 마음 착한 정아언니의 설득에도 절대 방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그렇게 방문을 나와서는 울고 있는 나를 보며 승자의 미소로 나를 조롱했다.
언니 친구들과 가끔 떡볶이를 먹거나 롯데리아로 갈 때 엄마가 나도 데리고 가라고 분명히 말을 했는데도
작은 언니는 어떻게든 나를 따돌리고 자기들끼리만 가버렸다.
“ 언니 ” 하고 울면서 따라가도 남의 집 대문에 숨거나 길모퉁이에 숨어서
내가 따라붙지 못하게 만들고, 만족감을 내보이며 유유히 사라졌다.
만약 큰언니라면 나를 데리고 가거나
나를 두고 자기들끼리만 가자고 언니 친구들이 요구해도 안 갔으면 안 갔지 나를 따돌리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서 내가 더 작은언니에게 약이 오르는지도 모른다.
내 손에 쥐고 있는 것보다 남이 갖고 있는 것이 더 탐난다.
나한테는 작은 언니가, 작은 언니한테는 현식 오빠가 , 현식이 오빠한테는 큰언니가
탐이 나는 존재다.
큰언니는 내 편이다. 현식 오빠는 큰 언니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작은언니는 현식 오빠를 넘보고 있다.
이제 판단해야 한다.
큰언니와 나 현식 오빠 셋이서 영화를 보러 간다고 작은 언니에게 말해서 일주일동안 속을 뒤집을 것이냐?
그 사실을
알려주지 않고 슬슬 연기만 피워 답답해 죽게 만드느냐?
어느 쪽이 작은 언니를 더 안달 나게 할지 정해야 한다.
작은 언니를 더 애태우게 하는 쪽을 선택해야 한다.
나와 큰 언니가 공원에서 돌아오던 저녁
작은 언니는 뭔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다.
큰 언니의 당황해하며 들어오는 모습
내가 깐도리가 아닌 부라콘을 들고 들어오는 모습
부라보콘을 먹고 들어오는 날은 내가 현식 오빠와 슈퍼에 같이 갔다는 사인이다.
‘ 셋이서 무슨 일이 있었다는 소리인데...... ’
큰언니는 말이 없을 것이고, 작은 언니가 나를 통해야만 사건의 전말을 알 수 있을 것이다.
“ 너 어디 갔다 왔어? ”
“ 응, 놀이터 ”
“ 언니랑? 언니랑 둘이서 갔다 왔어? ”
“ 응, 왜? ”
“ 너 현식 오빠 만났지? ”
“ 어, 만났는데. 왜? ”
“ 만나서 무슨 얘기했어? 무슨 얘기 했길래 언니 표정이 저래? ”
“ 큰 언니 표정이 어떤데? ”
“ 너 지금 나한테 수수께끼 내냐? 네가 계속 언니 옆에 있어 놓고, 빨리 말해라. ”
“ 어...... 글쎄 나도 잘 모르는데. 내가 아이스크림 고를 동안
둘이서 뭐라고 뭐라고 한참 동안 얘기하는 거 같던데. ”
“ 무슨 얘기? 무슨 얘길 해? ”
“ 그게...... 무슨 얘기였더라. 둘이서 소곤소곤하던데...... 큰언니한테 직접 물어봐. 그게 정확하잖아. ”
“ 야, 내가 너한테 뭘 바라냐? ”
작은 언니 자존심에 절대 큰언니나 현식 오빠한테
직접
물어보지 않을 것이다.
일단 작은 언니 쪽으로 고백하게 만든 뒤 오빠를 차더라도 말이다.
저녁을 먹는 내내 작은 언니는 큰언니를 살폈다.
큰언니는 그것도 모르고 소시지를 계속 내 숟가락에 얹어주었다.
‘ 약이 오를 것이다. 큭큭큭 오늘 밤 잠 못 자겠네. ’
밤새 작은 언니는 잠자리를 뒤척였다.
그 덕분에 나도 선잠을 자서 아침 일찍 잠이 깨버렸다.
아침에 밥을 먹고 양치를 하다가 갑자기 언니가 나를 노려보기 시작했다.
“ 너 알고 있지? 언니랑 현식 오빠 사이 일
오빠가 언니한테 고백이라도 했어? “
“ 그런 것 같지는 않던데....... 오빠가 뭐라고 하니까 언니가 싫다고 됐다고 하던데......
오빠는 계속 어디 가자고 하는 것 같던데...... 아니, 뭐 하자고 했나? “
“ 아휴~~~ 이게 진짜, 너 진짜 이러기야?
내가 너한테 얼마나 잘해주니? 나 같은 언니가 어디 있어? 이게 진짜 은혜를 원수로 갚네. “
“ 그런가? 언니가 은혜를 나한테 베풀었나? ”
“ 됐다. 됐어. 앓느니 죽지. ”
“ 뭐..... 그러시던가. ”
나는 악마의 미소를 지으며 작은 언니를 쳐다보고 있었다.
“ 중아야, 중아야 나와라. ”
“ 어. 현식이 오빠다. 오빠~~~ ”
“ 현식아 좀만 기다려. 나 화장실 좀 갔다 오게. 여기 마루에 앉아있어. ”
“ 현아야 왜 이렇게 일찍 일어났어? 어린이가 이렇게 일찍 일어나면 어떡해?
더 자야지. “
“ 어, 오빠. 누가 자꾸 밤에 잠을 못 자고 자꾸만 들썩거려서 잠을 못 잤어.
고민이 있는지. 걱정이 되는지, 밤새 그러더라고....... “
“ 어? 누가? 영아가 잠을 못 잤어? 밤새 영아가 잠을 못 잤어? ”
오빠가 눈이 동그래져서 큰언니가 걱정되는지 묻는다.
“ 아니, 영아 언니는 다락방에서 밤새 공부했을 걸.
그러고 보니 민아 언니네. 민아 언니가 밤에 잠을 못 잤네.
언니? 왜 못 잤어? 뭐 걱정되는 일 있나 봐.
언니가 짝사랑하는 남자가 다른 여자를 좋아하기라도 하나 봐. 그렇지? “
“ 민아, 오랜만이네. 민아, 다 컸구나.
짝사랑도 하고, 누가 민아 속을 그렇게 태우나?
민아같이 이렇게 깜찍한 여성을. “
“ 오빠가 우리 작은 언니를 모르네. 같이 살아봐야 아는 데.
민아 언니는 깜찍한 게 아니고, 끔찍한 건데.
민아 언니는 맨날 친구들이랑 놀 때 얼마나 나를 따돌리고 노는 데, 나만 속상하게 하고
맨날 나 울리고 그게 재미있나 봐. 하하하하, “
작은 언니가 눈을 치뜨고 쏘아본다. 눈에서 섬광이 번뜩거린다.
“ 그래? 민아가 그랬다고? 민아야 진짜야? 너 진짜 현아 따돌리고 속상하게 하니? ”
“ 어머, 오빠 무슨 소리예요?
내가 왜 그런 짓을 해요. 현아가 오늘 이불에 오줌을 싸서 엄마한테 맞았거든요.
그래서 쟤가 지금 제정신이 아니에요. 호호호호 6살이 아직도 오줌을 싸네. “
“ 무슨 소리야? 무슨 내가 오줌을 싸? ” 어이가 없기도 하고 억울해서 언니를 노려본다.
“ 하하하하 아니구나. 오늘 싼 게 아니고 어제 쌌구나.
아니 그저께도 쌌으니까 연달아 이틀째인데. 얼마나 많이 자주도 싸는지. ”
“ 진짜야? 현아, 오줌 쌌어? 오늘 소금 얻으러 다녀야겠다. ”
“ 오빠 왔어요? ” 큰 언니가 책가방을 매고 마루에서 신발을 신는다.
“ 어, 영아 학교 가니? ” 오빠가 얼굴이 붉어지며 큰언니를 쳐다본다.
“ 그럼 저 먼저 갈게요. ”
“ 그래, 잘 다녀와. 밤에 너무 늦지 말고 ”
오빠의 시선은 큰 언니를 향하고, 작은 언니 눈길은 씩씩거리며 현식 오빠를 따라가고
나는 작은 언니의 씩씩 거리는 얼굴을 따라가고
‘ 아주 쌤통이다. 쌤통 ’
“ 현식아, 가자. ”
“ 현아야, 민아 다음에 또 보자. ” 큰오빠와 현식 오빠도 학교로 출발했다.
“ 참, 안타까운 짝사랑이구나.
역시나 짝사랑은 가슴이 아파. 나는 그런 거 하지 말아야지. 아휴~~~ 궁상스러워. “
“ 누가? 누가 누구를 짝사랑해? ”
엄마가 마루에 있던 아침 상을 치우며 물어본다.
“ 어 그게, 있지. 작은 언니가 현식 오빠를...... ” 작은 언니가 내 입을 틀어막는다.
“ 오백 원, 오백 원 주께. ”
“ 싫어, 천 원. ”
“ 이 쪼그만 게 간도 크게. 알았어. 천 원. ”
“ 민아가 현식이를 왜? 뭐?
민아 너 설마 현식이 좋아하냐? “
“ 아니야, 민아 언니가 아니고 현식이 오빠가 누굴 짝사랑한데. ”
“ 그게 누구래? ”
“ 글세, 그게 누굴까? ”
“ 현식이가 괜찮지. 키도 크고 인물도 훤칠하고 성격도 남자답고 집도 잘살고,
우리 중아보다 한참은 빠지지만 어디 가서 기죽을 애는 아니지. “
“ 현식 오빠네 부자야? ”
“ 그럼 현식이네가 이 동네 알짜 부자지. 세를 준 집이 몇 챈데. 거기다 현식이 밑으로만 여동생이니
그 재산이 다 어디로 가겠냐? 다 현식이한테 가지.
왜? 너 현식이한테 관심 있냐? 그럼 좀 잘해 보든가.
너도 영아처럼 좋은 상고 나와서 취직하면 현식이한테 큰소리치면서 시집갈 수 있지?
현식 엄마도 시장에서 마주치면 영아 소리를 얼마나 자주 하는데
우리 영아가 탐이 나긴 할 테지.
영아가 며느리 감으로 딱이라고 사돈 맺자고, 속도 깊고, 야무지고, 똘똘하고
인물도 날 닮아 얼마나 좋아.
하긴 뭐........ 내 새끼 중에 어디 하나 빠지는 놈이 있나?
딱 우리 중아만 서울대 붙으면 내가 어깨에 힘주고 다니지. “
“ 엄마, 왜 현식 오빠가 영아 언니한테 쳐져? 언니가 처지지. 잘 알지도 못하면서. “
“ 아니 저 가시내가 지 언니 편을 들어야지.
어휴~~~ 저렇게 샘이 많아서야.
그래, 샘이 많아야 잘 산다고 하긴 하더라. “
“ 엄마, 진짜 영아 언니 현식 오빠한테 시집보낼 거야? ”
“ 아니, 말이 그렇단 소리야.
내가 뭐 억지로 보내냐? 현식 엄마가 영아를 딱 며느리 감으로 찍었다 이거지. “
엄마는 상을 들고 부엌으로 갔다.
작은 언니는 자존심이 상했는지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밤 10시가 넘어서야 큰 언니가 돌아왔다.
피곤한지 다크서클이 턱까지 내려왔다.
“ 언니, 힘들어? ”
“ 응, 그러네. 피곤하다. ”
“ 언니, 언니 이번 주 토요일에 현식 오빠랑 영화 보러 갈 거야? ”
“ 글쎄, 난 안 가고 싶은 데...... ”
“ 왜? 왜 안 가고 싶어? 언니는 현식 오빠 싫어? ”
“ 아니, 싫고 좋고 가 어딨어? 바쁘니까 그렇지. 빨리 자격증도 따야 하니까. ”
“ 언니는 오빠가 좋지는 않아? ”
“ 왜 갑자기 그런 걸 물어? ”
“ 아니, 궁금해서..... 나는 현식 오빠 좋은 데 맨날 나 보면 목말 태워주고, 맛있는 것도 사주고 ”
“ 그렇지, 현식 오빠가 다정한 면이 좀 있지. ”
“ 응, 언니 나중에 언니 졸업하고, 현식 오빠도 군대 갔다 오고 취직하고
그러면 현식 오빠랑 결혼하면 안 돼? “
“ 뭐? 결혼? ....... 내가 지금 몇 살인데.
현아야, 언니 지금 중 3이야. 현식 오빠는 고 2구
둘이 결혼하려고 해도 한 10년은 더 있어야 해. “
“ 어? 뭐? 언니도 그럼 오빠랑 결혼을 할 마음이 있는 거네? ”
“ 아니, 그게 아니고, 말이 그렇단 소리야.
현아가 현식 오빠가 마음에 드나 보네.
차라리 네가 더 커서 오빠한테 시집가는 건 어때? “
“ 아니야. 나는 좋아하는 남자 따로 있어....... 현식 오빠는 내 스타일 아니야. ”
“ 뭐?..... 너 있다고? 좋아하는 남자? ”
언니가 까르르 웃으며 허리가 휘도록 웃었다.
갑자기 다락방 문이 싹 열렸다.
“ 다 들었어. 이번 주 토요일에 현식 오빠랑 언니랑 둘이서 영화 보러 간다 이거지?
내가 오빠랑 엄마한테 다 이를 거야. “ ‘ 아뿔싸 ’ 작은 언니가 들었다.
“ 아니야, 현식 오빠랑 현아랑 나 셋이서 보러 가는 거야. ”
“ 그게 그거지. 얘는 들러리고, 언니 현식 오빠 좋아해? 그런 거였어? ”
작은 언니가 취조하듯이 묻자 큰언니가 당황해서 말한다.
“ 아니, 공원 갔다 오는 길에 영화 얘기하다 자연스럽게 나온 거야.
나는 안 봐도 되니까 너 보고 싶으면 네가 가도 돼. 어차피 현아 때문에 가는 거야? “
“ 정말? 정말 그래도 돼?
내가 언니 대신 나가도 괜찮아? “
“ 그래, 난 바쁘기도 하고 주말에 좀 쉴래.
이제 곧 기말고사인데 준비도 해야 하고.
현아야 작은 언니랑 갔다 와. 알았지? “
‘ 싫은데, 안 되는 데, 작은 언니랑 가기 싫은 데........ ’
“ 그래, 알았어. 근데 큰언니 현식 오빠한테 미리 말해놔야 하는 거 아니야?
오빠, 큰언니, 나 셋이서 보러 가기로 한 건데
언니가 못 간다고 하면 오빠도 안 간다고 할 수도 있잖아.
예매한다고 했으니까 미리 말해서 예매를 하지 말던가. 아님 취소하든가 해야 하지 않을까? ”
“ 그런가? 말을 미리 해야 하나? ”
“ 아..... 아니...... 아니지, 말할 필요 없지.
어차피 언니가 아니고 현아 영화 보여주러 가는 거잖아.
언니가 나가든 내가 나가든 무슨 상관이야?
오빠가 언니 때문에 가는 것도 아닌데
엄마가 내일 현식 아줌마네서 계란 받아 오라고 했으니까 내가 가서 오빠나 아줌마한테 말해 놓을게. “
“ 내일이 계란 받아오는 날인가? 매 번 현아가 갔잖아? ”
“ 아니야, 내가 갔다 오께. 오르막이라 현아 힘들어. 들고 오다 깨질 수도 있고 ”
아무래도 이상했다. 절대 인아 언니가 내 대신 심부름을 갈 리가 없는데.......
무슨 꿍꿍이가 있는 게 분명했다.
언니는 다음 날 계란을 받아왔다.
“ 언니, 현식 오빠한테 말했어? ”
“ 어? 무슨 말? “
” 토요일에 영화 보러 가기로 한 거.
큰언니 못 가고 언니가 대신 나가기로 했다고 얘기했어? ”
“ 어....... 그거...... 아줌마한테 말하면 혼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메모로 현식 오빠 방 책상 위에 올려놓고 왔어. 아마 오빠가 봤을 거야. “
“ 언니가 현식 오빠 방에 들어갔다고? 아줌마가 뭐라고 안 해? ”
“ 어...... 오빠 심부름으로 책 놓고 가야 한다고 아줌마한테 허락받았어. ”
‘ 진짜, 이상하단 말이지?...... ‘
작은 언니는 엄마 허락을 받고 미용실에 가서 핑클 파마를 했다.
그리고 수요일 이른 하교 후 친구들이랑 버스를 타고 명동의류에 가서 꽃무늬 원피스까지 사 왔다.
느낌이 싸했다.
‘ 아무래도 느낌이 안 좋아. ‘
“ 엄마, 나 오빠 합기도장 갔다 오게. ”
“ 왜? “
“ 오빠가 끝날 때쯤 오라고 했어. 슈퍼에서 과자 사준다고. ”
“ 알았어. 조심해서 갔다 와. ”
나는 큰오빠와 현식이 오빠가 있는 합기도장으로 갔다.
창문에 숨어서 오빠들을 보다.
현식 오빠랑 눈이 마주치자 내가 어서 나오라고, 큰 오빠 모르게 나오라고 손짓했다.
“ 오빠, 우리 토요일에 죠스 보러 가는 거야? ”
“ 응, 표도 예매해놨는데, 왜? ”
“ 오빠, 우리 큰 오빠는 모르고 있지? ”
“ 응, 말 안 했어. ”
“ 그래, 큰 오빠는 언니들이 남자들이랑 다니는 거 싫어해. 맨 날 통금시간에 늦으면 언니들한테 화 내.
엄마도 알면 난리 날 거야. ”
“ 알았어. ”
“ 우리 셋이서 조용히 보고 돈가스 먹고 오자. ”
“ 그래, 현아 얼른 집으로 가라. 깜깜하다. ”
모르고 있었다.
민아 언니가 그대로 영화를 보러 나가려고 우리에게 거짓말을 한 것이다.
‘ 죠스는 보고 싶고, 작은언니는 떼 놓고 가야 하고, 너 죽고 나 죽고를 해야 하나?
아니다, 그건 내 밥그릇을 깨는 행동이다. 죠스도 보고 돈가스도 먹어야 한다.
그래 이 방법밖에 없다. ‘
" 오빠, 중아 오빠 “ 내가 방으로 들어갔다.
“ 오빠, 나 할 말이 있는 데....... 이거 말하면 안 되는데 비밀인데.
말 안 할 수 있지? 말하면 작은 언니한테 맞아 죽는데. ”
“ 뭔데? ”
“ 현식 오빠랑 나랑 영아 언니랑 영화를 보러 가기로 했는데, 내가 큰 언니 졸라서 막 가자고 했거든.
근데 큰언니가 가기 싫다고 해서 민아 언니 시켜서 현식 오빠한테 영화표 취소하라고 했는데
작은 언니가 아무래도 말 안 한 것 같아.
내일 단성사에서 조조로 보기로 했는데 아마 이젠 취소도 안 될 텐데...... 어떡하지? “
“ 그래? 알았어.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너는 조용히 하고 있어. 얼른 가서 자. “
큰오빠는 오빠 친구들이든 동네 형들이든 어떤 남자라도 언니들에게 다가가는 걸 내버려 두지 않았다.
나중에 고등학교를 졸업하거나 대학교를 가서 연애를 하는 것은 자유라도
절대 학생 때 이성교제는 안된다고 했다.
정작 자기는 향미 언니를 좋아하고 쫓아다니면서도 여동생들에게 남자들이 접근하는
것은 차단했다.
아마 장남인 자신이 아빠를 대신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이제 저절로 일은 해결될 것이다.
토요일 아침
작은 언니는 아침 6시부터 일어나 밤에만 감던 머리를 감고
‘ 원피스를 입을까? 아니면 청치마를 입을 까? ’ 옷을 벗었다 입었다 하면서 옷장을 헤집었다.
큰 언니는 이미 도서관에 갔고
나는 느긋하게 일어나 아침밥을 먹고, 양치를 하고, 옷을 입으며
콧노래를 부르며 이 옷 저 옷 골라대고 있는 언니를 비웃고 있었다.
8시가 넘자 작은 언니가 시계를 보더니
“ 엄마, 나 현아 데리고 영화 보러 갔다
올게. ”
“ 네가 웬일이냐? 동생을 다 챙기고? 철이 들었네. ”
“ 그래, 돈은 있어? ” 엄마가 작은 언니가 기특한지 물었다.
“ 응, 주면 고맙지. ” 작은 언니가 돈을 받으려던 찰나 큰 오빠가 그 돈을 가로챘다.
“ 아니야. 엄마, 그 돈 주실 필요 없어요. 내가 현아 데리고 갔다 올게. “
“ 어? 오빠가? 왜? 아니야. 현아는 나랑 가기로 약속했는데...... “
언니가 도와달라는 간절한 눈빛을 나에게 보낸다.
나는 못 본 척 고개를 돌린다.
“ 그럼, 현아야 네가 결정해라.
현아야, 너 오빠랑 영화 보러 갈래? 민아 언니랑 갈래? ”
“ 어...... 어...... 나는 큰오빠
민아 언니, 언니는 곧 기말고사니까 큰 언니 따라 도서관 가서 공부나 해.
나는 큰 오빠랑 영화 보고 돈가스 먹을래. “
“ 그래, 아휴 기특해라. 우리 장남
막내 동생 챙기는 것 좀 봐. 누군지 우리 아들이랑 결혼할 여자는 아주 복이 터졌지. “
작은 언니는 분한 지 얼굴이 빨개져서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언니에게 친절한 미소를 날린다.
나는 큰 오빠 손을 잡고 전철역으로 걸어갔다.
전철표를 이미 세장이나 산 현식 오빠가 개찰구에서 나를 보고 표를 흔들다 얼굴이 사색이 된다.
큰오빠와 내가 현식 오빠를 보면서 씨~~ 익 웃는다.
“ 어...... 어..... 어......중아야. 네가 여기 왜 오냐? ”
“ 현식 오빠, 우리 큰언니 배탈 났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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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구원할 수 있는 건 오직 사랑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소설가 지망생입니다. 잠깐 멈춰서 생각하게 하는 따듯하고 선한 글을 쓰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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