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브랜드는 어디서부터 시작되나요

이름도, 로고도 아니었던 브랜드의 진짜 시작

by 너머

"브랜드를 만들고 싶은데요, 일단 이름부터 정해볼까요? 그리고 로고를 만들어주세요."


이런 요청을 들을 때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됩니다.
브랜드의 시작은 정말 거기서부터일까?


우리는 흔히 브랜드의 첫 단추를 네이밍이나 로고, 컬러와 같은 시각 요소에서 찾습니다.
눈에 보이고, 가장 빠르게 만들어낼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진짜 브랜드는 '보이지 않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브랜드의 시작은 '왜'라는 질문이다


“왜 이 브랜드는 세상에 필요한가요?”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이 브랜드의 중심축이 됩니다.


단지 화장품이 아니라,

단지 커피 브랜드가 아니라,

단지 패션이 아니라,


어떤 결핍을 보고, 어떤 ‘대신’을 해주기 위해 등장했는가.
이 철학 없이 만들어진 브랜드는, 시장에서 금세 정체성을 잃게 됩니다.

이 '왜'는 브랜드의 미션, 비전, 그리고 핵심가치와 같은 형태로

구체화되어, 브랜드가 나아갈 방향을 알려주는 나침반 역할을 합니다.





브랜드는 ‘누구’를 향하는가


모든 사람에게 좋은 브랜드는 대개 누구에게도 깊은 인상을 주지 못합니다.

브랜드가 가장 먼저 결정해야 하는 건 ‘누구를 위한 브랜드인가’입니다.


예를 들어,

"요즘 지쳐 있는 30대 여성 직장인을 위해 만든 브랜드예요.”
라고 말할 수 있다면, 디자인 방향이 구체화되기 시작합니다.

(예를 들어, 따뜻하고 차분한 색감, 공감을 표현하는 다정한 말투, 바쁜 일상 속 작은 휴식을 주는 사용자 경험 등이 자연스럽게 연상되는 식이죠.)


대상을 정의해야 그들의 언어로 소통할 '말투'가 잡히고

그 말투에 어울리며 그들이 공감할 '얼굴(디자인)'도 자연스럽게 그려볼 수 있습니다.






브랜드 전략이 ‘시각 언어’를 이끈다


‘로고 예쁘게 만들어주세요’라는 말은,
사실 ‘우리 브랜드가 어떤 얼굴을 가져야 할까요?’라는 질문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그 대답은 ‘왜’와 ‘누구’를 파악해야만 나옵니다.


그저 트렌디한 컬러와 멋진 서체로는 브랜드의 성격을 담기 어렵습니다.

디자이너는 브랜드의 '왜'와 '누구'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그 본질을 가장 효과적으로 드러내는 시각 언어를 섬세하게 번역하고 구축하는 역할을 합니다.

표면이 아니라 본질에서 시작해야 오래 가는 얼굴이 만들어집니다.



브랜드는 질문에서 시작됩니다.
왜 존재하는가. 누구를 위한가.

이 두 가지가 정리되어야 비로소 이름을 지을 수 있고,
어떤 말투로 이야기할지, 어떤 얼굴을 가질지가 보입니다.

브랜드는 로고보다 훨씬 전, 눈에 보이지 않는

이 본질적인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는 깊은 고민 속에서 태어납니다.

keyword
월, 수, 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