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을 더하다
하루하루가 다르게 내 눈에 담기는 세상들이 조금씩 조금씩 색을 덧입고 있다.
날이 추워서, 날이 흐려서, 바람이 불어서, 비가 와서, 봄을 의심하다가도 색색들이 색을 더해가는 풍경을 보고 있자면 기어코 봄이 왔구나 하는 마음에 괜히 벅차오르기도 하고 용기가 샘솟는다.
회색빛 찬 바람 가득했던 겨울 끝에 조그맣게 피워낸 꽃망울을 보고 괜스레 울컥하여 이 감정이 뭘까 생각해 보면 그건 아마 내 마음에도 피워낸 용기이자 희망이고 사랑인 것 같다.
봄이 되면 괜히 밖에 한 번이라도 더 나가서 걷고 싶고, 미뤄뒀던 약속들을 챙기게 되고, 할까 말까 고민하던 일들에 과감히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곤 한다.
봄과 함께 여러 색들로 물든 내가 결국 봄의 기운에 못 이기는 척 무언가를 시작하고, 물든 색이 흐려질 때까지 한껏 설레었다가도 또 실패하여 절망하고, 그러다 보면 여러 계절 끝에 또다시 봄이 찾아올 것이다.
그러면 다시 돌아온 봄, 무슨 일이 있어도 결국에는 피어오르고야 만 꽃들이 말해줄 것이다. 나도, 우리도 결국에는 괜찮아질 것이라고, 파란 끝에도 봄은 온다고 말이다.
그래서 아직 피지 못한 꽃망울은 꽃망울대로, 활짝 펴 흐드러진 꽃은 꽃대로 소중하고 아름답다.
눈앞에 펼쳐진 세상도 황홀하지만
내 마음에 물드는 선명한 색들,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설레는 마음은 더욱 찬란하다.
그야말로 봄의 찬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