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교환학생 작문일지 -7-
세상 어딜 가든 맛있는 건 많나 보다
39일 차
내가 유튜브 영상을 만들면 잘 만들 수 있을지 확인해보기 위해 유튜브 영상 소스를 한 번 만들어 보았다.
수학 공부는 번아웃이 온 것 같아서 다음주부터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40일 차
J 언니랑 기숙사 방에서 피자 세트를 시켜놓고 넷플릭스를 봤다.
우리가 본 다큐 겸 예능은 Cheapest wedding이었다. 최소한의 돈으로 웨딩을 준비해 진행하는 프로그램이었는데, 같은 재정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분위기가 에피소드마다 전혀 달랐다. 나와 언니는 그것을 절망편과 희망편으로 나누어 불렀다.
관객의 수, 그러니까 인간관계와 사람의 인성이 돈 없이도 얼마나 웨딩을 아름답게 만드는지 볼 수 있었던 예능이었다. 친구를 함부로 대하며 준비했다가 과정도 망치고 하객도 오지 않는 결혼식과, 마을 사람 전체가 축하해주고 같이 꾸며주는 결혼식은 결혼의 주인공인 부부의 표정부터 달랐으니까.
41일차
열대 생태학 수업에서 팔라우 근처로 필드 트립을 갔다. 가는 길에는 조용히 잠만 잤는데, 돌아올 때는 오히려 체력이 생겼는지 묘하게 말을 하는 사람들이 생겼다. 해안가와 원시 숲, 2차 숲(secondary forest)까지 다양한 생태계를 볼 수 있는 자연공원이었다.
거북이를 볼 수 있을 거라 기대를 안했는데, 흐릿하지만 사진까지 찍을 수 있어서 좋은 기억으로 남았다. 많이 덥긴 했지만.
공원 지리를 간략히 나타낸 지도와 해안가를 찍은 사진. 팔라우 근방에서 다양한 생물을 볼 수 있었다. 가운데는 거북이인데, 너무 빨리 사라져서 제대로 사진을 못 찍었다. 보는 일이 매우 드물다고.
J 언니랑 현지 친구와 밥을 먹기로 해서 주롱 이스트 쪽으로 나와 떡볶이와 빙수를 먹었다. 카리나의 한국 여행 계획에 조언을 좀 해준 뒤 학교로 돌아왔다. 그렇게 가성비가 좋은 저녁은 아니었던 것 같다.
손세정제를 만들 재료를 사러 분레이의 주롱 포인트로 갔을 때 언니가 꽃을 키우면 어떻겠냐고 제의를 했다. 방에 와서 꽃을 손질하다가 포장해온 저녁을 먹으며 저번에 본 cheapest wedding을 마저 본 뒤 페트병으로 만든 수경 화분을 완성했다. 저거, 아마 한국에는 못 들고 가겠지. 벌레 때문에 안 썩으면 다행일 것 같긴 하다.
45일 차
오늘 RNA 수업 시간의 프레젠테이션은 정말 최악이었다. 영어 실력 부족. 주제에 대한 이해도 부족. 팀원들에게 민폐를 끼쳤다는 죄책감. 그러면서도 그동안 준비했던 프레젠테이션이 끝났으니 학교 밖에 나가서 놀고 싶다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
탄종파가 역 근처의 맥스웰 호커센터에서 저녁을 먹었다. 제육볶음 정식을 시켜먹었는데 생각보다 맛이 좋아 만족스러웠다. J 언니가 시킨 커리 치킨과 C가 시킨 이름이 잘 기억안나는 메뉴도 맛있었다. 코코넛도 나는 무척 취향이어서 마음에 들었는데, J 언니와 C는 마음에 별로 들지 않았던 모양이다. 디저트가 당겨서 5themoments라는 카페를 찾아갔는데, 정말 좋은 선택이었던 것 같다. 4색 와플에 4개 젤라또라니. 30달러라는 가격이 좀 무섭긴 했지만 뭐 어떠랴.
왼쪽은 탄종파가 거리의 사진, 가운데는 맥스웰 호커센터에서 먹었던 식사, 오른쪽은 5themoments의 아이스크림 와플이다. 내일은 오차드에서 C와 만나 쇼핑하기로 했는데, 좋은 기분 전환이 될 것 같다.
46일 차
오늘은 오차드 거리에 가서 나름 신나게 놀았다. 팟타이, 그러니까 볶음 쌀국수가 정말 맛있었다. 개인적으로 신 걸 그렇게 좋아하지 않고, 땅콩을 곁들어 먹는 것도 맛있을 거라 생각하지 않았는데 시도해보니 다 너무 맛있어서 마음에 들었다. 다음에 또 먹으라 해도 먹을 것 같았다. 후식으로는 코코넛 아이스크림을 넣은 허니 밀크티를 먹었고, 기분이 몹시 좋아졌다.
처음에는 맛있을 거라고 생각 못 했는데, 너무 맛있어서 순식간에 흡입한 팟타이.
48일 차
아침 수업을 듣는데 너무 졸음이 왔다. 컴퓨팅 수업이라고 해서 기대했는데, 토론만 좀 시키고 그 뒤에는 R 프로그래밍을 스크립트를 다 주고 따라하는 것만 해서 조금 실망했다.
점심에는 샐러드를 먹었다. 학생증 카드를 잃어버렸다는 걸 뒤늦게 알았는데, 다행히 Canteen 2(제 2 학식당) 마트에 있어서 돌려받을 수 있었다. 수학 인강을 듣다가 boost의 banana buzz가 당겨서 금방 사 마셨다.
저녁 때 치킨 대신 오리 라이스를 먹었다.
49일 차
어제 약속을 잡아서 탄종파가의 한 카페에 가기로 했다. 원래 그라운드 뭐시기라는 부기스 역 근처 카페에 갈 생각이었는데, 영업시간이 5시 반까지여서 마음을 바꿨다.
카페에서는 난 허니 얼그레이를, J 언니는 아메리카노를 시켰고 팬케이크는 레몬 리코타로 주문했다. 허니 얼그레이는 꽤 괜찮은 조합이었지만 단 팬케이크랑은 잘 어울리지 않아 조금 아쉬웠다. 팬케이크의 레몬 소스나 베리 퓌레, 크런치, 말린 과일, 리코타 치즈와 아이스크림 같은 건 상당히 섬세한 토핑인데, 그에 비해 빵이 투박한 게 많이 아쉬웠다. 그런데 레몬 소스와 리코타 치즈의 조합이 너무 맛있어서 계속 생각날 것만 같았다. 집에 돌아가면 수플레 팬케익을 만들어 시도해보고 싶은 조합이다.
저녁에는 삽겹살을 먹었는데, 생각보다 가격도 괜찮고 반찬도 한국식으로 나와서 다시 갈 용의가 있는 집이었다. 슈퍼스타 k라는 집이었는데, 가족이 운영하는 집으로 보였다.
한국적인 가게가 많은 거리였기에, 걷는 내내 무의식적으로 한국을 떠올렸다. 아무래도 조만간 여기를 배경으로 소설의 다음 장면을 써보아야겠다.
꽤 기억에 남았던 팬케이크와 한국 생각이 나는 고깃집