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도, 로고도 아니었던 브랜드의 진짜 시작
"브랜드를 만들고 싶은데요, 일단 이름부터 정해볼까요? 그리고 로고를 만들어주세요."
이런 요청을 들을 때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됩니다.
브랜드의 시작은 정말 거기서부터일까?
우리는 흔히 브랜드의 첫 단추를 네이밍이나 로고, 컬러와 같은 시각 요소에서 찾습니다.
눈에 보이고, 가장 빠르게 만들어낼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진짜 브랜드는 '보이지 않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왜 이 브랜드는 세상에 필요한가요?”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이 브랜드의 중심축이 됩니다.
단지 화장품이 아니라,
단지 커피 브랜드가 아니라,
단지 패션이 아니라,
어떤 결핍을 보고, 어떤 ‘대신’을 해주기 위해 등장했는가.
이 철학 없이 만들어진 브랜드는, 시장에서 금세 정체성을 잃게 됩니다.
이 '왜'는 브랜드의 미션, 비전, 그리고 핵심가치와 같은 형태로
구체화되어, 브랜드가 나아갈 방향을 알려주는 나침반 역할을 합니다.
모든 사람에게 좋은 브랜드는 대개 누구에게도 깊은 인상을 주지 못합니다.
브랜드가 가장 먼저 결정해야 하는 건 ‘누구를 위한 브랜드인가’입니다.
예를 들어,
"요즘 지쳐 있는 30대 여성 직장인을 위해 만든 브랜드예요.”
라고 말할 수 있다면, 디자인 방향이 구체화되기 시작합니다.
(예를 들어, 따뜻하고 차분한 색감, 공감을 표현하는 다정한 말투, 바쁜 일상 속 작은 휴식을 주는 사용자 경험 등이 자연스럽게 연상되는 식이죠.)
대상을 정의해야 그들의 언어로 소통할 '말투'가 잡히고
그 말투에 어울리며 그들이 공감할 '얼굴(디자인)'도 자연스럽게 그려볼 수 있습니다.
‘로고 예쁘게 만들어주세요’라는 말은,
사실 ‘우리 브랜드가 어떤 얼굴을 가져야 할까요?’라는 질문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그 대답은 ‘왜’와 ‘누구’를 파악해야만 나옵니다.
그저 트렌디한 컬러와 멋진 서체로는 브랜드의 성격을 담기 어렵습니다.
디자이너는 브랜드의 '왜'와 '누구'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그 본질을 가장 효과적으로 드러내는 시각 언어를 섬세하게 번역하고 구축하는 역할을 합니다.
표면이 아니라 본질에서 시작해야 오래 가는 얼굴이 만들어집니다.
브랜드는 질문에서 시작됩니다.
왜 존재하는가. 누구를 위한가.
이 두 가지가 정리되어야 비로소 이름을 지을 수 있고,
어떤 말투로 이야기할지, 어떤 얼굴을 가질지가 보입니다.
브랜드는 로고보다 훨씬 전, 눈에 보이지 않는
이 본질적인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는 깊은 고민 속에서 태어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