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 6. 억수같이 비가 퍼붓던 밤

by 옥상 소설가

“ 김 선생, 우연우 환자 4시간 후에 선양 요양원으로 이송할 거예요. 그쪽 사람들 이 쪽으로 출발했어요.

이송 절차 시작하세요. “

“ 네? 갑자기! 내일 아침 이송하는 거 아니에요?

갑자기 4시간 후라니요?

우연우 환자 차트 정리도 아직 하지 못했는데. ”

“ 우리가 무슨 힘이 있어요?

하라는 데로 하는 수밖에. 얼른 준비해요. ”


김 선생은 눈 앞이 아찔했다.

와이프를 통나무처럼 만들어 정신병원에 가두는 사람

돈을 받고 제정신인 사람을 미쳐버리게 하는 의사들

그들은 목표가 뭐든 다 할 사람들이다.

4시간 후는 너무 빨랐다.

내일 오전으로 예상하고 김 선생이 돈을 주고 고용한 사람들은 이제 다 소용없어졌다.


현재 시간 밤 10시

고용한 사람들과 연락이 안 될지도 모르고

설사 연락이 닿는다 해도 서울에서 경상남도까지

새벽 2시에 도착할지 장담이 어려웠다.

지현은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 여보, 나 부탁 좀 들어줘.

내 말 다 믿고, 토 달지 말고 들어줘야 해.

당신 주변에 믿을 만한 사람들 없어?

가급적이면 덩치들 중에 입이 무거운 사람으로

힘도 세고, 조폭이나 당신이 검거한 사람들 중에

좀 구해봐.

못해도 7, 8명쯤은 돼야 할 것 같아. “


“ 어? 갑자기 웬 어깨들 타령이야?

그리고 형사가 조폭들 힘을 왜 빌려? 그러다 잘못되면 나 옷 벗어야 해. ”

“ 알아, 여보.

내가 전에 병원에서 이상한 할머니 본 적 있다고 했지?

왜 병원서 일하는 사람들 모두 다 그 할머니 봤다고 했잖아. 기억해? “

“ 기억하지. 근데 왜? ”

“ 그 할머니가 우리 병원에 입원한 환자 하나를 도와주라고 해.

그 여자 환자를 도와줄 사람이 나여야만 한데. 내가 아니면 그 여자를 도와줄 사람이 없어.

재산 싸움에 휘말린 여자를 남편이랑 주변 사람들이 이 병원에 가둔 것 같아.

나 대학교 다닐 때 장학금 받았던 재단의 이사장 딸이야. 이 환자

그래서 내가 그 할머니한테 선택받은 것 같아.

그 여자를 도와줄 유일한 사람으로

당신이 무서울까 봐 말하지 않았는데.

만약 내가 그 여자를 도와주지 않으면 우리 딸들이랑

당신 나 다 죽여 버릴 거라고 할머니가 경고했었어. 그래서 내가 그 여자를 보호하고 있었는데. “


“ 그런데? ”

“ 그 여자가 무암 섬에 있는 선양 요양원으로 4시간 후에 이송될 거야.

지금 그 병원 사람들 출발했데.

당신 알지? 무암 섬의 선양 요양원.

그 섬에 들어가면 그 여자 거기서 죽게 될 거야.

우리 딸들도 살아야 하지만 왠지 난 그 여자 도와줘야 될 것 같아.

그 여자도 딸이랑 아들이 있데.

여보 우리 한번 해보자. “


“ 지현아, 안 돼. 그러다 잘못되면 나 경찰복 벗어야 해.

경찰이 조폭들 힘을 빌려서 환자를 탈출시킨다는 게 말이 되니? “

“ 여보, 걱정하지 마

원장이나 그 여자 남편 절대 경찰에 신고 못해.

외부에 알려지지 않도록 일부러 재단이 운영하고 있는 이 병원에 입원시킨 거야.

아마 그 여자를 찾는 사람들은

환자가 이 병원에 입원했다는 거 아무도 모를 걸.

설사 병원 관계자들이 우리를 신고한다고 해도 우린 옷 벗고 다른 일 해도 되잖아.

난 무서워. 당신이랑 우리 딸들 잃어버릴까 봐.

길거리에 나앉아도 우리 식구 건강하게 살면 그럼 되는 거 아니야? “


“ 아~~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안 잡히네? ”

“ 어깨들 시켜서 1층에서 소란 피우고 있으면 내가 환자 빼돌려서 차에 태울게.

그럼 그 환자 태우고 서울로 가서 여자가 내려다 달라는 곳에 내려주면 되는 거야.

절대 병원이나 그 여자 남편 신고 안 해. 분명 조용히 넘어가려고 할 거야.

여보, 내가 한 번이라도 당신한테 부탁 한 적 없었지?

허튼소리 한 적도 없었잖아. 그러니까 내 말 믿고 이번 한 번만 내 말대로 하자.

난 당신이나 우리 딸 들 너무 소중해. “


“ 그래, 알았어. 병원에 도착하면 연락할 테니까 너도 준비하고 있어. ”

“ 어, 알았어. 고마워. 여보. ”



김 선생은 연우의 병실로 들어갔다.

“ 연우 씨, 4시간 후에 무암 섬으로 옮긴데요. ”

“ 네? 갑자기요? ”

“ 방금 저도 전달받아서. 나랑 우리 남편이 반드시 연우 씨 서울로 데려다줄 거예요.

마음 단단히 먹고 있어요. 원래는 내일 아침에 시작하려고 했는데 일이 이렇게 돼버렸네요.

서울에 도착하면 믿을 만한 사람 거처에 당분간 있어야 하니 갈 곳을 정해서 우리 남편한테 알려주세요.

도착하면 경찰보다 믿을만한 지인이나 친척들한테 가 있게 좋을 거예요.

경찰을 매수할 수도 있으니 그 편이 더 안전해요.

며칠 지나고 되도록 큰 경찰서나 언론사나 인터넷을 이용해서 이번 일을 알려야 해요.

이거 내 전화번호예요. 탈출해서도 만약 일이 생기면 나한테 연락해요.

내가 도와줄 수 있다면 도울게요. “


“ 김 선생님 고마워요. ”

“ 분명 원장이 연우 씨에게 진정제나 수면제를 주사할 거예요.

내가 한눈판 사이에 식염수로 약을 바꿔치기 할 거예요.

1층에 건물 후문 쪽에 검정 rv 차량이 있을 거예요. 우리 남편 차예요.

혹시라도 내가 그 차까지 못 데려다주면 연우 씨 혼자라도 가서 꼭 그 차를 타야 해요.

무암 섬에 들어가면 다 끝나는 거예요. 내가 했던 무암 섬 얘기 기억하죠? “


“ 알았어요. 꼭 남편 분 차 탈게요. ”

“ 1층 후문 쪽 rv 차예요. ”




김 선생은 3층 데스크로 가서 식염수가 든 주사를 준비해놓았다.

원장, 윤 과장, 이 간호사, 경비원 2명

오늘 야간 당직은 이 간호사가 아닌데 윤 과장은 일부러 남자이고 덩치가 좋은 이 간호사로 바꿔놓았다.

거기다 경비원 두 명도 비교적 젊은 사람이었다.


‘ 남편이 어깨들을 잘 데리고 와야 할 텐데.


김 선생은 긴장이 돼서 손바닥이 땀으로 흥건했다.




“ 따르릉 ” 윤 과장이었다.

“ 네, 3층입니다. ”

“ 김 선생, 우연우 환자 진정제 주사해요.

용량은 세배예요. ”

“ 네, 알겠습니다. ”

“ 3충에 별다른 건 없죠? ”

“ 네, 없습니다. ”

“ 아, 우연우 환자한테 이 간호사가 주사는 놓으라고 하고, 김 선생은 내 방으로 와요. ”

“ 네? 이 선생이요? ”

“ 그래요. 이 선생한테 환자 맡기고 김 선생은 차트 들고 내 방으로 와요. ”

“ 네, 알겠습니다. ”


“ 이 선생, 이 주사 우연우 환자한테 주사해요.

난 과장님한테 다녀올게. 주사약이랑 다 준비 해 놓았으니까 그대로 주사하면 돼요. “

“ 네, 알겠습니다. ”


다행이었다.

미리 연우에게 놓을 주사를 식염수로 대체해놓아서

연우가 의식을 잃을 일은 없었다.



“ 어? 윤 과장님. 제가 올라가려고 했는데. ”

“ 아니, 괜히 번거롭기도 하고 내가 우연우 환자 마지막으로 한번 체크하려고 내려왔어요.

진정제는 주사했나? “

“ 아. 네. 이제 주사하려고 합니다. ”

“ 그럼, 내가 놓지. 어딨지? ”

“ 네, 저 여기. ”

“ 진정제 양은 세배로 넣은 거 맞나? ”

“ 네, 말씀하신 데로 해 놓았습니다. ”



윤 과장과 이 간호사 김 선생 셋은 함께 우연우 환자의 병실로 걸어갔다.

바닥에 미끄러지며 이 간호사가 트레이를 엎어버렸다.

주사기와 수액은 바닥으로 떨어져 버렸다.


“ 이 간호사. 다시 가서 진정제랑 주사 수액 다시 준비해와. 용량은 세 배로 “

“ 네, 죄송합니다. ”


이 간호사는 데스크로 돌아갔다.

김 선생은 난감해졌다.

진정제의 양이 세배라면 연우는 분명 내일 밤이나 그다음 날까지 잠이 들 것이 분명했다.

남편이 연우를 서울로 데려가는 것은 문제가 없었으나

김 선생 혼자 후 문으로 연우를 옮기는 것이 문제였다.

이 간호사가 주사를 준비해 트레이를 끌고 왔다.


“ 가지. ”



주사를 맞는 연우의 눈빛이 차분하면서도 매서웠다.

연우는 윤 과장을 뚫어지게 쳐다봤고, 윤 과장은 의식적으로 연우의 눈길을 피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연우는 눈을 감고 거친 숨소리가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 잠든 것 같아. 나가지.

이 간호사, 3시간 후에 우연우 환자 이송 예정니까 3층을. 특히 우연우 환자 잘 지키고 있어요.

문제가 생기면 이 간호사 사표 쓰게 될 거야.

김 간호사는 이 간호사 대신 1층 데스크를 지켜요.

경비원들 두 명도 있으니까 힘들진 않을 거야.

오늘 밤 원장님도 계시고,

우연우 환자 이송 탈 없이 이송해야 해.

잘못되면 우리 다 사직서 내야 해.

만약 이상 있으면 바로 나한테 전화하고 “

“ 네, 알겠습니다. ”


윤 과장은 자기 진료실이 있는 4층으로 올라갔다.


“ 한 밤중에 웬 환자 이송이래요?

김 선생님은 알고 계셨어요? ”

“ 아니, 나도 방금 들었어. ”

“ 어디로 옮긴데요. ”

“ 무암 섬에 선양 요양원으로 ”

“ 네? 거길 보낸 다구요? 진짜 너무하네.

아무리 정이 없다고 해도 그렇지. 어떻게 거길 보내요? 여자를. 우연우 환자 불쌍해서 어떻게 해요?

이제 거의 다 회복한 거 같았는데.

“ 그러게 말이야. 이 간호사 잘 지켜보고 있어.

난 1층으로 내려갈게. ”




김 선생은 시계를 초조하게 지켜보고 있었다.

경비원 한 명은 꼬박꼬박 졸고 있었고, 나머지 하나는

스마트 폰을 보고 있었다.

새벽 2시면 이제 한 시간밖에 안 남았다.


“ 별 일 없지? ”

“ 네, 과장님 이상 없습니다. ”

“ 그래, 잘 지켜봐. ”

“ 네, 알겠습니다. ”


김 선생은 3층으로 올라갔다.


“ 이 선생, 우연우 환자 어때? ”

“ 잠이 든 것 같아요. 조용해요. ”

“ 다른 환자들은? 다 자고들 있지? ”

“ 네, 다들 자고 있네요. 오늘 밤은 유난히 조용하네요. ”

“ 나 잠깐 한번 우연우 환자 보고 올게. ”

“ 네, 그러세요. ”


김 선생은 연우의 병실로 들어갔다.

우연우는 깊이 잠들어 있었다.

숨소리는 깊었고 김 선생이 흔들어도 연우는 깨어나지 못했다.


난감했다.


‘ 3층에서 1층까지 연우를 어떻게 옮길 것인가? ’


김 선생의 남편도 아무 연락이 없었다.


‘ 이 남자는 왜 이렇게 연락이 없는 거야?

이제 한 시간밖에 안 남았는데. ’

“ 이 선생, 잘 보고 있어. 졸지 말고,

밀린 차트 정리 좀 해. “

“ 네, 알겠습니다. ”


계단을 내려가던 찰 나 데스크로 전화가 왔다.


“ 네, 과장님. 우연우 환자 잠들어있습니다.

3층은 조용합니다. 아무 이상 없습니다.

네? 차량이 30분 후에 도착이라고요?

네! 차트랑 다 정리해서 준비해 놓겠습니다. “


“ 뭐라고? 30분 후에 도착해? ”

“ 네, 김 선생님 일찍 도착하네요. ”


당황한 김 선생은 1층으로 내려갔다.


‘ 아이 씨, 왜 이렇게 연락이 없어?


김 선생은 벽에 걸린 시계를 계속 쳐다보고 있었다.

' 30분 후라면. '

어쩌면 연우를 남편의 차에 실어 보낼 수 없을지도 모른다.

더군다나 연우는 의식을 잃은 상태다.

김 선생은 아찔해져서 머리가 핑핑 돌 정도였다.




갑자기 ‘ 번쩍번쩍 ’ 유리창이 반짝이며 주위가 새 하얗게 대낮처럼 밝아졌다.

‘ 우르르 쾅쾅 ’ 몇 초 후 하늘이 무너지는 소리가 나더니

‘ 후드득후드득 ‘ 거센 빗방울이 유리창을 부술 듯이

내리고 있다.

일기예보에는 분명 날씨가 좋다고 했는데 어찌나 세차게 비가 오는지, 빗방울에 맞으면 맨살이 아플 정도였다.


연우를 무암섬으로 이송할 차량의 와이퍼가 정신없이 움직여도 시야가 가려질 정도였다.

차량이 30분 일찍 도착하기는 힘들 것이다.

남편에게서 문자가 왔다.

‘ 1층 도착.

다들 로비로 진입

차는 병원 1층 후문에 대기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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