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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민현아
한 사람만 사랑하는 심장 ep-13
by
옥상 소설가
Sep 14. 2020
오직 한 사람만 사랑하는 심장
그 심장을 가지고 태어난 사람은 행운일까? 불행일까?
“ 현아야, 내일 선교원 빠지고 엄마랑 대구 내려갈 거야. 오늘 일찍 자. ”
“ 그럼 언니들이랑 오빠는? ”
“ 큰언니가 알아서 밥은 다 할 거야. 엄마가 돈도 주고 가니까 사 먹어도 되고, 걱정하지 마. ”
“ 몇 밤이나 자고 오는 데? ”
“ 일요일에 서울로 올라올 거고, 엄마가 옷이랑 다 챙겨놨으니까 얼른 자. ”
버스로만 다니기 때문에 가방은 크지 않았다.
고속터미널까지 버스를 타고 가서 대구로 내려가는 고속버스를 탔다.
엄마랑 나는 일 년에 한 번씩 고성이며 대구에 사는 엄마 친구들이나 친척들이 사는 곳으로
여행을 가곤 했고 엄마의 유일한 동반자는 항상 나였다.
큰 언니와 오빠는 학교에 빠질 수 없었기 때문에 그러려니 했지만 작은 언니는 여행을 가기 전이면 나에게 신경질을 자주 냈다.
엄마의 고향은 고성인데 엄마가 작은 언니 나이였을 쯤 이모가 있는 대구로 이사를 와 직장을 다녔고
그래서 엄마 친구들이랑 친한 아줌마가 대구에 많다고 했다.
고속버스를 타고 가면 엄마는 내가 좋아하는 계란과자나 맛동산 환타를 사주셨고 엄마는 항상 호두과자를 먹었으며 둘이서 얘기도 하고 장난을 쳤다.
과자를 먹고 나서 창문 밖으로 반복되는 풍경을 보고 있으면 금세 잠이 든다.
배가 불러서인지 멀미약을 먹어서인지 잠이 들고 나서 엄마가 흔들어 깨우면 목적지에 도착해있었다.
“ 현아야. 일어나라. 다 왔다. ”
“ 응, 엄마 ”
터미널에서 가까운 곳에 엄마랑 친한 아줌마가 살고 있으며 오늘 밤은 그 아줌마네서 자고 간다고 했다.
과일집에 들러 아줌마가 좋아하는 사과와 배를 샀다.
아줌마가 산다는 골목 안으로 점점 들어갈수록 아카시아 향이 나기 시작하더니
까만 대문 집에 도착하니 아카시아 향이 사방으로 진동했다.
아카시아의 진항 향기에 꿀벌들이 “ 윙윙윙~~~ ” 대문 위로 날아다니고 있었다.
커다란 검은색 대문이 우리 집 대문보다 세배는 큰 것 같았다.
대문을 열려면 계단을 5개나 올라가야 했고, 손잡이 모양은 사나운 사자 얼굴이었다.
‘ 무섭게 손잡이가 왜 사자야? ’
사자모양 손잡이는 자신을 만지지 못하도록 입을 크게 벌리고 있었고
왠지 무서워진 나는 손잡이를 잡고 싶지 않았다.
대문 옆으로는 빨간색과 주황색, 적갈색의 벽돌담이 섞여 둥글게 집을 둘러싸고 있었다.
벽돌담 위에는 뾰족뾰족한 철조망이 이어져 있었고
철조망 사이로는 아카시아 꽃이 탐스럽게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 언니, 저 왔어요. ”
“ 아이고, 금희 왔구나. 오랜만이다. 금희야, 너 살이 왜 이렇게 빠졌어? ”
“ 요새 자꾸 살이 빠지네요. ”
“ 얼른 들어와, 얘가 막내야? ”
“ 현아야, 인사해야지. ”
“ 안녕하세요”
“ 그래, 이쁘게 인사도 잘하네, 중아랑 딸들은? ”
“ 영아가 다 커서 밥도 잘하고 동생이랑 오빠도 잘 챙겨요. ”
“ 큰딸이 살림 밑천이라더니 진짜 그러네. 얼른 들어가자. 아직 춥다. ”
정원을 가로질러 집으로 들어갔다.
아줌마네 정원에는 나무들이 많았다. 대문 근처에는 아카시아 나무 세 그루
갈색 담 근처에는 키 작은 개나리들이 피어 있었고, 장미 넝쿨도 군데군데 보이는 걸 보면
여름엔 아카시아를 대신해 장미향이 온 마당을 가득 채울 듯했다.
따는 재미가 쏠쏠한 앵두나무, 오디가 열리는 뽕나무, 단맛이 일품인 무화과나무
과일나무가 그득해 여름에는 굳이 과일을 사지 않아도 될 정도였다.
철쭉도 제 철을 맞아 흐드러지게 피어있었고 이름도 모르는 꽃과 나무들이 온 집을 에워싸고 있었다.
집보다 화원이라 해도 믿을 수 있을 정도였다.
현관 앞에는 어른 여덟이 앉아도 될 만한 나무 평상이 있고 그 옆에는 내가 좋아하는 작은 그네도 있었다.
정원에서 나무와 꽃만 보고 놀아도 한 낮이 지날 것 같았다.
“ 얼른 들어가서 점심 먹자. 금희 네가 좋아하는 대구탕 끓여 놨다.
현아는 아줌마가 불고기 해놨으니까 그거 먹자. “
” 네 “
아줌마는 삼척 외가 할머니나 이모보다 엄마랑 훨씬 더 친한 것 같았다.
엄마도 “ 언니 언니 ” 하면서 무척이나 반갑고 좋아하는 것 같았다. 아줌마는 우리 엄마보다 이쁘지 않았다.
우리 엄마 키는 165라고 했는데 아줌마 머리끝이 엄마 귀에 닿았다.
엄마는 요새 속이 아파서 살이 많이 빠져 사람들이 쇠꼬챙이 같이 너무 말랐다고 했는데
아줌마는 포동포동했다.
하지만 아줌마의 얼굴빛도 좋았고 무엇이 그렇게 좋은 지 우리를 보고 계속 웃으셨다.
눈 옆의 길게 파인 주름도 군데군데 흰 머리칼도 보였지만
왠지 아줌마는 푸근하고 친절해서 꼭 만화에 나오는 호호 아줌마 같았다.
엄마가 누군가를 그렇게 편하게 대한 적은 없었고, 아줌마가 엄마를 보는 눈은
꼭 큰 언니가 나를 보는 것과 비슷했다.
아줌마는 연신 내 밥에 불고기를 올려주셨다.
“ 금희야. 사는 건 괜찮아? 중아 아빠는 어때? 그 화상들은 이제 정신 좀 차렸니?
아니면 여전히 너 괴롭히니?
내가 아주 그것들을 생각하면....... “
“ 에이, 언니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데요. 이제 어머님도 기운도 빠지고 시누들도 좀 누그러졌어요. ”
“ 그래, 그래야지. 여전하면 그것들이 인간이니? 짐승만도 못한 것들이지.
얘기는 나중에 하고 얼른 밥 먹자. 현아도 얼른 먹어 ”
아줌마는 밥을 먹을 생각도 안 하고 엄마랑 내가 밥 먹는 모습만 바라봤다.
“ 언니, 적적하지 않아요? 아직 한참인데 재혼을 하지 그래요? ”
“ 무슨 이 나이에 재혼이니? 그리고 애들 결혼도 시켜야 하는 데, 괜히 복잡해지고 거추장스러워.
이제 그냥 편하게 혼자 살래. 다행히 유진아 빠가 돈을 많이 벌어놓고 가서 죽을 때까지 먹고는 살아.
유진이 윤수 시집 장가는 다 보낼 수 있고. 네가 대구로 내 옆에 와서 살면 좋을 텐데......
애들이 이 집 파는 건 절대 안 된다고 해서 큰 집에 혼자 사려니 좀 쓸쓸하긴 해. “
“ 윤수가 결혼해서 색시가 들어오면 좀 시끌하니 살만 할 거예요.
제대하고 대학 졸업하고 취업하면 얼른 괜찮은 색시 하나 얻어서 결혼시켜요. ”
“ 그래야지, ” 에휴~~~ “ 윤수까지 결혼 안 한다고 고집 피우면 그 꼴을 어떻게 보니?
내가 민욱이 아직까지 장가 안 가는 거 보면 속이, 내 속이 말이 아니다........ “
아줌마가 순간 멈추더니 엄마 눈치를 살핀다.
엄마는 국물을 시원하게 마시다 목이 막히는 듯 “ 컥컥 ”기침을 한다.
아줌마가 마음을 먹은 듯 엄마에게 물어본다.
“ 금희야. 너 민욱이 소식 듣니? ”
“ 가끔 영미한테 듣기는 했어요. 잘 지내고 있죠? ”
“ 속상하다. 내가 걔 생각만 하면, 너 온 거 알면 보고 싶어 할 텐데....... 이따 한번 볼래? ”
“ 아니에요. 봐서 뭐해요? 안 보는 게 낫지. ”
“ 내가 너랑 민욱이 생각하면 아주 원통해서, 둘이서 잘 살 수 있었을 텐데....... ”
“ 언니, 현아....... ”
“ 아이고, 그래. 내가 아주 주책이다. 애 앞에서..... ”
“ 현아야, 다 먹었어? 요 앞 슈퍼 가서 현아 먹고 싶은 거 사 올래? ”
“ 아니요. 아까 버스 안에서 과자 많이 먹었어요.
엄마 나 졸린데, 자고 싶은 데. “
“ 그래, 그럼 아줌마가 이불 펴줄 테니까 거실에서 자도 되고, 아니면 언니 방 침대에서 잘래? "
“ 저 엄마 옆에서 잘래요. 엄마 옆에 이불 깔아주세요. ”
“ 언니, 현아가 낯선 데서 자려면 무서워서 잠을 못 자.
내가 옆에 있어 줘야 하니까 일단 여기다 깔아주세요. “
“ 그래, 잠깐 기다려. ”
아줌마가 거실 소파 옆에 이불을 깔아주셨다.
배도 부르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 피곤해서 졸음이 쏟아졌다.
엄마 무릎을 베고 달달한 엄마 냄새를 맡으면 금세 잠이 든다.
“ 내일은 기장에 있다는 니 친엄마 찾아가려고? ”
“ 네, 한번 보고 싶어요. ”
“ 봐서 뭐 하려고? 자식들 다 버리고 떠난 엄마를 뭐하려고 봐? “
“ 다는 아니고 막내 동생 금아는 데리고 갔어요. ”
“ 막내 동생이고 뭐고 어쨌든 자식들 버리고 간 엄마를 왜 찾니? ”
“ 궁금해요. 내 친엄마가 어떤 사람인지? 왜 나를 두고 갔는지?
잘 살고 있는지? 나는 자식 버리고는 못 살겠던데....... 엄마는 잘 살았는지?
내 동생 금아는 잘 컸는지 다 궁금해요. 한 번은 만나보고 싶어요. “
“ 나 같으면 안 보고 싶을 것 같아. 볼 필요도 없고
만약 못 살고 있으면 너한테 들러붙을 수도 있어. 너 그러면 어떡할래?
너 친엄마 외면하고 살 수 있어? 그 여자는 자식 버리고 산 여자라도 너는 그러고 못살아.
내가 너를 아는데....... “
“ 아니에요. 언니, 나는 이제 옛날의 그 금희가 아니에요.
얼마나 독하고 억척스러워졌는데요. “
“ 사람은 쉽게 안 변해. 근본 이란 게 있는 데.......
낼 아침까지 잘 생각해보고 그래도 보는 게 좋을 것 같으면 찾아가 봐. “
한 참 있다 엄마가 조심스레 묻는다.
“ 민욱 오빠는 왜 결혼을 안 한데요? 직업도 의사에 인물이며 성품이며 다 좋은데....... ”
“ 그러게 말이다. 선 자리는 아직도 들어와.
나이가 마흔다섯이어도 총각에 의사에 얼마나 좋은 조건이야.
다리를 절긴 하지만 어릴 때 소아마비 앓았던 후유증이라 애 낳는 데 문제도 없고.
아직도 금희 널 못 잊는 것 같아. 너네 둘이 싫어서 헤어진 것도 아니고 그렇게 억지로 떼어놨으니
걔가 어떻게 널 잊을 수 있겠어? 한으로 남았지. 가슴에
너 그렇게 시집가고 나서 일 년 동안 병원 문 닫고. 폐인처럼 살다가
그때 내가 느낌이 이상해서 집에 갔다 약 먹은 걸 빨리 발견했으니 다행이지.
조금만 늦었으면 이 세상 사람 아니지.
내가 아주 하얗다 못해 파랬던 민욱이 얼굴 생각하면 지금도 진땀이 난다.
아직도 민욱이가 니 얘기 자주해.
아카시아 향이 진동하고 개나리랑 필 때쯤 이면 특히나 더해. 네가 이쯤 여길 떠났잖아. “
“ 그러게요. 딱 이맘때쯤이었어요.
나는 민욱 오빠랑 결혼할 줄 알았는데. 오빠랑 결혼해서 잘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중아만 생기지 않았으면 결혼했을 텐데......
민욱 오빠가 뱃속에 애기도 자기 애로 생각하고 결혼하자고 했는 데
양심이 있어야지? 어떻게 다른 남자 애를 배고 민욱 오빠랑 결혼을 해요? “
“ 그게 뭐 네가 그러고 싶어서 그런 거니? 중아 아빠, 시 어미에 그 시누년들
그것들이 인간이니? 같은 여자들끼리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는지?........
그래서 더 못 잊는 거야. 널
네가 여유 있는 집에 좋은 남자랑 결혼했으면 차라리 잊기라도 쉽지.
억지로 결혼해서 신랑은 매일 해외에 나가 있고
그것들한테 네가 시달리면서 살게 안 봐도 민욱이 눈에는 보이는 거지.
차라리 네가 눈을 딱 감고 민욱이랑 결혼했으면
아마 민욱인 중아도 자기 아들처럼 잘 키웠을 거야.
민욱인 그러고도 남을 아이지. 내 사촌동생이긴 하지만 원체 어릴 때부터 마음이 여리고 선했어.
동네에 거지들 다니면 민욱이가 부엌에 가서 남는 밥들에 반찬에
이모가 그렇게 주지 말라고 해도 다 퍼다 줬어.
민욱이 때문에 우리 동네 거지들 이모네 집에 틈만 나면 바가지 들고 갔잖아. 지금도 똑같아.
동네에서 돈 없는 사람한텐 치료비도 잘 안 받아.
떼 먹힐 줄 알면서도 다 치료해주고 그렇게 착한 애가 어딨어?
내가 우리 유진이 민욱이 같은 남자 데리고 오면 쌍수 들고 환영한다. “
“ 다 그렇게 될 팔자였나 봐요. 그게 그런가 봐요.
부모 복이 없으면 남편 복도 없다던데........ 내가 부모 복이 없었잖아요.
그래서 언니네 집에 식모살이로 들어간 거고 그래도 언니 엄마랑 이모가 얼마나 잘해주셨어요.
난 그렇게 보살핌을 받고 살아본 적이 없어요.
고성 살 때는 죽는 게 사는 것보다 낫겠다 싶었어요.
그래서 대구로 도망 왔다가 언니네 집 식모로 들어간 거고
그렇게 언니도 만나고, 민욱 오빠도 만난 거고. ”
“ 우리 이모가 너를 참 좋아했어.
착하고 참하다고. 식모로 들어오긴 했지만 총기도 있었고
부모만 아니면 잘 크고 결혼도 잘했을 거라고 했지.
네가 워낙 이뻐서 네가 동네에 걸어오면 길이 환해진다고 했으니까.
민욱이가 여자를 보고 웃기 시작한 건 너를 보고 처음이었어.
어려서부터 소아마비로 다리를 저니까 친구도 별로 없었고 연애도 안 했는데
민욱이가 널 보고는 화색이 돌더라.
우리 엄마도 이모도 다 민욱이가 널 좋아한다는 걸 눈치챘으니까
걔가 네가 우리 집에 들어온 날부터 자꾸 우리 집에 오는 거야. 과일도 사들고 오고, 센 배도 사 오고
여자한테 눈 길 한번 안 주던 애가 너를 정말 좋아했어.
너 아니면 결혼 안 한다고 이모랑 이모부한테 선언하고
들어온 선 자리도 안 나가고, 병원으로 아가씨가 찾아가도 얼마나 차게 굴던지........
이모랑 이모부가 민욱이 너 아니면 죽을 것 같더래.
그래서 허락한 거야. 아들 살리려고. 그랬는데, 그렇게 좋아했는데........ “
“ 언니, 내 팔자는 왜 이럴까요? ”
그때 내가 중아를 갖고서라도 민욱 오빠랑 결혼을 했어야 했을까요? “
난 그때 너무 무서웠어요.
중아 아빠는 내가 민욱 오빠랑 결혼하면 나도 죽이고 자기도 죽는다고 협박해서
강제로 끌려가 순결을 잃은 날
그때 난 다 끝났다고 생각했어요.
민욱 오빠가 괜찮다고. 나는 강제로 당한 거니까 아무 상관없다고 나를 계속 설득해서
나도 오빠가 좋아서 그냥 결혼하려고 했었어요. 근데 애를 뱄다는 걸 안 순간
다 끝나고, 이제 모든 게 다 끝났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 포기했죠. 내 인생도. 민욱 오빠도. “
“ 그때 니 시누들에 시엄마
우리 집이랑 이모네 집, 민욱이네 병원 찾아가서 너 내놓으라고 맨날 찾아오고 소리 지르고, 동네 망신에
세상에 사람들이 어찌 그랬는지?
우리 엄마가 끝까지 너를 숨기고 내놓지 말아야 했다고
돌아가실 때 그렇게 후회를 하더라. 아무리 무서웠어도 그 집에 너를 보내지 말아야 했다고.
너 그러고 떠나서 민욱이가 네 걱정에 잠도 못 자고 밥도 못 먹고
착하고 어린 네가 그런 사람들 틈에서 애 낳고 어떻게 사냐고........
많이 걱정했어.
민욱이 이 맘 때쯤이면 넋이 나간 사람 같아. 언제까지 저럴 건지?.....
걔를 어쩌면 좋니?
아마 너 왔다는 소식 들으면 병원 문 닫고 달려올 거다. “
“ 다 옛날 얘기예요. 이젠 잊어야죠. 잊고 살아야죠. 오빠도 나도 다.
중아 아빠는 결혼하고 나서 나나 애들한테 잘하고 살았어요.
어떻게든 식구들 먹여 살리려고 베트남에 사우디로 나가서 돈 벌고
가끔은 없는 집 맏이로 태어난 중아 아빠가 불쌍해요.
아직도 시어머니며 동생들 먹이고 가르치느라 타국에 가서 고생하고 있잖아요.
나는 남편 있는 여자에 애가 넷이나 있어요. 오빠도 좋은 짝 찾아야 해요. “
잠결에 들은 엄마와 아줌마의 이야기
엄마가 결혼하려고 했던 사람은 아빠가 아니라 민욱 아저씨였다는 걸 듣는 순간
엄마가 친할머니와 고모들 아빠 때문에 억지로 아저씨와 헤어지고
오빠를 가져 결혼했다는 사실을 안 순간
아빠에 대한 그리움보다 민욱 아저씨에 대한 궁금증이 더 커졌다.
도대체 어떻게 생긴 아저씨인지?
왜 엄마가 그 아저씨를 그렇게 좋아했는지?
엄마가 그 아저씨 얘기를 하면서 목소리가 왜 떨리는지? 계속해서 한숨을 쉬어댔는지?
알아보고 싶었다. 민욱 아저씨가 보고 싶었다.
‘ 어, 아니지...... 아빠. 우리 아빠는 사우디에 있지. ’
갑작스레 갑자기 호기심과 궁금함이 사라지고 엄마가 사라질까 봐 겁이 났다.
‘ 엄마가 그 아저씨랑 도망을 가버리면 어떡하나?
엄마의 엄마처럼 오빠와 언니들 나를 버리고 그 아저씨랑 도망치면 나는 어떻게 사나? ‘ 무서워졌다.
“ 엄마, 나 쉬 마려. ”
“ 현아 일어났어? 그래, 화장실 가자. ”
오줌을 누가 엄마를 빤히 쳐다본다.
“ 엄마, 엄마는 우리 안 버리고 갈 거지? ”
“ 응? 그게 무슨 소리야? 갑자기? ”
“ 아니, 꿈을 꿨는데 엄마가 나를 버리고 가버린 꿈을 꿨어. 엄마 나 두고 도망 안 갈 거지? ”
“ 그럼, 별 걱정을 다해. 엄마가 너를 두고 어딜 가? 절대 그런 일 없어. 걱정하지 마. “
“ 언니, 여기가 아직도 문을 안 닫았네. ”
“ 신기하지? 여기 몇 년 만에 온 거지? ”
“ 한 십 년은 된 것 같은데........ 너무 신기하다. ”
처녀시절 엄마가 아줌마랑 자주 갔던 제과점에 갔다.
엄마는 원래 빵을 잘 안 먹는데 의사 선생님이 위에 안 좋은 밀가루 음식은 먹지 말고 세끼 규칙적으로 밥을
먹으라고 했다.
지금은 쌀이 귀하지 않지만 엄마가 어렸을 적에는 쌀이 귀해서
수제비, 국수 등 밀가루 음식을 많이 먹어 속이 안 좋아졌다고 했다.
대구로 오면서 엄마는 빵을 처음 먹어봤고, 떡과 다른 빵맛을 무척 좋아했고
유난히 단팥빵과 호두과자 등 팥이 들어간 빵이나 떡을 좋아했다.
엄마는 단팥빵, 아줌마는 소보로 빵과 슈크림 빵, 나는 소라 빵과 우유를 먹었다.
처녀 때 있었던 빵집이 그대로 있다고
소중한 추억이 담긴 장소인지 엄마는 한 동안 그곳을 떠나지 못했고
아줌마도 그런 엄마를 조용히 기다려 주었다.
그날 밤이었다.
“ 끙끙끙 ” 앓는 소리가 났다.
엄마가 아프다. 앓는 소리에 식은땀 그리고 열까지 났다.
“ 아줌마, 우리 엄마 아파요. ”
나는 아줌마가 자고 있는 방문을 두들겼다.
아줌마는 우리가 자고 있는 언니 방으로 들어왔다.
“ 금희야. 어디가 아파? 얘 열나는 것 봐. 너 어디가 아파? ”
“ 언니, 나 아무래도 위가 탈이 났나 봐.
원래 위궤양이랑 위염이 있거든..... 요새 괜찮아져서 약을 안 먹었는데
아까 빵을 먹은 게 아무래도 탈이 난 것 같아. 약을 집에다 두고 안 가져왔는데.....
어떡하지? “
“ 어떡하니? 지금 병원은 다 문 닫았을 텐데....... 너 내일 아침까지 괜찮겠어? 참을 수 있겠어? ”
“ 참아야지. 괜찮을 거야. 만약 못 견디면 이따가 응급실이라도 가면 되고.
얼른 가서 자요. “
“ 그래, 그럼 자다가 도저히 안 되겠으면 나 불러. 알았지? 아니다. 내가 니 옆에서 자야겠다.
잠깐만..... ”
아줌마는 이불과 요를 가져오시더니 엄마 옆에 이불을 깔고 누우셨다.
셋이 나란히 자다 새벽 1시쯤 엄마의 앓는 소리에 아줌마와 나는 다시 잠이 깨었다.
“ 금희야. 안 되겠다. ”
“ 현아야, 엄마 옆에 있어. 아줌마가 의사 선생님 불러올게. ”
엄마의 식은땀으로 요는 흠뻑 젖어 있었고, 앓는 소리는 점점 커져갔다.
엄마는 제대로 누워있지 못해. 허리를 말고 새우처럼 몸을 구부리고 있었다.
아줌마가 거실로 나가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 어, 그래, 맞아. 금희야.
금희가 우리 집에 와있어. 원래 위가 안 좋은데 아무래도 위경련을 하는 것 같아.
네가 와서 링거도 좀 놔주고 한번 봐줘.
막둥이를 데리고 와서 응급실 가기가 힘들어. “
아줌마는 누군가에게 엄마를 도와달라고 부탁하는 것 같았다.
십 분도 채 되지 않아서
초인종이 여러 번 울리고 “ 쾅쾅쾅 ” 대문을 부수는 소리가 들렸다.
아줌마가 대문을 열어주러 나갔다가 가방을 든 어떤 아저씨와 함께 들어와 거실을 가로질러 엄마가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 금희야. 금희야 ”
아저씨는 떨리는 목소리로 엄마 이름을 부르고 있었다.
자기 여동생인 것처럼 엄마 이름을 불렀다.
내가 본 게 맞다 면 아저씨는 현관부터 다리를 절었다.
다리를 절며 뛰어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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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구원할 수 있는 건 오직 사랑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소설가 지망생입니다. 잠깐 멈춰서 생각하게 하는 따듯하고 선한 글을 쓰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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