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빠, AGT 건설의 원중만 전무님 잘 알아? ”
“ 알고는 있지. 왜? ”
“ 한번 만나고 싶어서 말이야. 그 전무님을 우리 집으로 초대를 한번 하면 어때? ”
“ 네가 그 사람을? 왜? 너 원중만 전무를 어떻게 알았니? ”
“ 전에 아빠가 말한 적 있잖아.
AGT 건설이 라이벌 회사이긴 하지만
원중만 전무가 유능하기도 하고 차기 사장으로 선출될 가능성이 있는 사람이라고
그런 사람이라면 아빠랑 좋은 관계를 유지해도 좋을 것 같은데.
지금 사내에서 원중만 전무랑 사장이 권력싸움을 하고 있다고
아빠가 힘을 실어줘서 차기 사장으로 원중만 전무가 선출되면
나중에 협력을 해도 좋을 수 있지 않을까?
지금 사장은 아버지 회사를 그대로 물려받은 거라 자질이 없다고
정 비서 언니가 말하던데. “
“ 정 비서가 너랑 그런 얘기도 하니? 정 비서 아무래도 승진시켜야겠다.
경영자 수업을 제대로 시키고 있네. 어떻게 그런 생각을 다하니? 우리 연우가 ”
“ 정 비서 언니랑 회사 얘기를 많이 해.
내가 물어보면 회사 일에 대해 조금씩 얘기를 해주거든, 설명도 쉽게 해 주고.
내가 나중에 회사를 물려받으려면 알아야 할 것이 많데.
여자라고 못 받을 이유도 없고. ”
“ 정비 서가? 허허허~ 정말 승진이다. 정 비서 ”
“ 응, 아빠 정 비서님 좋은 사람이야.
신입 사원이라 어린것 같지만 믿을만한 사람이고 엄마랑 나한테 참 잘해줘.
비서실에 있는 사람 중에 믿을 만한 사람이 있어? 비서실장은 믿을 만해? “
“ 하하하~ 우리 연우가 별 걸 다 아는구나.
그래, 연우 네가 추천하는 사람이라면 내가 한번 눈여겨볼게.
AGT 건설 원중만 전무도 한 번 만나보고 “
“ 아빠, 그 전무님 우리 집으로 초대해줘. ”
“ 집으로? ”
“ 응, 나 한번 보고 싶어. 얘기도 해보고 싶고. ”
“ 네가 연우구나. 우민우 사장님 외동딸
네가 나를 초대해 달라고 아빠한테 부탁을 했다며?
그래 나한테 궁금한 건 뭐니? “
“ 전무님,
기사나 잡지에서 전무님 기사는 많이 봤어요. 아빠도 자주 얘기를 하셨고요.
우리 회사랑 라이벌이긴 하지만 언제까지 국내에서만 머물 순 없잖아요?
협력할 일이 생길 수도 있으니 잘 지내면 서로에게 좋을 것 같아요.
지금은 AGT 건설의 사장님이 계시긴 하지만 아직 사장 감은 아니란 소식은 알아요.
입지가 탄탄하지 못하다고도 들었고요.
전무님을 지지하는 사람도 많다고 하던데 언제까지 전무님으로만 지내시진 않을 거잖아요.
우리 아빠가 전무님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 와~ 너희 아버지가 든든하시겠다.
중학교 1학년이 이렇게 앞날까지 바라보는 아이라면
나중에 커서 큰 일도 잘 해내겠구나. “
“ 전무님, 재경대학교 총장님 하고는 가까운 사이라고 들었는데
얼마 전 재경대학교 윤 총장님 자살소식에 많이 놀라셨겠어요.
슬프셨을 것 같아요. 친한 사람이 갑자기 죽으면 말이에요.
그분 사모님이 이혼 요구하시고, 따님 혼사가 깨지면서 자살하셨다는데
그 이유도 아세요? ”
“ 아니, 그걸 네가 어떻게 아니? 아버지가 그런 얘기도 너한테 하시니? ”
원중만은 표정이 굳어지며 놀라 연우를 쳐다봤다.
“ 우리 아버지가 총장님을 한 번 만나게 해 주신 적이 있어요.
제가 재경대학교 건축학과가 유명해서 그 학교를 목표로 공부하고 있거든요.
이것저것 친절하게 말씀도 해주셨고 꼭 재경대학교에 입학하라고 격려해주셨어요.
활기차고 학교에 대한 애착도 갖고 계시다 느꼈는데
신문에서 그 총장님이 갑자기 돌아가신 기사를 보고 많이 놀랐어요.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궁금하기도 했는데 저희 비서가 재경대학교 출신이라 얘기해줬어요.
윤 총장님 자살 배경에 강화란이란 여자가 있었다고
그 여자가 재경대학교 학생이었는데 의도적으로 총장님께 접근해 협박해서 많은 돈을 갈취했다고 했어요.
전무님이랑 같이 일하고 있는 여자가 바로 강화란이죠.
알고 계신가요? 그 여자가 의도적으로 총장님께 접근한 거? “
“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냈니? ”
“ 아무래도 이상해서 비서에게 자세히 알아보라고 부탁했거든요.
전무님, 지금 김 상무님이랑 힘 싸움 중이라고 들었는데
전문님과 강화란과의 관계가 알려지면 회사 내 입지가 약해지지 않을 가요?
한 여자를 두고 친구 간에 싸움이 벌어져
패자는 이혼을 당하고 그 딸은 파혼에 거기가 그 친구는 자살까지
사람들이 딱 좋아할 얘기잖아요?
게다가 전무님은 그 여자랑 같이 일을 하고
저는 그 여자가 단지 전무님의 비즈니스 파트너라는 걸 알지만
사람들은 그렇지 않을 거예요.
전무님을 부도덕한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을까요?
친구에게 여자를 소개하고
그 여자는 친구를 자살하게 만들고
전무님은 그 여자와 계속 관계를 가진다.
사람들은 어쩌면 전무님이 그 친구를 제거하기 위해 여자를 이용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
사장이 되실 수 없을 거예요. 이 스캔들이 돌면
모두들 자기 회사의 사장은 인품이 훌륭하실 바라잖아요?
소문이란 건 삽시간에 퍼지는 데 이미 여럿 알고 있을 텐데
전무님과 상관없는 제가 알 정도라면 말이죠. “
“ 음....... ”
“ 강화란이란 여자를 멀리 하세요.
다른 회사에서도 강화란이 일을 하지 못하도록 막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그럼 죽은 친구에 대한 미안함은 가지고 있다고,
적어도 친구를 질투했다거나 일부러 친구를 죽게 했다는 오해는 받지 않을 테죠.
그거면 될 거예요. “
“ 넌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니? ”
“ 제 생각이 아니라 비서 언니 생각이죠. 아주 뛰어난 비서거든요. ”
“ 그래 그렇구나.
사장님 댁에 와서 너를 만난 게 아주 운이 좋았구나. “
원중만 전무는 화란이 윤 총장과 깊은 관계였다는 걸 전혀 알지 못했다.
윤 총장과 화란 모두 말하지 않았으니까
‘ 얼마나 힘들었으면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까?
윤 총장은 왜 화란과의 관계를 말하지 않았을까? 하긴 나도 말을 안 한 건 마찬가지지. ‘
놀라기는 연우 아빠 민우도 마찬가지였다.
연우 방에 노크를 하려다 연우와 원중만이 나누는 대화를 듣고 민우는 깜짝 놀랐다.
얼마 전 식사를 할 때도 강우의 아빠 최 이사는 강우의 안부를 묻는 민우에게
잘 지내고 있다고 얼른 아이들이 자라면 혼사를 치르자고 농담을 했다.
민우도 강우를 사윗감으로 내심 기대하고 있었다.
과거 최 이사 아버지에게 큰 빚을 진 것도
강우가 영리하며 남자다운 것도 마음에 들었다.
다정한 성품이 아니란 것은 알았지만 사업하는 이에게 냉정함은 필요한 성품이었다.
따듯이 강우를 감싸주면 될 일이라 생각했다.
‘ 아들 강우가 집을 나가 화란이란 여자와 동거까지 하고 있는 데
왜 그런 말을 하지 않았을까? 많이 속이 상했을 텐데.
친구인 나한테 그런 말은 해도 괜찮은데. ‘
민우는 친구이자 이사인 강석에게 의문이 들었다.
‘ 강석이는 나를 친구로 생각하지 않나? ’
집으로 돌아간 원중만은 밤늦게 서재에 앉아있었다.
윤 총장에게 죄책감을 화란에게는 배신감과 두려움을 느꼈다.
속을 알 수 없는 여자, 믿을 수 없는 여자
아무리 아름답고 매혹적이어도 그녀와 함께 일을 할 수는 없었다.
윤 총장을 파괴한 것처럼 원 전무에게도 위험한 존재일 수 있었다.
다음 날 원중만은 사람을 시켜 강화란의 집이며 주변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아파트를 구입한 것도 윤총장의 죽음 바로 이후이며 많은 돈을 은행에 예치한 것도
집에 남자 고등학생과 동거하고 있는 사실까지 원중만에게 전달했다.
모든 것이 밝혀지면 강화란은 유부남을 협박해 돈을 강탈하고 어린 학생과 동거를 하는 파렴치한 여자로 밝혀질 것이다.
거기에 원중만과의 깊은 관계까지 밝혀지면 원중만에게는 좋을 것이 전혀 없었다.
게다가 김상무, 사장과의 알력싸움이 벌어지는 이 마당에 스캔들을 여러모로 분리했다.
“ 화란아, 너 해외에 나가는 게 좋겠다. ”
“ 네? 갑자기 왜요? ”
“ 너에 대한 소문이 돌고 있어. 윤총장과 관련된 소문과 남학생과의 동거사실까지 말이야. ”
“ 그걸 어떻게?....... ”
“ 우리 회사랑에서 더 이상 근무하기 어려워.
다른 회사도 마찬가지 일거야. 이미 여럿 알고 있는 것 같아.
해외에 나가 있어. 공부를 계속해도 좋고, “
시간이 좀 필요하겠다. 이 소문이 잠잠해지려면 “
“ 도대체 누가? ”
“ 일단 나가 있어라. ”
“ 최 이사, 아니 강석아.
강우가 화란이란 여자랑 동거를 하고 있니? “
“ 어? 그걸 어떻게 알았어? ”
“ 우연히 알게 됐다. 너 가만히 두고만 있을 거니? 니 아들일인데. ”
“ 무슨 말이야? ”
“ 그 화란이란 여자
재경대학교 윤 총장이란 사람이 얼마 전 자살을 했는데 거기 관련이 돼있다고 하더라.
그 사람을 협박해서 돈을 갈취해갔데.
그런 여자랑 강우를 왜 같이 두니. 별로 좋은 모습은 아니다.
강우가 니 아들이라고 해도 말이야.
나중에 강우가 결혼을 할 때 문젯거리가 될 거야.
이 바닥에서 자식들 혼담이 오고 갈 때 가십거리가 있으면 파혼되는 경우가 종종 벌어지잖아.
재벌들 자기들은 지저분하게 놀면서도 가정일이라면 얼마나 보수적이니?
강우 단속 좀 해야겠다. 어서 집으로 데리고 들어와. “
“ 그래야지. 안 그래도 안 사람이 오늘쯤 강우를 집으로 데리고 올 거라 했어.
걱정해줘서 고맙다. “
민우는 강우를 사윗감에서 제외시키겠다고 강석에게 돌려 말하고 있었다.
최 이사는 얼굴이 벌게져 사무실로 들어왔다.
“ 강우, 강우 아직도 화란이 그 애 집에 있나?
언제까지 걔를 그냥 둘 셈이야? “
“ 여보, 그게 걔가 어디 내 말을 듣나요? 나는 더 못해요.
당신이 가서 데리고 와요. 내 말은 절대 안 들어요. “
“ 당장 가서 강우 안 데리고 들어오면 너도 들어오지 마. ”
최 이사는 화를 참지 못하고 전화기를 바닥으로 던져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