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에 이유가 있어야 하는 이유
“이름은 정했습니다. 로고만 잘 만들어주시면 됩니다. 요즘은 OOO브랜드가 잘하던데, 그런 느낌이면 좋겠어요.”
핵개인화, 취향의 다양화에 맞추어 수많은 스몰브랜드가 생기고 사라지는 시대가 왔습니다. 그만큼 컨셉도 다양했다면 좋으련만 몇몇 브랜드를 제외하고는 거의 자가복제 같은 브랜드가 쏟아지는 듯합니다.
디자인 요청받을 때마다 듣는
위와 같은 오더는 그런 흐름에 일환이겠지요.
목구멍이 포도청이어도 집고 넘을 건 집어야 하는지라
준비해 둔 기본 질문을 드립니다.
“이 브랜드는 왜 시작하신 건가요?”
“누구를 위한 브랜드인가요?”
“타사 브랜드와 어떤 것이 다르다 싶으신가요?”
“시장 포지셔닝은 어떻게 잡고 계신가요?”
잠깐 정적이 흐르기도 하고,
대답 대신 “그건 잡으면서 디자이너 분이 제안해 주시면…”이라는이야기가 돌아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브랜드는 ‘무엇을’ 파는지가 아니라
‘왜’ 파는지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기억에 남는 브랜드는 늘 그 브랜드만의 철학과 태도가 분명합니다. 말투가 있고, 분위기가 있으며, 어떤 상황에서도 유지되는 본질, 중심이 있습니다.
그 중심은 대부분, 처음에 던졌던 ‘왜’라는 질문에서부터 만들어집니다.
왜 브랜드의 제품을 써야 하며,
왜 이 디자인이 브랜드의 얼굴이 되어야 하고
제품의 철학이 어떻게 유지되어야 하고
어떤 사람들이 브랜드 앞마당에 모일지
질문하고 답을 찾고, 또다시 질문하는 과정을 거듭해서 거쳐야 비로소 답인가 싶은 키워드를 찾습니다.
어떤 질문을 하고 답을 찾을지 모르거나 모호하다면 안타깝지만 아직 브랜드를 시작할 준비가 되지 않은 겁니다.
⸻
‘요즘 이게 잘 나간다더라’,
‘이 색이 유행이다’,
‘경쟁사는 이런 거 하더라 ‘’라는 이유로
브랜드의 방향이 자주 바뀌는 경우를 자주 봅니다.
왜 우리 브랜드가 이것을 해야 하는지에 남이 이유가 된다면 그때부터 브랜드는 모호해지고, 결국 소비자에게 남는 인상도 흐릿해집니다.
하지만 ‘스스로 정의한 이유‘가 명확한 브랜드는 방향이 확실하고, 유행이 바뀌어도, 시장이 달라져도
쉽게 흔들리지 않습니다.
⸻
예쁜 로고, 감각적인 컬러, 세련된 서체.
요즘은 그런 것들을 만드는 일이 훨씬 쉬워졌습니다.
있어 보이는 감도를 만들기 쉬워지니 여기저기 많이 보이고, 그렇게 사람들의 눈도 높아집니다.
그래서 브랜드 시작에 말보다 결과가 먼저 나오길 바라나 봅니다. 그럴싸한 말과 이미지로 그럴싸한 브랜드를 만들 수 있어도 언젠가 똑같이 그럴싸한 브랜드에
대체되어 결국 사람들의 기억에서 빠르게 사라집니다.
다른 사람, 브랜드, 이미지에 현혹되지 않고 다르더라도 꾸준히 이유를 이어나가는 것이 브랜드의 시작이자 존재의 이유입니다.
⸻
브랜드는 생각보다 많은 걸 묻고,
꽤 오랜 시간을 들여야 보이는 존재입니다.
인스턴트처럼 틀 속할 것 같은 이미지와 말로는
브랜드를 이어갈 수 없습니다.
사골을 끓이듯 긴 시간 공들이고, 어린아이가 스스로 일어나 걸음마 떼듯 시행착오 겪기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