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 5. 죽었어도 살아있는 사람들

by 옥상 소설가

" 저, 자꾸만 병원에 이상한 일이 벌어져서.

“ 네? 그게 무슨 말입니까? ”

“ 우연우 환자 지금 약물을 투약받고 있는 상태가 아닙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어요. “

“ 뭐라고요? 5개월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거예요?

원장님이 분명 6개월 안이면 다 끝날 거라고 했잖아요.

그래서 내가 서울에 있는 대학병원 원장 자리도 약속을 한 거고, 일은 이딴 식으로 처리합니까?

아니, 그럼 나한테 연락이라도 했어야죠. “


“ 저. 그게

우연우 환자가 들어온 이후 병원에 괴상한 일 들이 계속 터져서 사람들 모두 그 환자 곁에 가지 않으려고

해요.

윤 과장도 그 할머니를 봤다고 합니다. 뾰족한 수가 생각나지 않았습니다.

아마 팀장님께 알려 드려도 별다른 대안이 없었을 겁니다.

그냥 이 상태 그대로 두는 게 나을 듯싶어서.

주제넘었다면 죄송합니다. “


“ 그래, 그 이상한 일이 도대체 뭡니까? ”

“ 간호사들이며 치료사. 벌써 여럿이 겁을 먹고 병원을 그만뒀어요.

누구든 우연우 씨에게 진정제나 수면제를 주사하려고 하면

검은 상복을 입은 할머니가 나타나 겁을 주고 심지어 그 사람들 가족들까지 죽이겠다고 저주를 하니

모두가 기겁을 하고 도망을 가는 바람에

지금 병원에 남자 간호사들이랑 담이 세다는 사람들만 남았어요. “

“ 검은 한복을 입은 할머니라고요? 그 할머니 모습이 어때요? “


원장을 바라보는 강우의 눈이 심하게 떨렸다.

겁을 먹은 아이처럼 눈동자는 좌우로 크게 흔들렸다.

원장은 이미 강우도 그 할머니를 알고 있다고, 어쩌면 봤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 할머니 키가 180은 족히 넘어 보인다고

얼핏 보면 남자라 생각할 정도로 건장하다고 합니다.

눈빛이 얼마나 강하고 센지 시퍼런 안광이 번쩍여 살기가 느껴진다고 합니다.

호랑이 눈빛 같다고도 했어요.

제주도 사람인지 제주도 사투리를 쓴다고 하던데요. 팀장님도 만나 본 적이 있으신가요? “

“ 무슨? 내가 그 사람을 아니 그 귀신을 왜 봅니까? 다른 방법은 없는 겁니까? “


“ 저희 요양원에서는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 것 같습니다.

생각한 방법이 하나 있긴 한데.

무암 섬에 선양 요양소라는 곳이 있는데, 우연우 환자를 거길 보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거기 사람들은 팀장님이 원하시는 걸 할 수 있을 겁니다. 빠른 시간 안에요. “


“ 무암 섬이요? 처음 들어본 섬인데.

“ 네, 무암 섬은 무인도예요. 아는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정신병원이나 요양원 관계자들이나 섬 근처 육지 사람들만 아는 섬이에요.

여기서 배로 두 시간은 들어가야 하는 섬입니다.

식수만 조금씩 나오고, 요양원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일주일에 한 번씩 배로 식료품이며 물품 등을 조달해서

운영을 하고 있는데. 요양원 중에서도 가장 악명 높은 곳이에요.

김면순 설립자 뒤를 이어 그의 아들 그리고 손자. 대를 이어 친족들이랑 같이 운영하고 있다는데

산 사람도 거기 들어가면 죽거나 미쳐 버린다고 제정신으로는 버틸 수가 없다고 해요.


숨이 끊어져야만 거기서 나올 수 있다고 합니다.

가족들도 요양원에 들어 간 환자가 죽었는지 살았는지 알 수가 없답니다.

무조건 잘 지내고 있다고 할 테니까요.


사실 뭐 궁금하지도 않겠죠.

선양 요양원에 보냈다는 건 그 사람을 죽여도 좋다는 암묵적인 허락일 겁니다.

여자들은 거기서 세 달도 버티지 못한다고 들었어요.

살아남아있는 여자들은 다 반반하게 예뻐서

원장이나 그 가족들, 일하는 남자들 맘에 들어 정액받이로 살아간다고.

임신하면 태아를 죽이든가, 낳은 애를 죽이든가. 지하실에 영아들 뼈가 가득하답니다.

젊은 여자들만 살리고, 나이 들거나 몸이 병든 여자는 데리고 있기 힘들어 산 채로 바닷물에 던진다고 해요.


남자 환자들은 매일 새벽부터 물고기 잡는 일을 하고 그걸 팔아서 요양원 수입을 올리고.

여하튼 돈이 되거나 그 사람들 욕구를 채우거나 거기 살아남은 환자들은 둘 중 하나의 용도랍니다.

필요해야만 살려두고, 쓸모없어지면 배를 타고 가서 다 바다에 던진 답니다.

살았어도 죽은거나 마찬가지고

죽었어도 서류상에는 살아있는 사람이죠.

의사나 간호사 면허를 빌려 조폭이나 전과자들이 보호사와 치료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맨 정신에는 그 섬에 그 병원에 절대 못 들어갑니다.

저도 젊었을 때 월급을 세 배로 준다는 말에 한번 들어갔다가. 일 년 넘게 힘들었어요.

아직도 악몽을 꿉니다. 아휴~ 거긴 스쳐서도 안 될 곳이에요.

제 생각에는 환자를 거기에 보내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보통 사람들로는 우연우 환자, 아니 그 할머니 감당하지 못할 겁니다. “


“ 그럼, 거길 보내도록 하죠. ”

“ 제가 요양소에 연락해 놓겠습니다. 환자가 입원할 때 3억은 주셔야 할 겁니다.

정상인을 입원시킬 때 위험은 수당이라는 게 붙어서. “

“ 알았으니 원장님이 알아서 해요. 최대한 빨리 처리합시다. “

“ 네, 알겠습니다. ”

“ 팀장님, 우연우 환자 한번 보시겠어요? 오늘이 아니면 다시는 보지 못 하실 거예요. ”


강우는 잠시 머뭇거리다 이제 정말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다.


“ 가보죠. 몇 층입니까? ”


원장은 엘리베이터 ‘ 3층 ’ 버튼을 눌렀다.

강우는 연우가 어떤 모습인지, 확인해 보고 싶었다.

병실 문 조그만 창으로 연우를 보았다. 연우는 침대에 가만히 누워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갑자기 연우가 강우를 향해 고개를 돌리더니 웅얼거리기 시작했다.

무어라 계속 말하고 있었지만 입 모양만 보일 뿐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홀린 듯이 연우의 입만을 바라보다 강우는 정원에서 기다릴 화란 생각에 몸을 돌렸다.


“ 그만 가죠. ”

“ 네, 아래층으로 가시죠. ”

“ 원장실로 가세요. 저는 혼자 가겠습니다. ”

“ 아. 네, 제가 배웅을 하려고 했는데. ”

“ 아니오,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


원장을 바라보는 강우의 눈이 싸늘했다.

순간 강우를 보면서 원장은 움찔했다.


“ 그럼 안녕히 돌아가세요. 제가 바로 처리하도록 해 놓겠습니다. “

“ 더 이상 실망시키지 마세요.

이번 일마저 실패하면, 요양원 원장 자리도 내놓으셔야 할 겁니다. “

“ 네, 명심하겠습니다. ”



‘ 인간도 아니네. 어떻게 마누라를 그런 곳에 보내?

정 싫으면 이혼을 하면 되지? 마누라 재산 빼돌리려고 이런 짓 까지 해?

나중에 죽어서 회장님이나 사모님 얼굴을 어떻게 보려고?

천벌을 받지. 천벌을 받아. 하늘이 저런 놈을 그냥 놔둘 것 같아. ‘


원장은 혼잣말을 하다 멈칫했다.

우연우 환자를 무암 섬으로 보내자고 한 것은 바로 원장 자신이었다.


‘ 아니지. 내가 우연우 환자를 보내자고 한 게 아니지.

난 그저 최 팀장의 지시를 받은 것뿐 이야.

내가 천벌을 받을 일은 없지. 난 시킨 일을 그저 한 것뿐이니까. ‘


원장은 서둘러 원장실로 돌아갔다.

강우는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으로 천천히 내려갔다. 골치가 지끈거렸다.




‘ 그 할머니가 여기까지 따라왔어. 끈질긴 할망구.

죽어서까지도 귀찮게 할 줄은 몰랐네. 도대체 언제까지 괴롭힐 건지. ‘


고 할머니를 피해 여기까지 와서 연우를 입원시켰는데 할머니는 여기에서도 연우를 보호하고 있었다.


‘ 도대체 어떻게 죽였어야 했을까? 죽은 게, 죽은 것이 맞는 건지?

자기가 죽을 것을 알면서도 일부러 죽은 건지? 언제까지 연우를 쫓아다닐 건지? ‘


강우는 짜증이 나 주먹으로 벽을 세게 내리쳤다. 화란이 알면 또 기겁을 할 텐데.

강우는 배 속에 있는 세 번째 아이가 건강히 태어나길 바라고 있었다.

의사는 화란의 배에 강우의 딸이 자라고 있다고 했다.


‘ 화란이가 모르게 일을 처리해야 하는 데.

24주는 넘어가야 안전하다고 했지. 화란이를 닮은 아주 예쁜 딸 일 거야.

연우, 너는 어릴 때부터 나를 아주 귀찮게 하는구나.

얼른 선양 요양원에 보내 줄게. 거기서 많은 남자들에게 사랑을 받으며 행복하게 잘 살아.

나는 너를 사랑하지 않았지만, 거기 남자들은 너를 많이 사랑해 줄 거야. ‘



강우는 요양원 벤치에 앉아있는 화란에게 다가갔다.


“ 화란아. 괜찮아? 피곤하지? 배가 아프거나 불편하지 않아? ”

“ 아휴~~ 강우 씨도 참, 괜찮아.

자기는 내가 아니라 우리 딸 걱정하는 거지? 딸이 그렇게 보고 싶어? “

“ 그럼, 보고 싶지. 널 닮은 딸이 태어나면 얼마나 예쁘겠니? “


강우는 화란의 배를 쓰다듬었다. 그러다 문득 선아가 생각났다.


선아

최선아

연우와 자신의 첫 아이



서울로 올라오는 길에 화란은 보조석 시트를 뒤로 젖히고 잠들어 있었다.

입덧과 빈혈이 심해 화란은 임신 초기에 먹지도 잘 자지도 못했다.

강우는 화란이 편히 잘 수 있도록 브레이크를 잡지 않고 과속하지 않고 달리고 있었다.

화란의 손은 강우의 허벅지를 쓰다듬고 있었다.

강우는 화란과의 사이에서 두 아들을 낳았지만 선아를 그리워하는 강우의 마음을 화란은 알고 있었다.

완벽하게 강우의 마음을 잡으려면 딸아이가 필요했다.


강우는 선아, 선우가 죽고 난 뒤 연우에게 미련은 없었지만 연민의 감정이 남아 있다는 것을

화란은 느끼고 있었다.

선아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서는 딸이 필요했다.

노산이라 위험하다는 의사의 말에도 화란은 임신을 시도했고 마침내 여아를 임신했다.


‘ 이제 이 남자는 완전히 내 거야. ’


화란은 만족해하며 차 안 강우 옆에서 잠이 들고 있었지만

강우는 병원에서 연우와의 마지막 만남이 영 찝찝했다.

자신을 향해 계속 중얼거리던 연우의 입모양이 마음에 걸리면서도 궁금했다.


‘ 뭐라고 했던 걸까? 연우는


연우와 똑같은 입모양을 만들다 그 말을 알아냈다.


“ 복수할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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